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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사외이사 역할 중요하다고? 그렇다면 인센티브 필수"김규식 SM엔터 사외이사 "법적 리스크 해소에 사외이사 전문성·독립성 강화돼야"

이돈섭 기자공개 2025-09-26 08:10:34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3일 15시22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진 말을 안 믿을 거면 주식은 왜 산 거야?"

KT&G 대상으로 행동주의를 전개한 FCP의 활동 내역을 기록한 <할말하는 주주>라는 책이 있다. 책에는 이상현 FCP 대표가 해외 헤지펀드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KT&G 문제점을 지적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대표 얘기를 듣던 헤지펀드 관계자는 당신은 문제가 많은 기업에 왜 투자하느냐고 묻는다. 이 대표는 이 관계자를 내려다 보고 커피를 사줘 고맙다고 인사했다. 당시 이 대표의 답답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문장이다.

최근 상법 개정 영향으로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펀드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들은 기업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사회 개편과 사업 재편, 주가 부양 노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펀드의 최종 목표는 그 기업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 펀드들 요구사항에 딱히 틀린 말이 없다곤 하지만 시장에는 단기 수익률 확보 차원에서 생트집을 잡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한다.

<할말하는주주>를 비롯해 다양한 책을 집필한 김규식 SM엔터테인먼트 사외이사(사진)는 지난 22일 여의도에서 더벨과 만나 ''기업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기만 해도 주식은 크게 오를 수 있다"며 "그러려면 이사회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발품을 팔아 취재해 그 결과물을 책으로 낼 정도로 자본시장에 대해 열정을 가진 김 사외이사는 지금도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한 김 사외이사는 사법고시를 패스한 뒤 한동안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변호사로 활동했다. 고등학교 선배인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사장을 통해 자본시장을 접한 것을 계기로 주주 입장에서 기업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을 거치며 우리나라 자본시장 고질적 문제점을 인지하게 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을 설립한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다.

김 사외이사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이슈가 불거졌을 때 삼성물산에 거의 전 재산을 투자하고 있었다"고 회상하면서 "합병비율 등 문제로 상당 규모 손실을 봤고 이것이 시장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분할법인 합병 이슈이 터졌을 때는 운용사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했는데 순식간에 마이너스 20% 손실을 보며 질타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커리어는 코스닥 상장사 파크시스템스에서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주가를 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던 박상일 대표가 주변에 추천을 의뢰해 김 사외이사를 알게 됐다. 2019년부터 올초까지 6년의 재임 기간 파크시스템스 주가와 함께 그의 스톡옵션 가치는 크게 불어났다. SM엔터가 거버넌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던 2023년에는 SM엔터의 신규 사외이사로 기용됐다. 내년 3월 그의 첫 사외이사 임기 만료가 도래한다.

SM엔터와의 인연은 짧지 않다. 그가 법률고문으로 일한 브레인운용은 과거 SM엔터에 대대적 투자를 단행한 적이 있다. 당시 리서치 직원이 어닝 예측에 계속 실패하며 의문을 자아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한참을 들여다본 결과 이수만 당시 총괄 프로듀서 개인 회사로 터널링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22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이 터널링 이슈를 집중 조명했다. 성장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한 경영권 분쟁 끝에 창업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SM엔터를 떠나고 새로운 이사회가 자리잡은 뒤 SM엔터는 팬과 주주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내용의 SM3.0 플랜을 발표했다. 김 사외이사는 "처음 수개월 간 사내외이사 간 거리감이 있었지만 다양한 안건을 심의하며 모두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SM엔터 주가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 시장에는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기업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이사회 적극적 역할 없이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이사회가 그 역할을 다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김 사외이사는 "이사회 충실의무 위반 여부를 기민하게 포착할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다"면서 "전문성과 함께 소속 기업의 이모저모를 깊게 이해하려는 자세도 동반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변호사와 세무사와 같이 지금이 아니더라도 향후 해당 기업 오너와 경영진을 고객으로 만날 가능성이 전무한 전문가들을 이사회에 기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사회 절반 가량을 C레벨 출신 인사로 채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 사외이사가 이상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했다고 평가하는 기업 중 한 곳은 파크시스템스인데 파크시스템스는 사외이사 절반 정도를 타사 C레벨 출신 인사로 구성하고 있다.

인센티브도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법원은 태광산업 EB 발행 관련 소송에서 이사 충실의무 해석과 관련 기존 기조를 유지했다. 상법 개정으로 그 입법 취지에 걸맞은 판단이 나오길 기대했던 시장엔 실망의 목소리가 넘쳐났다. 제도를 만든다고 관례가 없어지는 게 아닌 것처럼 이사회에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스톡옵션은 인센티브의 좋은 수단이다.

김 사외이사는 "사외이사가 직접 자기 돈으로 소속 기업 주식을 매입하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우려가 있는 만큼 스톡옵션 등과 같은 장치를 통해 그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활동에 따른 법적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에서 인센티브 없이 역할 확대만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상장사 중 사외이사에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는 현재 싱가포르의 비스타글로벌자산운용 펀드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외 시장에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만큼 김 사외이사 눈에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문제점이 도드라져 보이기도 한다. 김 사외이사는 "상법 개정 등과 같이 자본시장 개혁 입법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목표"라면서 "본업이 변호사인 만큼 우리나라 기업 거버넌스 개혁에 도움을 주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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