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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분쟁 1년]'보드체인지' 분쟁이 이끈 이사회 선진화②이사회 평가 점수 수직상승…규모·구조·제도 전방위 변화

허인혜 기자공개 2025-09-24 08:15:26

[편집자주]

2025년 theBoard 이사회 평가에서 고려아연의 성적은 크게 상승했다. 이사회 선진화는 역설적으로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됐다. 반면 재무제표에서는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최근 1년은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치열했던 시기다. 고려아연 분쟁 1년, 고려아연과 영풍은 재무와 이사회, 전략에서 각각 어떤 변화를 맞이했을까. theBoard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을 따라가며 지표의 변곡점을 추적해 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9일 16시13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이사회의 변화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지표는 theBoard 이사회 평가 점수다. 고려아연은 1년 만에 약 30점이 상승했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이사회 선진화에 팔을 걷었지만 한 해 만에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핵심적인 문항들이 이사회의 독립성을 중심으로 짜인 만큼 경영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속도보다는 방향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이 많았다.

고려아연의 이사회가 극적인 변화를 맞은 배경은 역설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따른 위협이었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모두 기업의 의사결정 통로인 이사회를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고 룰을 바꾸거나 혹은 새로운 규칙에 대비해 더 유리한 질서를 만들고자 했다.

◇세 가지 장면이 이끈 '보드 체인지'

고려아연은 theBoard가 자체 육각형 평가모델을 활용해 실시한 이사회 평가에서 2024년에는 166점, 2025년에는 195점을 받았다. 스코어 변화가 다른 기업 대비 극적이라는 점은 순위 변화로 증명된다. 순위는 68위에서 12위(잠정)로 뛰어올랐다.

구성과 평가개선 프로세스 부문에서 평점 차이가 컸다. 구성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인하는 지표다. 이사회 의장과 소위원회, 사외이사의 다양성 등을 확인한다. 고려아연은 9가지 항목 중 6개에서 만점을 받았다. 평가개선 프로세스는 이사회 평가를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와 결과를 추후 이사 선임에 반영하는지 등을 묻는다.


'보드 체인지'는 세 가지 장면을 거쳤다. 2024년 11월 최윤범 회장의 이사회 의장 사퇴 결정과 2025년 1월 임시 주주총회, 같은 해 3월 정기 주주총회다. 지난해 9월 13일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선언하며 지배구조를 지적했다. 최윤범 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제가 구축돼 고려아연의 경영진과 이사회가 독립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고려아연은 주장의 취지를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최 회장의 이사회 의장직 사퇴를 공표했다.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와 함께 사외이사의 의장 선출을 예고했다. 외국인 사외이사 선출 계획도 이때 밝혔다.

2025년 1월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보유 지분에 따라 영풍·MBK파트너스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최 회장 측이 주총 전날 자회사에 영풍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영풍과 상호출자 구조를 형성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초강수를 둔다. 이날 집중투표제 도입 등이 가결됐고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신규 사외이사 7명도 전원 선임됐다.

같은 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고려아연이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를 활용해 상호주 관계를 형성하며 영풍의 의결권을 또 한번 제한했다. 이사수의 상한을 19인으로 설정하는 정관 개정을 가결하고 집중투표로 이사 8인을 선임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이 5인,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17인을 추천해 고려아연 추천 이사 5인, 연합측 추천이사 3인이 선임됐다.


◇사외이사 의장·19인의 이사회…규모·구조·제도 전방위 변화

사외이사 의장과 19인의 이사회, 사외이사의 비중과 외국인·여성 사외이사의 증가처럼 고려아연의 지난 1년간 이사회 변화는 한 손에 꼽기 어려울 만큼 많은 부문에서 진행됐다.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3%룰, 이사 수 상한의 신설 등 국내 기업들이 겪어보지 못한 제도의 변화와 시행도 치렀다.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도 확대됐다.

2월 고려아연은 황덕남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고려아연 창사 이래 첫 사외이사 의장이다. 그동안은 오너 일가인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했다. 분쟁의 나비효과로 이사회의 독립성이 강화된 셈이다.

고려아연의 주총장은 집중투표제나 3%룰 등의 실험실이 되기도 했다. 집중투표제는 최 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 중인 유미개발이 제안했다. 지분의 의결권을 본인이 추천한 이사들에게 집중하면 의결권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고려아연은 이사회 의석 수를 일정 비율 방어할 수 있었다. 8인의 신임 이사 집중투표를 진행해 고려아연측 후보 5인, 연합측 후보 3인이 이사회 멤버가 됐다.

고려아연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를 적용하여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1인을 별도로 선임했다. 이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이 도입됐다.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감사위원 후보가 선임됐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를 위한 정관변경 시도는 부결됐으나 집중투표제와 3%룰 등 상법개정으로 적용될 제도들을 미리 경험했다는 의미가 크다.

◇거대 이사회 출범·소위원회 증설…다양성 개선

고려아연은 19명이 구성원인 '거대 이사회'를 꾸리게 됐다. 국내 상장사 중 최대 규모다. 이사 정원은 19인으로 정관에 명시하며 더 이상의 급격한 증원을 제한했다. 분쟁 초 연합 측이 이사 14명 증원을 제안하는 등 이사의 수가 계속 불어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한선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의 권고에 맞췄다.

보드 구성원을 보면 사외이사의 비율이 약 58%에서 74%까지 확대됐다. 외국인 사외이사가 처음으로 포함됐고 여성 사외이사의 수는 2인에서 3인으로 늘었다.


외국인 재무 전문가 제임스 앤드류 머피와 여성 ESG 전문가 출신인 김보영 한양대학교 교수 등이 합류했다. 법률과 규제, 산업기술, 국제 통상 등 고르게 전문성을 갖추며 BSM(Board Skills Matrix) 6대 영역을 고루 갖추게 됐다. 연령이 낮아지고 국적과 성별이 다양해지며 다양성 지표도 개선됐다.

영풍·MBK 연합 측에서는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이 2025년 주총을 통해 신규 이사로 합류했다.

5개의 소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수위원회, ESG위원회 등이다. 분쟁을 치르는 동안 이사회를 추가 신설했고 구성원은 모두 사외이사로 바꿨다. ESG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가 분쟁 후 새로 꾸려졌다.

추가적인 개선도 약속했다. 고려아연은 이달 기업가치제고계획을 내놓고 거버넌스 추가 개선 계획을 밝혔다.

올해 하반기부터 독립적인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이사회 평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사회 활동을 객관적으로 검증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100%로 끌어올린다. 전문성 있는 신규 이사 선임을 통해 이사회의 BSM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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