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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변신 Before&After]'잘 짜여진' 승계구도, 과제는 지분 확보[HD현대]④정기선 부회장, 지주사 지분율 0→6%...지난해 45차례 장내 매입

김동현 기자공개 2025-09-24 13:15:38

[편집자주]

재계는 변신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한다.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신규투자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그룹의 모태인 주력사업을 팔아 전혀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곳도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주력사업과 캐시카우가 크게 변한 곳도 부지기수다. 더벨은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는 국내 대기업들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조망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2일 16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그룹의 오너 3세 경영인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2020년대 빠르게 승진하며 현재 자리에 앉았다. 2021년 10월 사장 승진 후 2년여 만에 부회장 직함을 달았고 다시 1년 만에 승진하며 그룹 내 유일한 수석부회장에 올랐다. 그룹 경영의 무게 추가 정 수석부회장으로 기울며 차기 총수 자리도 점찍어 둔 상태다.

다만 지배력 확보의 필수 코스인 지주사 지분 확대까진 아직 갈길이 멀다. 그룹 입사 후 10여년이 지났지만 정 수석부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이 6%에 그쳐 앞으로도 시장에서 지속적인 매입이 일어날 전망이다.

◇장내 집중매입 '정공법' 선택

정 수석부회장의 그룹 지분 취득 시점은 10년 전인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옛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업 위기 속에 임직원 격려금 명목으로 자사주를 지급하며 받은 주식이다. 지주 출범 후에는 장내외 주식 매입을 통해 지분을 확대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1982년생인 정 수석부회장은 과거 2009년 옛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그룹에 입사했다 반년 만에 퇴사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유학길에 올랐다. 곧바로 그룹 경영에 뛰어들지 않고 학업과 사회 경험을 더 쌓았고 이후 크레디트스위스,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을 거쳐 2013년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했다.


이듬해 10월 상무로 승진해 임원명단에 오른 정 수석부회장의 첫 그룹 지분 취득도 이 시기 발생했다. 2015년 초 현대중공업은 직원 격려금으로 자사주 지급을 결정했고 회사의 일원이던 정 수석부회장도 자사주 상여금 53주를 받았다. 주식 수 자체는 미미하지만 오너 3세 경영인이 특수관계인 주주 명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2016년에도 상여금 명목으로 자사주 546주를 추가 취득했다.

미미한 수준의 정 수석부회장 지분율은 그룹 지주 출범 직후인 2018년 급증했다. 범현대가인 KCC가 보유하던 HD현대 지분 5.1%를 약 3540억원에 시간외 대량매매하며 정 수석부회장은 단번에 3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정 수석부회장은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증여한 현금 3040억원과 주식담보대출로 일으켜 확보한 500억원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이후 2023년 말 부회장 직함을 달고 나서는 직접 장내에서 지분을 집중 매입하며 지분율을 약 1%포인트(p) 가까이 끌어올렸다.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약 2개월여간 45차례에 걸쳐 주당 6만원 후반에서 7만원 초반의 금액으로 장내 매입했다. 매입에 투입한 금액은 약 472억원으로 추산된다.

◇시험대 선 '2대주주' 신사업

지난해 장내 집중 매수를 마무리한 정 수석부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6.12%다. 국민연금공단(7.88%)을 제외한 특수관계인 중 2대주주에 속하는 지분율이다. 최대주주이자 그룹 동일인인 부친 정 이사장(26.60%)이 일찌감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 수석부회장이 오너 경영인으로 책임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룹에선 정 수석부회장 중심의 경영 체제를 꾸리기 시작하며 전문경영인 부회장단이 일제히 퇴진하기도 했다. 2023년 말 정기선 당시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자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과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 등 그룹의 조선사업을 이끌던 전문경영인이 용퇴를 결정했다. 이들의 용퇴로 당시 부회장단에는 정 부회장 홀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전문경영인 회장인 권오갑 회장과 그룹의 '투톱' 체제를 이룬 정 수석부회장의 과제는 안정적인 지분 확대·승계와 신사업 안착 등이다. 이중 지분 확대의 경우 정 수석부회장이 그동안 직접 매입을 통한 정공법을 택한 만큼 앞으로도 HD현대의 배당을 기반으로 지분 매입 재원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수석부회장이 별도의 개인회사를 운영하지 않고 그룹 구조재편이 마무리된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신사업 안착은 앞으로 입증이 필요한 분야로 평가받는다. HD현대그룹은 정 수석부회장의 지휘 아래 기존 제조업에서 파생한 디지털·친환경·로봇 사업을 비롯해 바이오 분야로도 눈을 돌렸다. 실제 과거 정 수석부회장이 2017년 처음 계열사 대표를 맡았던 HD현대마린솔루션은 기존 조선·엔진 애프터서비스(AS) 분야에서 디지털솔루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으나 안정적인 이익을 내며 사업을 확대 중이다.

다만 출범 초기의 아비커스(2020년, 인공지능), HD현대로보틱스(2020년, 로봇), AMC사이언스(2024년, 바이오) 등은 수익성이나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 아직 그룹의 전방위 지원이 필요한 계열사로 그룹에 안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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