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변화, 로펌의 해법은]계열사 합병에도 노란봉투법…"경영진 소통 노력 강화해야"법조계 "아직 법률 시행 전 판례와 논의 지켜봐야"…"우려 완화 장치 필요" 목소리도
이돈섭 기자공개 2025-09-24 08:15:12
[편집자주]
상법 개정과 노무법 변화로 기업 거버넌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법률 리스크 요소를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법조계도 개정 상법에 특화된 대응 조직을 잇따라 신설하며 기업의 자문 수요에 적극 대응 중이다. theBoard는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 핵심 이슈별 현안을 살펴보고 제언을 구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2일 07시08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이하 노동조합법) 여파가 상당하다. 연이은 상법 개정 여파보다 노동조합법 개정 충격이 더 세다는 의견도 산업계 안팎에서 나올 정도다. 해당 법률은 아직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이렇다 할 갈등이 빚어지고 있진 않지만 관련 문의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요 경영 판단에 대해 노조가 개입할 여지가 커지면서 노조 측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기업 경영진의 이해관계자 소통 노력 중요성이 유례없이 커졌다는 분석이다.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은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간접고용 노동자의 원청 교섭권을 보장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삼고 있다. 노조 쟁의행위 범위를 기존 임금·근로조건 중심에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사업 통폐합 등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으로 확대한 내용도 담았다. 개정 법안은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3월 시행된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오랜 기간 업계 안팎에서 논의된 결과를 집약한 결과다. 개정안은 2014년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회사를 대상으로 파업을 결정한 하청 노동자에게 수백억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을 계기로 논의가 본격화했다. 올해만 해도 행정법원이 한화오션과 현대제철이 하청 노동자와 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2년여 전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노사 분쟁 관련 판결에서 쟁의 대상을 '근로조건 결정 사항'에서 '근로조건 사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계 안팎에서는 관련 내용이 실제 입법화된 것에 대해 부담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법무법인 율촌의 은성욱 파트너 변호사는 "쟁의행위 정당성 판단 기준이 완화돼 불법파업으로 인정되는 범위가 좁아질 수 있고 모회사와 자회사, 계열사까지 사용자 책임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등을 통한 노사분쟁 억제 수단이 약화 수 있다는 점도 기업 입장에서 우려스럽다"고도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실제 노동조합법 개정 취지를 강조한 움직임이 관측되기도 한다. HD현대는 최근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등 두 코스피 상장 계열사 간 합병안을 발표했는데 그 직후 HD현대 산하 3개 계열사 노조들이 반발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계열사 합병으로 근로 환경이 바뀌는데 사측이 관련 설명을 제공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진 않았지만 기존 대법원 판례와 노동조합법 개정 후 사회 분위기를 감안, 파업 명분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한국GM은 노동조합법 개정 여파로 국내 시장 철수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노조 쟁의행위 대상이 근로조건 전반으로 확대하면서 사업장 이전 등과 같은 경영 판단도 쟁의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 국내 생산 시설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란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면서다. 한국GM 측은 정부 측에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우려를 전달키도 했다. 당시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대표는 "(미국) 본사의 한국 사업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법무법인 세종 이동건 파트너 변호사는 "노동조합법 개정 자체가 기업 거버넌스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M&A 등과 같은 경영 판단 영역에 있어서 노조가 개입할 여지가 생기면서 관련 비용이 더 많이 올라가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 "원청 기업 입장에서는 하청 업체에 법적 지배 영향력이 미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해결책으로는 소통 강화가 꼽힌다. 최근 연이은 상법 개정으로 주주 전체와 소통을 강화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노조 혹은 노사협의회 측과의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 상당수 전문가 동의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의 구대훈 변호사는 "사업부 폐지나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에 비해 합병과 분할 안건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 "M&A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식 양수도의 경우 (노사 쟁의 여부) 판단에 의문이 있으므로 향후 판례와 실무 논의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박은정 변호사는 "노동조합법이 기업에 바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은 사용자의 범위 확대 및 노동쟁의 개념 확대"라면서 "하청 노조 교섭 요구에 대비해 기존 하급심 판례나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나타난 '실질적 지배력' 판단 요소에 대한 사전 점검 및 법률 검토가 필수"라고 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배용만 변호사는 "상법 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 노동조합법까지 경영 환경이 크게 바뀌어 기업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하다"며 "우려를 완화할 장치들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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