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분쟁 1년]'11 vs 4' 영풍 견제 속 주도권 향방 관건③19인 중 4인 직무정지에 고려아연 우세 구성…자사주 매입·유상증자·구도 변화 가결
허인혜 기자공개 2025-09-25 08:13:37
[편집자주]
2025년 theBoard 이사회 평가에서 고려아연의 성적은 크게 상승했다. 이사회 선진화는 역설적으로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됐다. 반면 재무제표에서는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최근 1년은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치열했던 시기다. 고려아연 분쟁 1년, 고려아연과 영풍은 재무와 이사회, 전략에서 각각 어떤 변화를 맞이했을까. theBoard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을 따라가며 지표의 변곡점을 추적해 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3일 07시43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이사회 멤버 19인 중 3인은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이 추천한 인물이다.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이다. 장형진 영풍 고문은 본래 고려아연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해 왔다. 4인의 이사가 직무 정지 상태로 활동 중인 멤버는 15인이다. 고려아연측 11인, 영풍측 4인의 구도다.입장차가 뚜렷한 인물들이 이사회를 구성한 만큼 이사회 의안에 대한 반대 의견도 나타난다. 아직은 찬성 일변도인 국내 이사회 의결 환경에서 눈여겨볼 만한 사례다. 고려아연은 일부 안건이 부결되는가 하면 가결된 안건에도 반대 의견이 남았다. 다만 소위원회의 경우 주주제안 이사가 참여하지 않아 상정된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분쟁 이후이자 새 이사회가 구성되기 전인 지난해 말에는 긴급 이사회를 통해 자사주 공개매수와 공모 유상증자 등을 결의했다. 이 시기에는 장형진 고문만이 관련 의안에 줄곧 반대 의견을 냈다.
◇자사주 매입·유상증자 결정한 긴급 이사회
고려아연의 재무 구조를 바꾼 결정은 분쟁 이후와 새 이사회가 꾸려지기 전 긴급 이사회를 통해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임시 이사회에서 자사주 공개매수 추진과 차입금 조달의 건이 결의됐다. 사모사채 발행과 자기주식 취득, 소각 결정의 건도 가결됐다.
10월 30일 이사회에서는 공모 유상증자 추진이 안건으로 올랐다. 분쟁 국면에서 방어 재원과 재무 여력을 확보하려는 카드였다. 통과됐지만 감독당국의 정정 요구와 시장의 반발 등이 겹치며 다음달 철회로 방향을 틀었다. 증자 선택지가 사라진 고려아연은 차입과 자사주 매입, 소각을 결정한다.
이후 일반공모 관련 후속조치와 임시 주주총회 소집 등의 안건도 결의됐다. 해당 시기 표결을 보면 장형진 이사가 관련 의안에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거나 기권했다. 다만 그외 이사들이 모두 찬성 의견을 내면서 가결됐다.
이듬해에는 자기주식 처분의 건과 회사채 발행의 건, 단기사채 발행한도 승인의 건 등을 결정했다. 지난해 말 이사회가 공개매수 집행과 단기 고금리 조달, 증자 시도와 철회라는 빠른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2025년에는 저금리 차환과 자사주 소각 로드맵 등으로 연결시킨 셈이다.

◇이사회 '의사결정 틀' 대전환
올해 초 이어진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이사회와 회사의 의사결정 틀이 대폭 손질됐다. 사외이사 의장제가 대표적이다. 이사 수의 상한과 집중투표제 도입 등이다. 일부 쟁점은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지만 집중투표제 도입 등은 유효한 변화로 자리 잡았다. 주주총회 이전 이사회를 통해 변화가 추진됐다.
2월 황덕남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창사 이래 첫 사외이사 의장 체제다. 잠시 직무가 정지됐다가 5월 다시 이사회에서 선임됐다. 오너 겸 의장 구조에서 경영과 감시가 제도적으로 분리된 셈이다. 2월 같은 회의에서 이사회 규정 개정, 자사주·회사채·단기사채 관련 의안, ESG위원회 규정 제정이 일괄 가결됐다.
위원회 체계도 확대하고 손질했다.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수위원회, ESG위원회 등이 승격되거나 새로 구성됐다.
내부거래위원회는 아크에너지의 계열사 맥킨타이어(Ark Energy Macintyre Pty Ltd)의 지급보증 한도 증액·대여 만기 연장 등의 안건을 가결했다. 보수위원회는 이사보수 한도·세부지급 기준과 사외이사 보수체계를 확정했고 ESG위원회는 위원장 선임 등 조직 구성을 마쳤다.
2025년 5월 8일 이사회에서 다시 한번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굳혔다. 이날 대표이사 선임·이사회 내 위원회 위원 선임·자사주 소각을 가결했다.

◇영풍측 제안, 고려아연 바꿨지만 주도권은 여전히
이사회 재편 후에는 영풍 측 이사들이 제안한 안건도 상정됐다. 예를 들어 올해 5월에 상정된 '김광일 및 강성두 이사의 정보제공 및 보고 요구에 대한 심의의 건' 등이다. 이 안건은 연합 측 이사 4인은 찬성했지만 다른 이사들이 모두 반대하며 부결됐다. 반대 사유로는 '이사회 차원 결의 필요성 재검토, 해당 정보 제공은 적절하지 않음'이 명시됐다.
지난해 말에는 장형진 이사의 단독 반대와 기권이 눈에 띄었다. 새 이사회가 자리잡은 2025년에는 연합 측이 일부 의석을 확보하면서 영향력은 전보다 커졌다. 여전히 집행 단계에서는 고려아연 측의 우위가 확연했다.
또 소위원회 멤버들은 모두 고려아연 측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상정된 안건들이 전원 가결되는 구조가 내부거래와 보수, ESG위원회에서 반복됐다. 본회의 외에는 사실상 보드 멤버 다양화에 따른 마찰이 없다.
분쟁과정에서 받아들여진 영풍 측의 제안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지배구조 선진화나 이사회 독립성 강화, 확대 등은 '기업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의 명분을 두고 제안됐다. 그러나 고려아연 경영진은 해당 의제들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이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결과적으로 통제권은 내주지 않게 됐다. 제도는 도입하되 주도권은 유지했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연합 측의 요구였던 지배구조 개선안은 고려아연이 선제적으로 집중투표제와 사외이사 확대 등을 도입하면서 일부 무력화됐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서 고려아연은 오히려 우호적 이사 선임을 일부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사외이사 의장을 선임해 거버넌스 개선도 이뤘다. 이사 정원의 상한을 정하면서 더 이상의 진입도 차단했다.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대해서는 경영권 방어 등 연합 측의 공격 명분이 여전히 남아있고, 회사 부채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만 전량 소각이라는 계획을 내놓고 실행하면서 올해 상반기 총주주환원율이 113.1%로 나타났다. 9월 주가도 90만원을 상회해 연합 측과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을 상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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