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딜스토리]'피 땀 눈물' 퇴직금으로 세운 에스엔시스…약속 지킨 배재혁 대표①2017년 삼성중공업서 분사…조선업 호황 타고 증시 입성
이정완 기자공개 2025-09-26 08:27:55
[편집자주]
기업공개(IPO)는 주식자본시장(ECM)의 꽃이다. 계속기업으로 공모 시장의 인정을 받고, 투자금을 끌어모아 추가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더벨은 자본시장 생태계 속 살아있는 유기체인 기업이 꼭 거쳐야 하는 IPO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상장의 당위성과 향후 성장 가능성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4일 09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조5000억원. 10년 전 삼성중공업이 기록한 영업적자 수치다. 성공 신화가 지속될 것만 같았던 국내 조선업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하면서 삼성중공업도 자구책 마련을 위해 수를 짜냈다.이렇게 독립해 만들어진 회사가 에스엔시스다. 삼성중공업이 기전사업부를 떼어내기로 하면서 당시 사업부 수장이던 배재혁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창업을 결정했다. 기전사업부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삼성중공업을 떠나면서 받게된 퇴직금을 회사에 투자했다. 삼성중공업 기전사업부는 사원주주회사인 MBO(Management Buy Out) 형태로 재탄생했다.
배재혁 대표는 회사 설립 때부터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다. 자신을 믿고 따라온 직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상장을 최우선 과제로 여겼다. 에스엔시스는 선박 개조 시장을 중심으로 실적을 키우며 적기를 기다렸다. 조선업 호황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2016년부터 분사설…기전팀 직원 과반 '의기투합'
삼성중공업 기전사업부에 분사설이 돌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다. 유가 하락으로 인해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드릴십(심해 원유 시추선)이 악성 재고로 변하면서 2015년 연결 기준 1조5019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3년까지만 해도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벌었지만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 무렵 적자에 처해 있던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삼성중공업 역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야 했다. 2016년 초 당시 주채권은행이던 한국산업은행이 자구계획 제출을 공식 요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가 제출한 자구안에는 비업무용 자산 매각을 비롯 희망퇴직을 포함한 인력 감축 계획이 담겼다.
기전사업부 임직원에겐 결단의 순간이 왔다. 배재혁 당시 상무를 비롯해 주요 임원이 삼성중공업을 떠나 회사를 새로 차리기로 결정했다. 직원들은 대기업 타이틀을 버리고 떠날지 삼성중공업에 남을지 선택해야 했다. 기전사업부 직원 약 60%가 의기투합해 새출발을 함께 하기로 했지만 거제조선소로 이동해 회사에 남거나 다른 대기업으로 이직을 결정한 사람도 있었다. 선박 운항 제어나 전기전자 기술을 다루던 능력을 인정받아 이직도 수월했다.
독립에 참여한 기전사업부 임직원은 대기업 타이틀을 뗀다는 불안감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했다. 회사에 로열티가 높던 핵심 인력이 빠짐없이 모였다. 삼성중공업은 적자였지만 전력을 제어하는 배전반이나 선박 평형수 처리 시스템을 공급하던 기전사업부만 놓고 보면 한 차례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어 창업 후에도 흑자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한달도 채 안돼 자본금 소진…새로운 먹거리 '의기투합'
에스엔시스는 2017년 9월 자본금 40억원으로 설립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분 19%를 보유하면서 회사를 떠나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배재혁 대표를 비롯한 주요 임원진은 사실상 최대주주가 됐다. 배 대표 지분율은 14%였고 정태영 기술개발본부장, 이태영 영업고객본부장, 황외열 경영지원본부장이 각 6%씩 지분을 나눠가졌다. 네 사람의 합산 지분율은 32% 정도였다.
삼성중공업에서 에스엔시스로 옮긴 직원도 주주가 됐다. 분사 때부터 종업원 지주제를 계획한 만큼 90여명의 임직원이 퇴직금이나 개인 자금을 들여 회사 주식을 샀다. 임직원이 회사 종잣돈을 만드는 데 앞장선 셈이다.
배재혁 대표는 창업 초기 직원들을 모아놓고 약속했다. 3~5년 내에 상장해서 투자금 회수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출항 초기부터 순항할 수는 없었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문을 연 지 3주 만에 납입자본금이 모두 고갈될 상황에 처했다. 이런 와중에 금융권의 시선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조선업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출 승인이 어려워진 사례도 있었다.
삼성중공업에 속해 있던 시절에는 회사가 만드는 배에 쓰이는 배전반이나 운항 제어 시스템만 담당하면 됐지만 조선 경기가 장기 침체기에 접어든 탓에 신조 시장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었다.
그래서 찾은 먹거리가 선박 개조였다. 매출이 곧바로 발생하는 점도 개조 사업의 장점이다. 노후 선박이 유지보수나 점검을 위해 드라이 도크(Dry dock)에 들어간 사이 개조 공사를 실시하면 1~2주 사이에 매출로 집계된다. 자금 사정이 급했기에 빠른 수익화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꾸준히 실적을 끌어올리며 기초체력을 다진 덕에 에스엔시스는 분사 후 8년 만에 상장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설립 후 한 차례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고 흑자를 이어갔지만 IPO에서 투자 수요를 모으기 위해선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야 했다.
2020년대 들어 대형 조선소가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조선업에 다시 볕이 들기 시작했다. 삼성중공업도 2023년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바뀌면서 적자를 털어냈다. 에스엔시스는 배전반(파워솔루션), 평형수 처리 시스템(에코솔루션), 운항제어솔루션 등 고르게 구성된 선박 기자재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투심을 공략해 증시 입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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