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구광모 회장의 고민 엿봤다…"20년뒤 노후화부터 걱정"KB금융·LG 등 사외이사 역임한 한종수 교수 "사외이사 역할은 경영진 길라잡이"
홍다원 기자공개 2025-09-26 08:11:07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4일 08시30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벌은 가족 기업이기 때문에 미래를 보는 과감한 투자가 가능한 측면도 있다."바람직한 지배구조는 무엇일까. 아직도 답을 찾기 힘들다. 재벌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대다수이지만 장기 투자, 과감한 투자엔 가족기업의 의사결정 구조가 더 효율적이다.
LG의 사외이사를 지낸 한종수 교수는 구광모 회장에게서 이런 면모도 엿봤다고 귀띔했다. 공장을 지어서 좋겠다고 하자 구 회장은 10년, 20년 뒤 노후화부터 고민을 했다. 이런 경영진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기 위해 사외이사도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학 회계학 교수(사진)는 회계 기준을 오랜 기간 연구해 온 전문가다. KB금융지주부터 LG, 현대커머셜,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을 두루 거친 10년차 사외이사다. 그는 국내 사외이사가 갖춰야 할 중요 역량으로 전문성과 책임감을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외이사가 기업을 파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년차 베테랑 사외이사, "뜻깊은 KB금융 이사회 경험"
한 교수는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이화여대 경영대학 회계학 교수로 몸담고 있다. 금융감독원 회계심의의원회 위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거쳐 한국회계학회 회장으로도 활동했다.
또한 2015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S Interpretation Committee·IFRIC) 위원에 선임됐다.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회계 기준을 만들고 관리하는 기관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에서 6년 넘게 이를 해석하고 개정하는 작업에 임했다.
회계 기준 전문가인 그는 벌써 4개의 기업을 거친 베테랑 사외이사다. 처음 사외이사로서의 러브콜을 받은 건 10년 전인 2015년 KB금융지주로부터였다. 2014년 말 KB금융은 이른바 'KB 사태'로 불리는 관치금융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이후 윤종규 전 회장이 KB금융지주 회장을 맡으면서 지배구조 전면 개편이 이뤄졌다. 취임과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안정화를 추진하는 과정이었다. 한 교수는 "당시 7명이었던 KB금융지주 사외이사가 모두 교체됐다"며 "새롭게 꾸려진 이사회인 만큼 임원에 대한 평가 체계부터 이사회 평가 방식까지 효율적인 이사회 운영을 고민해 나갔다"고 회상했다.
첫 사외이사 경험을 변화의 시기였던 KB금융지주로 시작한 게 행운이었다는 설명이다. 가장 모범적인 이사회 경험 중 하나였다고 회상했다. 그때 KB금융지주 사외이사로서 수립한 감사위원회 및 활동 등은 모범적 지배구조의 예로 학회나 외부의 발표 자료로도 쓰였다.
KB금융지주에서 4년 간 사외이사를 지낸 한 교수는 사임 후 LG 사외이사로 새롭게 선임됐다. 2019년부터 올해 3월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그룹 내 유일 상장사이자 지주사인 KB금융과 다양한 상장 자회사를 거느린 LG에서의 사외이사 활동은 차이가 있었다.
그는 "기업들의 회계 기준에서의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본질적 지배구조에 따라 이사회 운영 방식이 달랐다"며 "KB금융은 회의를 하나 하더라도 전 계열사 사장이 다 배석을 하는 등 자회사 안건에 대한 엄격한 내부통제 체계가 있었다면 LG는 각 상장사들이 이사회를 갖춘 만큼 포트폴리오 관리 등의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사외이사 활동을 하면서 구광모 LG 회장의 통찰력에 감탄했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 공장 여러 개를 한꺼번에 짓고 확장을 결정했을 때 농담 삼아 너무 좋으시겠다고 했더니 구 회장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오히려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이 해당 공장들이 10년, 20년이 지나면 노후화될 것이기 때문에 그때 다시 다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고민스럽다고 말한 것이다.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음이 느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보통 재벌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는 경우가 많지만 일명 가족 기업(Family Business)이기 때문에 미래를 보는 과감한 투자가 가능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 갖추기에는 짧은 임기, 전문성·독립성 '조화 필요'
현재 몸담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역시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 구성원들과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사외이사 모두가 ESG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는 "에너지, 산업, 식량, 재무 등 다양한 역량을 갖춘 이사회 구성원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며 "ESG 경영의 일환으로 친환경 바이오에너지 사업을 위해 인도네시아 팜 농장에도 출장을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활동의 한계점에 대해서도 짚었다. 사외이사는 말 그대로 기업 외 이사이기 때문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인데 그에 비해 임기가 짧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국내 이사회는 독립성을 강조하다보니 임기를 짧게 설정해 놓았다"며 "해당 기업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파악할 때가 될 즈음에 다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사외이사의 역할인 독립성도 중요하지만 전문성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사외이사가 전문성을 갖추고 기업에 대한 지식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간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사외이사의 본질적인 역할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회사를 바라보고 경영진을 위한 책임감 있는 조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외이사가 기업을 대상으로 충분히 시간을 쓸 수 있을 만큼의 제도나 보상이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이 아쉽다"며 "사외이사의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도와줄 수 있는 기업 내부 또는 전문가와의 빠른 소통 시스템 등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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