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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저축은행의 고육지책[thebell note]

유정화 기자공개 2025-09-26 13:04:42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4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페퍼저축은행은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저축은행업계 성공 신화를 써 내려왔다. 호주계 금융기업 페퍼그룹이 2013년 늘푸른저축은행을 인수해 출범한 이후 큰 위기 없이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려왔다. 1700억원에 불과했던 자산은 6년 만에 3조원으로 불어났다.

특히 2018년부턴 3년 연속 전년 대비 30~40% 성장률을 보였다. 2022년 자산 7조원을 넘어서며 한때 저축은행 '빅3'를 넘보기도 했다. 성장을 견인한 건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대출영업 전략이다. 특히 중금리대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러니하게도 키웠던 몸집을 줄이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올들어서만 2번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앞선 희망퇴직으로 올 초 약 100명이 임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500명이 넘었던 임직원 수는 올 6월 말 373명까지 줄었다.

역성장이 시작된 건 2023년부터다. 경기침체로 이전과 같은 공격적 영업이 어려워진 데다 고금리 장기화로 조달 비용이 급격히 늘었다. 반면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저하되면서 이전에 빠르게 늘렸던 대출자산은 독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한파도 악재가 돼 부실채권 규모가 급속히 확대됐다.

과거의 영광은 이제 비용 부담과 부실 자산이라는 그림자를 남겼다. 경기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속에서 조달 비용은 늘고, 차주들의 상환능력은 떨어지며 연체율이 크게 상승했다. 급증한 부실채권과 비대한 조직 구조는 오히려 매각 과정에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페퍼저축은행이 던진 메시지는 단순히 한 저축은행의 위기를 넘어선다. 급격한 성장과 추락의 순환은 업계가 반복해 온 구조적 현실이다. 영업구역 규제가 있는 저축은행업 특성상 대형화가 어렵고, 대출영업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운 구조다. 현실은 냉혹하다.

몸집 줄이기 작업은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비용을 줄여 재도약을 위한 시간을 벌고 있다. 저축은행업을 둘러싼 환경은 과거보다 더 악화됐다. 정부의 규제로 강점인 중금리대출, 주택담보대출 취급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과거 페퍼저축은행은 디지털 기반의 영업 전략으로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저축은행업계 전반이 구조적 한계에 갇혀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보다 유연한 규제와 지원이 절실하다. 위기를 고육지책으로 버티는 지금이 제2의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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