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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바젠, ASO 빅딜 의미…뇌질환 가능성, K-바이오 다양성7년간 주목 벗어난 ASO 기술 개발, ADC·항암 트렌드 벗어난 기술거래

김찬혁 기자공개 2025-09-25 09:29:11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4일 08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에 소바젠이 안젤리니 파마와 체결한 7700억원에 달하는 기술이전 빅딜은 소바젠은 물론 K-바이오 시장에 상당한 의미를 던진다. 우선 ASO라는 혁신신약이 전임상 초기 단계부터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점 그리고 CNS 계열에 대한 시장의 높은 관심을 꼽을 수 있다.

소바젠 입장에서는 비상장 바이오텍임에도 불구하고 7년간 ASO 외길을 걸어온 끝에 성과를 올렸다는 자부심과 더해 상장 준비 과정에서 큰 호재를 맞이했다는 안도감까지 안게됐다. 항체약물접합체(ADC), 비만 등 트렌드가 되는 기술 중심의 라이선스 계약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K-바이오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의미도 있다.

◇기술이전·투자 외면에도 뚝심, 중국 물량공세 속 '블루오션' 역할

소바젠이 안젤리니 파마와 맺은 'SVG105'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라는 모달리티를 활용한 뇌전증 타깃 후보물질이다. 전임상 초기 단계다. ASO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핵산 기반 치료제다. 바이오젠의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로 이름을 알린 기전이다.

이번 딜은 선급금 및 마일스톤 포함 7700억원이라는 큰 규모의 거래인데다 ASO라는 생소한 기술이 기반이 됐다는 점에 주목된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대형 기술이전에서 항암제 중심이던 패턴이 아닌 RNA 관련 모달리티와 비항암 분야로까지 영역이 확대되는 시그널로 읽힌다.

2025년 상반기 알지노믹스, 올릭스 역시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알지노믹스는 일라이 릴리와 약1조9000억원 규모의 유전성 난청 RNA 치료제 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올릭스도 일라이 릴리와 약 9100억원 규모의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들 모두 전통적인 항암제 영역을 벗어난 적응증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가 그동안 집중했던 항체치료제나 ADC 같은 단백질 중심 기술에서 RNA 기반 치료제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소바젠은 KAIST 의과학 대학원 석좌교수인 이정호 각자대표의 뇌질환 연구에서 출발한했다. 2018년 설립 이후 수년간 '대세 기술'이 아닌 ASO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이번 대규모 기술이전은 외길의 결실이다.

ASO는 바이오젠과 아이오니스의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의 성공으로 안전성과 상업화 가능성이 검증된 기술이지만 국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던 분야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로 특정 RNA를 표적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면역반응 유발, 낮은 약물 전달 효율 같은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실패 위험이 큰 신약 개발에 뛰어들기 부담스럽다. 투자자들도 항체치료제, ADC, 세포·유전자치료제 같은 눈에 띄는 파이프라인을 선호한다.

역설적으로 소바젠이 선택한 비주류 기술은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됐다. 최근 중국 바이오텍들이 ADC 같은 인기 분야에서 압도적인 개발 속도와 투자 규모로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ASO처럼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던 영역은 오히려 경쟁이 적으면서도 관심을 받을 분야가 됐다.

소바젠이 개발 중인 ASO 기술은 좀 더 복잡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술로 단기간에 추월이 쉽지 않다. 일종의 기술적 해자를 구축했다. RNA 설계부터 전달 시스템까지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돼야 하는 분야여서 후발 주자들이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영역이다.

소바젠의 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는 중추신경계(CNS) 질환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CNS 분야는 전통적으로 개발 난이도가 높아 '제약업계의 무덤'으로 불려왔다. 뇌혈관장벽(BBB) 통과라는 기술적 난제와 높은 임상 실패율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기피해온 영역이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블루오션이기도 하다.

소바젠은 ASO 모달리티의 특성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적은 용량으로도 효과를 낼 수 있고 무엇보다 환자 척추에 투여하는 척수강 주사 방식을 통해 뇌혈관장벽을 우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파트너사로 안젤리니 파마를 선택한 이유도 이런 전문성과 맞아떨어진다. 안젤리니 파마는 유럽 23개국 이상에 진출한 중추신경계 분야 특화 제약사로 뇌전증 치료제 개발과 상업화에 특화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유럽 판권도 보유하고 있다.

◇투자 유치 및 상장 속도로 재정 확보, 기술력 본격 '시험대'

이번 기술이전은 소바젠에 있어서도 여러 측면에서 극적인 전환점이 된다. 소바젠은 2018년 시리즈A 100억원, 2020년 시리즈B 350억원을 유치한 이후 약 5년간 추가 투자 공백을 겪었다. 하지만 글로벌 기술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2025년 7월 시리즈B 브릿지로 233억원을 추가 조달했다. 이어 기술이전 선급금까지 확보하면서 재무 기반을 강화했다.

상장 계획에도 탄력이 붙었다.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2026년 코스닥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11월 기술성 평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투자 혹한기에도 상당한 자금을 조달하고 기술이전까지 성사시킨 이력은 상장심사에서 기술력을 입증할 포인트가 된다.

소바젠은 앞으로도 ASO를 메인 모달리티로 삼아 파이프라인을 확장한다. 여기에 더해 저분자 화합물 'SVG103', 유전자 치료제 'SVG104' 등의 후속 파이프라인를 확보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진행 중이다. SVG105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다른 뇌질환 분야로 기술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파트너사인 안젤리니 파마는 2027년 SVG105 임상 1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 단계로 접어들면 소바젠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한번 더 검증할 수 있게 된다.

박철원 소바젠 대표는 "유럽과 미주 지역의 SVG105 개발 및 상업화는 안젤리니 파마가 담당하게 되고 아시아 지역의 경우 아직 잠재적인 파트너사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비임상 단계가 완료되는 시점에서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을 본격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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