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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ETF를 움직이는 사람들]새바람 일으킨 'SOL의 아버지' 김정현 본부장후발주자 옛말, 상품·조직·소통 삼박자로 ETF 경쟁력 강화

고은서 기자공개 2025-09-29 15:44:31

[편집자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200조원을 넘어섰다. 포트폴리오 구조를 갖췄으면서도 강력한 환금성을 지닌 덕에 투자자의 시선은 ETF로 향하고 있다. 패시브라는 본질을 감안하면 단순하게 매니저 자리를 시스템이 차지한 상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ETF 시장의 중심엔 사람이 있다. 거시경제 예측과 트렌드 흐름 간파, 흥행 테마 선점, 여기에 세일즈와 마케팅 전략 수립까지 여느 펀드보다 맨파워가 중시된다. 더벨은 ETF 시장의 고속 성장을 이끈 주역들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4일 16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불과 몇 년 사이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한때 소수 투자자만 활용하던 지수 추종 상품은 이제 자산관리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240조원 규모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에서 운용사 간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상품 수를 늘리는 전략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차별화된 전략과 확실한 색깔이 필요하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ETF'는 이러한 시장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성장해온 브랜드다. ETF 사업 초기부터 체계적인 조직 운영과 전략적 상품 출시를 병행하며 시장 내 존재감을 확대했다. 브랜드를 출범시키고 이를 이끄는 중심에는 김정현 ETF사업총괄 본부장이 있다. ETF가 단지 지수 추종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다.


김 본부장은 ETF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전부터 경험을 쌓았다. 커리어 초반 푸르덴셜증권에서 펀드 교육을 담당하며 다양한 투자자와 소통했다. 2008년 11월부로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으로 옮겨 PB와 기관투자자 대상 컨설팅을 맡았다. 당시 ETF는 지금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시장이었다. 그는 초기 ETF 시장의 개척기를 몸소 경험하며 운용사와 투자자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다.

ETF가 지금처럼 자산관리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는 당시로서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그때만 해도 PB조차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교육과 설명이 핵심 과제로 꼽혔다. 이러한 경험은 훗날 그가 신한자산운용에서 ETF 사업을 총괄하며 전략적 사고와 실행력을 발휘하는 밑거름이 됐다.

◇SOL ETF, 후발주자에서 시장 주력 브랜드로

신한자산운용은 2021년 자체 ETF 브랜드 'SOL'을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시장에는 이미 강력한 선두 주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후발주자인 SOL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상품을 늘리는 것 이상의 전략이 필요했다. 김 본부장은 초반부터 조직 구성과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줬다.

그는 ETF를 하나의 독립된 부서가 아닌 회사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형태로 운영했다. 운용, 상품전략, 컨설팅 등 세부팀을 두되 모든 구성원이 상품 기획과 운영 과정에 함께 참여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의사결정이 한층 빨라지고 다양한 의견을 초기에 적극 반영할 수 있게 됐다. 김 본부장은 "구성원별 세부 역할과 책임(R&R)은 상이하지만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며 일체화된 조직으로 운영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출범 이후 SOL ETF는 빠르게 라인업을 확장했다. 초기에는 투자자 관심이 높은 인기 테마와 전략형 상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했고, 이후 세제 혜택과 정책 변화에 발맞춰 상품군을 꾸준히 영역을 넓혔다. 특히 세제 개편이나 정부 정책 변화와 같은 외부 변수를 발 빠르게 반영해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최근 상장한 'SOL 코리아고배당 ETF'가 대표적인 사례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담는 기존 고배당 ETF와 달리 배당성향과 재무건전성이 우수하고 감액 배당 가능성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여기에 세후 실질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설계를 적용해 투자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추구했다.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 경험을 제공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셈이다.

김 본부장은 "ETF 사업은 단기 성과나 외형, 순위, 시장점유율(M/S) 등에 매몰되면 지속 가능성을 잃게 된다"며 "SOL ETF만의 색깔을 유지하며 장기적인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OL ETF의 성장 청사진 '두터운 팬덤'

김 본부장은 ETF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를 '팬덤(Fandom)'이라고 표현한다. 많은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와 상품을 장기적으로 지지하고 신뢰하는 집단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팬덤이 형성되면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기반을 갖출 수 있다.

수익률만을 보고 ETF를 선택한다면 시장 상황에 따라 쉽게 떠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신한자산운용은 그 속에서 그들만의 철학과 전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투자자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상품 기획 단계에서 투자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이유다. 정책 변화와 글로벌 트렌드가 맞물리는 흐름을 읽어 새로운 테마로 연결하고 있다.

내부 역량 강화도 빼놓지 않는다. 김 본부장은 '학습하는 조직'으로의 성장을 강조한다. 모든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지식을 확장하고 연구하는 문화를 지향한다. ETF 시장은 빠르게 변하는 곳이기 때문에 새로운 데이터와 흐름을 끊임없이 학습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김 본부장이 보강하고 싶은 대목도 여기에 있다. 현재도 공부하는 조직을 추구하고 있으나 보다 체계적인 학습 문화를 정착시켜 변화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상품을 발굴하고 시장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려는 구상이다.

ETF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도 SOL ETF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투자자가 'SOL ETF는 확실히 다르다'는 평가를 얻는 것이 목표"라며 "상품 경쟁력과 투자자 소통 측면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TF 시장이 250조원을 앞두고 있는 지금, 신한자산운용은 상품 라인업 확대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 중이다. SOL ETF는 장기적인 신뢰와 관계를 중심에 두고 차별화된 길을 걸으며 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김 본부장이 강조하는 팬덤 전략은 앞으로 ETF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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