이 기사는 2025년 09월 22일 07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누구나 재무 책임자의 가치를 쉽게 체감할 수 없다. 영업이 잘 되고 이익이 쌓일 때는 자금 조달이나 비용 관리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황이 닥치면 상황은 달라진다. 업황의 그늘이 깊어질수록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존재감은 선명해진다.최근 석유화학 업종이 그 대표적 사례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 고금리 환경이 겹치면서 현금창출력이 급격히 위축됐다. 차입은 늘어나는데 투자 부담은 줄지 않고 신용등급은 압박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한정적이다. 설비를 멈출 수도 없고 투자를 무작정 접을 수도 없다. 결국 재무 구조를 어떻게 다듬고 버티느냐가 생존을 가르는 잣대가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CFO의 리더십이 빛난다. 차입금의 만기를 분산하고 금융비용을 낮추기 위한 협상을 주도하며 현금성 자산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때로는 시장의 시선을 감수하고 증자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기도 한다. 자본시장과의 소통, 신용평가사와의 긴장 관계를 관리하는 것도 CFO의 몫이다.
불황의 시기 CFO는 단순히 숫자를 관리하는 관리자가 아니다. 그는 기업의 생존 시간표를 짜는 ‘위기 매니저’이자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에게 신뢰를 제공하는 ‘스토리텔러’다. 매일 변하는 환율과 금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숫자 뒤의 의미를 읽고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현장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기업을 지탱하는 가장 두터운 방파제다.
업황이 개선되면 그들의 고생은 잊히기 쉽다. 그러나 호황의 이면에는 불황을 버텨낸 시간이 반드시 존재한다. 지금도 많은 석유화학 기업들의 CFO와 재무팀이 버티고 있다. 무거운 재무 구조와 녹록지 않은 업황 속에서도 치열하게 계산기를 두드리며 내일을 준비한다.
불황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누구도 확답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위기의 순간 기업의 체력을 지키는 것은 CFO의 역량이다. 업황의 파고를 견뎌내는 CFO와 재무조직의 묵묵한 노고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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