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다이글로벌, 이례적 '상표권 리픽싱' 제시…배경은8000억 CB에 상표권 분쟁 변수 고려…전환가 하향 구조로 투자자 보호 '방점'
윤진현 기자공개 2025-09-24 14:13:13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3일 10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다이글로벌이 발행한 8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조건에 상표권 분쟁 리스크를 반영한 리픽싱 조항이 담겼다. 전환가 조정은 IPO, 유상증자 등 재무 이벤트와 연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점에서 이례적이다. 자회사 티르티르가 진행 중인 대법원 소송에서 패소해 실적 기준치에 못 미치면 전환가가 조정되는 구조를 제시했다.투자자 보호 장치인 동시에, 발행사의 부담 요인인 것도 사실이다. 이에 회사 측은 외부 계약 조건과 함께 내부 대응도 병행 중이다. 지식재산권(IP) 전담 조직을 신설해 상표권 관리와 분쟁 대응 역량을 강화했다. 글로벌 사업 확장 과정에서 커질 수 있는 상표권 리스크에 대비해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모습이다.
◇ CB 조건에 등장한 ‘상표 리픽싱’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구다이글로벌은 지난 8월 800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다. 당시 투자자로는 IMM프라이빗에쿼티(PE), IMM인베스트먼트, JKL파트너스, 키움프라이빗에쿼티 등 주요 FI들이 참여했다.
시장에서 집중하고 있는 건 CB의 리픽싱 조항이다. 자회사 티르티르가 진행 중인 상표권 소송에서 패소해 브랜드 사용이 제한돼, 일정 기간 실적 지표(EBITDA)가 기준치에 미달하거나 손실 규모가 확대되면 전환가를 추가로 낮추는 구조다.
특히 이번 조항에는 '티르티르가 원고로서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에서 패소 판결이 확정될 경우'라는 문구가 직접 반영됐다. 즉, 상표 사용이 불가능해진 시점부터 24개월간 발생하는 손해액이 100억원을 넘고, 두 차례의 12개월 단위 실적 테스트에서 EBITDA가 기준치에 미달할 경우 전환가 하향이 발동된다.
손해액 산정에는 합의금, 손해배상금, 재고 폐기, 리라벨링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는 투자자가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인한 재무적 피해를 일정 부분 방어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다.

◇IP 전문 조직 신설, 법적 리스크 선제 대응 '의지'
일반적으로 CB 리픽싱은 예비공모가, 최종공모가, 유상증자나 주식분할 등 자본시장 이벤트에 대응하는 수준에서 머문다. 구다이글로벌처럼 개별 브랜드 소송 리스크를 전환가 조정에 명시한 사례는 많지 않다. 시장에서는 이를 ‘투자자 방어를 최우선한 설계’로 해석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상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전환가가 낮아져 주식 전환 시 이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불안정한 시장 환경에서 투자자가 요구하는 방어적 장치와 맞아떨어진다.
반면 발행사인 구다이글로벌 입장에서는 부담 요인이 늘어난다. 상표권 문제로 인한 경영상 손실이 현실화되면 자본시장에서도 추가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8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투자자 신뢰가 필수였던 만큼, 회사도 감내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 유상증자, 주식 분할 등의 이벤트에 대응하는 걸 목표로 리픽싱 조항을 설계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경영상 리스크까지 고루 염두에 두고 투자 요건을 설정한 건 투자자에겐 방어 장치지만 반대로 발행사에겐 부담 요인인 것도 사실일 것"이라고 밝혔다.
구다이글로벌은 CB 조건과는 별개로 사내 IP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상표와 디자인권,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을 총괄 관리하는 조직을 두어 글로벌 사업 확대 과정에서 늘어날 법적 분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에 IP팀은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법적 대응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상표권 침해에 따른 소송 제기, 가짜 사이트 차단,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력 강화 등이 업무 범위에 포함된다. 이는 단발성 조치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투자로 볼 수 있다.
이번 IP팀 신설을 두고 투자자 보호와 소비자 보호를 동시에 겨냥한 투트랙 전략이란 평가가 나온다. CB 조건에서 투자자 리스크를 줄이고, 내부 조직 강화로 소비자 피해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결국 구다이글로벌이 브랜드 가치를 둘러싼 리스크를 다층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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