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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전략 분석]'70년 상징' 파는 애경그룹, 고육지책의 득실3000억대 주담대, 차환 압박 숨고르기…포트폴리오 변동성 'UP'

고진영 기자공개 2025-09-26 08:10:22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3일 08시47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경그룹은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시작했다. 지금의 애경산업이다. 70년간 그룹 정체성과 다름없지었만 연말이면 매각 마무리가 예상된다. 그룹의 상징이자 모태를 떠나 보내는 이유는 재무적 부담 때문이다.

지주사 AK홀딩스는 그간 계열사들을 돕느라 차입규모를 무리한 지경까지 끌어올렸다. 애경산업 매각으로 차환 압박에선 한숨 돌리게 됐으나 잃는 것도 적지 않다. 든든한 캐시카우가 사라지면서 애경그룹은 외부 변동성에 한층 민감한 구조가 됐다.

◇AK홀딩스, 6년간 계열사 출자 '4500억'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 매각은 이르면 연내, 늦어질 경우 내년 초에 딜 클로징이 이뤄질 전망이다. 매각 대상은 AK홀딩스(45.08%)와 애경자산관리(18.05%)가 보유한 지분이며 매각가는 4000억원대 후반으로 전해졌다. 매각 대금은 상당 부분 차입 상환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올 6월 말 기준 AK홀딩스의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603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전인 2019년 말만 해도 900억원이 안됐는데 그간 5000억원 넘게 늘었다. 차입 규모가 급증한 이유는 계열사에 대한 지원에 있다.


AK홀딩스는 2020년 이후 제주항공에만 4차례에 걸쳐 2872억원을 출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22년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한 영향이다. 이후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저비용 항공사(LCC) 경쟁심화와 인건비 등 비용 문제로 수익성을 완전히 회복하진 못했다. 올해는 상반기 기준 다시 적자 전환한 상태다.

이밖에도 AK플라자에 1391억원, AK아이에스에 194억원을 밀어줬다. 올해까지 약 6년 동안 출자규모를 합치면 4500억원 남짓으로 계산된다. 이 기간 AK홀딩스의 순차입 증가폭과 비슷한 규모다. 자금을 외부에서 빌려와 자회사들을 도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애경자산관리도 사정이 빠듯하긴 마찬가지다. 애경자산관리는 매출이 연 3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선 핵심으로 꼽힌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을 포함한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AK홀딩스 지분을 18.9%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옥상옥 구조를 띠고 있다.

이 회사의 재무 부담이 커진 이유는 AK홀딩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20년부터 제주항공과 AK플라자, AK아이에스에 각각 200억원 안팎씩 총 608억원을 출자했다. 회사 규모를 감안하면 상당한 부담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은 536억원으로 코로나 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350억원가량 늘었다.

◇마진콜 '아슬아슬'담보 여력 소진

하지만 전체적인 차입규모보다 큰 약점은 차입구조에 있다.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모두 총차입금의 80% 안팎이 단기성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AK홀딩스는 6월 말 기준 약 5100억원, 애경산업은 작년 말 기준 430억원 정도를 1년 내 갚아야 한다. 별도 기준으로 현금이 거의 없는 회사들인 만큼 차환이 필수인데, 상황상 여의치 않아 보인다. 주식담보대출 때문이다.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는 자금 조달의 절반 이상을 주담대에 의존해왔다. AK홀딩스는 애경산업, 제주항공, 애경케미칼 주식을 담보로 총 3180억원을 대출했고 애경자산관리는 애경산업, 제주항공, AK홀딩스 주식을 맡기고 총 399억원을 빌린 상태다. 특히 AK홀딩스가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대출한 돈이 2050억원으로 가장 많다.


문제는 제주항공 주가가 2022년 이후 쭉 하향 추세라는 점에 있다. 지난해 말 있었던 여객기 사고 전과 비교하면 20% 정도 주가가 떨어졌다. 이 탓에 AK홀딩스가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일으킨 대출 중 1000억원이 담보유지비율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또 애경케미칼 주식을 담보로 차입한 돈 중에서도 200억원이 담보유지비율을 어겼거나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내려왔다.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나 담보주식의 강제 매각(반대매매) 리스크가 고개를 든 배경이다.

물론 담보유지비율을 못 지킨다고 해서 실제 반대매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보통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유연하게 협의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담대 계약 연장이 어려울 수 있고 추가 담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지면서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담보를 추가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AK홀딩스가 담보를 더 주긴 쉽지 않다. 이미 제주항공 지분 50.4% 중 45.7%를, 애경산업 지분 45.1% 중 43.6%를 담보로 제공한 탓이다. AK홀딩스가 가진 애경케미칼 지분 역시 60.3% 가운데 35.8%가 담보로 맡겨져 있다. 사실상 상환 능력이나 추가담보 제공 여력을 거의 소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각화 포기'한 재무 개선

결국 애경산업 매각은 불가피한 결정이었지만 한 편으론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다. 애경그룹의 포트폴리오 구조상 애경산업이 애경케미칼이나 제주항공보다 매출 규모는 작지만, 가장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이익을 시현하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진 화학과 항공산업의 변동성을 소비재사업이 보완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 다각화를 포기하고 재무 개선을 선택하면서 이익 구조는 오히려 리스크가 높아진 국면이다. 추후 매각대금의 활용이나 투자전략 등 새로운 방향 설정이 관건으로 여겨진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우협이 선정되긴 했지만 본계약을 체결하진 않아서 아직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며 "매각대금 용처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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