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ction Radar]미국의 중국화, 노골적인 '인텔 구하기'트럼프 행정부 지분 확보, 글로벌 기업 연이은 투자
김도현 기자공개 2025-09-25 09:17:18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9일 16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이 '트럼프 2기' 체제에서 한층 강화된 보호무역주의를 펼치고 있다. 주요국의 우려와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를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경제안보 상징으로 거듭난 반도체 분야에서도 이같은 경향은 짙어지고 있다.트럼프 행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에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는 동시에 자국 기업인 인텔을 살리는 데 힘을 주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 BOE, CATL 등을 밀어주는 중국과 유사한 행보다. 반대로 중국은 미국의 소비모델, 기술전략 등을 모방하는 추세다. 세계 패권을 두고 갈등 중인 미·중이 서로 닮아가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CPU·GPU 1위 만났다' 엔비디아와 동맹 결성
18일(현지시각) 반도체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소식이 전해졌다. 인텔과 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인프라 및 개인용 컴퓨팅 제품을 공동 개발한다는 내용이다. 각각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선두주자로 대립각을 세워온 것을 감안하면 다소 충격적이다.
실제로 양사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두고 경쟁해왔다. GPU 활용도가 제한적인 시절에는 CPU를 앞세운 인텔이 강했다. 데이터센터 확산 초기만 해도 메인은 인텔이었지만 인공지능(AI) 시대 들어 엔비디아가 치고 나왔다.
현시점에서는 엔비디아의 압승이다.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면서 전 세계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은 빅테크로 부상했다. 반면 인텔은 스마트폰과 AI 시장에서 연이은 대응 실패로 쇠퇴했다.

이번 협업은 동등한 관계라기보다는 엔비디아가 일방적으로 손을 내민 형국이다. 실제로 인텔은 인텔에 50억달러(약 6조98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계약은 미포함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역사적인 협력은 엔비디아의 AI와 가속 컴퓨팅 기술을 인텔의 CPU와 방대한 x86 생태계에 긴밀하게 결합하는 것"이라면서 "두 세계적인 플랫폼의 융합으로 다음 시대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정부는 인텔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전례 없는 경영난을 맞이한 인텔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한 대가다. 미국 정부는 인텔 지분 10%를 획득한 상태다.
엔비디아의 결단도 궤를 같이한다. 이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는 '정부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 의도적인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앞서 소프트뱅크도 인텔에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조달해 지분 2%를 확보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텔 살리기 프로젝트'와 맞물려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소프트뱅크는 오라클, 오픈AI 등과 대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 중이다. 미국의 지원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 인텔 구원에 동참했다는 분석이다.
◇다음은 마이크론? 한국 반도체 생태계 영향권
미국 업체 간 협력이 본격화하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단 인텔로 한정하면 파운드리 측면에서 여파가 있을 수 있다. 인텔 파운드리 부문이 다소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중국이 SMIC 등을 육성한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일감을 몰아주고 실력을 키울 여건을 만들어주는 구도다.
더 큰 후폭풍은 마이크론의 존재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메모리 '빅3'를 형성하고 있다. 만년 3위였지만 최근 차세대 D램,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 올려 양대산맥을 위협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이 인텔처럼 마이크론을 밀어줄 가능성을 제기한다. HBM 사업이 대표적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최대 협력사는 SK하이닉스지만 중장기적으로 마이크론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입김이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처럼 지원책을 펼친다면 자국 메모리를 활용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정책을 펼칠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불리한 조건"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와 품목관세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통제하고자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메모리 생산라인을 두고 있지 않다. 미국 의도에 맞춰 짓는다고 해도 현지 기업인 마이크론과의 가격경쟁력, 인재 확보 등에서 우위에 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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