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변신 Before&After]리튬·인도에서 재확인된 장기투자 의지[포스코그룹]③광석·염수 아우르는 리튬 공급망…정공법으로 현지 인프라 구축
이호준 기자공개 2025-09-26 07:53:23
[편집자주]
재계는 변신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한다.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신규투자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그룹의 모태인 주력사업을 팔아 전혀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곳도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주력사업과 캐시카우가 크게 변한 곳도 부지기수다. 더벨은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는 국내 대기업들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조망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4일 16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그룹의 투자는 늘 장기전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과제라도 일단 방향을 정하면 상당한 시간과 자본을 들여 끝까지 밀어붙인다.한때 광권 보유업체와의 계약이 틀어지며 중단될 뻔했던 아르헨티나 리튬 추출 사업은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해 1단계 공장이 준공됐다. 부지를 반납하며 접는 듯했던 인도 일관제철소 프로젝트도 다시 꺼내 들었다. 글로벌 소재·제철 패권 확보를 위한 과제라면 십수 년의 난관도 감수하고 추진하는 게 특유의 체질이다.
◇2017년 중단 위기 이후…광석·염수 아우르는 리튬 공급망 구축
오늘날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아르헨티나, 포스코리튬솔루션,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해 수산화리튬으로 정제하고, 광석리튬 기반 수산화리튬 생산도 병행한다. 수산화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양극재의 핵심 원료다.
기술도 없던 리튬 사업에 뛰어든 건 먼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2010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수백억원을 투입해 염수리튬 고효율 추출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당시 RIST 원장이던 권오준 전 회장은 2014년 포스코 회장에 오른 뒤 이듬해 아르헨티나 살타주 포주엘로스 소금호수에서 상업용 리튬 공장 착공식을 직접 주재했다. 같은 시기 광양제철소에는 광석리튬 기반 수산화리튬 파일럿 라인이 지어져 2017년 국내 최초 상업 생산으로 이어졌다.
이후 시선은 ‘성과가 있느냐’에 쏠렸다. 착공식까지 했던 아르헨티나 프로젝트가 광권 보유업체와의 계약 문제로 지연되는 우여곡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2018년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염호 광권을 인수하며 사업을 재정비했다.
성과는 점차 드러나고 있다. 광양제철소의 수산화리튬 1공장은 2023년 연산 2만1500톤 규모로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같은 해 10월 살타주 구에메스에서는 연산 2만50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공장 준공식도 열렸다.
광양 리튬 공장은 지난해 2공장 증설로 연산 4만3000톤 체제를 갖췄다. 아르헨티나 염수리튬은 올해 하반기 2만5000톤 규모가 추가 준공될 예정이다. 여기에만 1조원이 투입된다. 이어 연 5만톤 규모의 3단계 공장도 적시에 투자해 염수리튬 생산능력을 총 10만톤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염호와 광석을 합친 수산화리튬 생산능력은 연간 14만3000톤에 이른다. 전기차 약 34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수산화리튬 가격이 톤당 7만달러에서 1만달러대로 떨어졌지만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사업과 수직계열화를 이루는 구조가 마련된 것은 분명한 성과다.

◇'백년대계' 첫걸음…정공법으로 현지 인프라 구축
제철 패권을 향한 도전도 재가동됐다. 2000년대 중반 이구택 전 회장이 ‘백년대계’로 규정했던 해외 제철소 투자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도 최대 철강그룹 JSW와의 일관제철소 합작 프로젝트가 있다. 총 80억달러를 투입해 2031년 준공이 목표다. 포스코 몫은 약 20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된다. 과거 인도 오디샤주에서 일관제철소를 짓기로 했지만 주민 반대와 철광석 채굴권 불허로 2017년 철수했던 전례다. 다만 인도의 내수 성장과 인프라 수요를 고려하면 재도전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처럼 M&A로 외형을 키우는 길 대신 현지에서 직접 제철소를 짓는 정공법을 오늘날에도 택했다. 현대제철과 추진 중인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도 같은 맥락이다. 총 58억달러 규모로 포스코는 20% 지분만으로도 6억달러 이상을 부담할 전망이다. 남호주 와일라 제철소 자산 인수 의향도 밝히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중국 비중은 확연히 줄였다. 2006년 제강·열연·냉연까지 갖춘 중국 최초의 스테인리스 일관제철소였던 장자강포항불수강을 세웠지만 올해 7월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 속에 4000억원대에 매각했다. 한때 수백억원의 흑자를 안겨주던 자산이었지만 과감히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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