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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소바젠 "전임상 초기 단계 빅딜, ASO 혁신 외길 빛났다"박철원 대표 "비임상 비용도 안젤리니 부담, 혁신신약 향한 글로벌 기대감 입증"

김찬혁 기자공개 2025-09-24 07:41:35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3일 11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바젠은 전임상 초기 단계의 연구 성과만으로도 7700억원 규모의 빅딜을 체결해냈다.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를 높이는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 전략이 아닌 계열 내 최초 신약을 개발하는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유지한 결과다.

글로벌 시장에서 ASO(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모달리티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더벨은 박철원 소바젠 대표(사진)를 만나 이번 기술이전 계약에 담긴 의미와 ASO 기술의 경쟁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신규 모달리티로 치료 한계 극복, 초기 단계 기술수출 성사

난치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기업 소바젠은 5월 텀싯 계약 이후 약 4개월간의 논의 끝에 안젤리니 파마와 총 5억5000만달러, 한화 약 77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22일 마무리 지었다. 계약금에는 선급금과 마일스톤이 포함됐으며 상업화 시 별도의 로열티를 수령한다.

기술수출의 대상인 'SVG105'는 난치성 뇌전증 중 하나인 '국소피질이형성증' 환자에서 발견되는 mTOR 유전자 변이를 타겟으로 한다. 기존 mTOR 억제제들이 면역억제 부작용으로 장기 투약이 어려운 한계를 ASO(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모달리티로 극복했다.


ASO 기반 치료제는 RNA를 표적으로 삼는 핵산 치료제다. RNA 치료제 중 하나로 분류되기도 한다. 미국 바이오기업 아이오니스가 이 기술로 대표적인 소아 희귀질환인 척수성근위축증 치료 신약 '스핀라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보다 안전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박 대표는 "저분자 화합물이나 항체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직접 타깃해 강하게 억제하는 걸 목표로 삼는다면 ASO는 단백질 전 단계에 있는 RNA를 타깃하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으로만 조절하면 된다"며 "이를 통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척수 주사를 통해 뇌혈관장벽(BBB)을 우회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화 요소다. 뇌혈관장벽은 혈액에서 뇌조직으로 약물이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는 보호막이지만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서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박 대표는 "뇌질환 약물은 결국 뇌로 가야 하는데 뇌혈관장벽으로 인해 일부 저분자 화합물은 뇌로 전달되지 못하고 항체의 경우에도 별도의 전달 기술을 접목해야만 한다"며 "ASO는 환자 척추에 주사로 투여하는 '척추강 주사'를 통해 직접 뇌로 전달할 수 있으며 한번 투여하면 뇌에 남아 상당 기간 작용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서 SVG105 추가 기회 모색, 후속 물질 임상 결과 앞둬

박 대표는 이번 기술이전을 통해 계열 내 최초 신약을 개발하는 '퍼스트 인 클래스' 전략이 성공적으로 첫발을 뗐다고 강조했다. 이미 존재하는 치료제보다 더 효과가 좋은 약을 개발하는 '베스트 인 클래스' 전략 대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지만 그만큼 장점이 확실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베스트 인 클래스' 전략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차별성을 보여줘야 파트너십이 가능한데 우리는 '퍼스트 인 클래스' 전략으로 타깃 발굴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비임상 단계에서도 파트너사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SVG105가 아직 전임상 단계의 초기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총 7700억원에 달하는 계약이 성사됐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초기 단계 기술이전도 혁신 기술이라면 빅딜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임상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도 글로벌 파트너십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그는 "초기 단계부터 빅딜을 이뤘다는 건 단순한 기술이전을 넘어 소바젠의 사업 모델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트너사의 적극적인 역할 분담도 이번 계약의 특징 중 하나다. 소바젠이 비임상을 수행하되 안젤리니 파마가 비용을 부담한다. 이후 임상시험계획(IND) 신청부터는 안젤리니 파마가 주도하는 구조다. 소바젠 입장에서는 비임상에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이번 SVG105 기술이전에서 한국, 중국, 대만 지역 권리를 넘기지 않은 데에는 소바젠 측의 전략적 판단이 담겼다. 아시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추가적인 파트너십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안젤리니 파마와는 별도 파트너십을 추진할 계획이다.

소바젠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도 가속화할 계획이다. 또 다른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 후보물질 'SVG103'은 호주에서 임상 1b/2a상이 진행 중이다. 경구용 저분자 화합물 치료제라는 점에서 SVG105와는 또 다른 장점을 지녔다.

내년 상반기 임상 중간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술이전에 나설 방침이다. 후속 물질 기술수출과 더불어 상장에도 나선다.

박 대표는 "기술특례상장을 위해 올해 4분기 기술성 평가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이번 계약으로 회사의 기술력과 사업 모델이 검증된 만큼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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