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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이사회 한 마디가 안전문제 10가지 바꾼다"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삼성물산·한화에너지 사외이사…'중처법' 부작용 우려

이지혜 기자공개 2025-09-29 08:19:22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5일 11시08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당국이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를 가리켜 엄단하겠다고 밝히고 각종 제재조치를 강구하면서 건설사와 조선사 등 산업재해가 다수 발생하는 업종의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율촌 중대재해센터가 특히 주목받는 배경이다. 검찰 등에서 중대재해 수사경험을 갖춘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60여명 규모를 갖춘 이 센터는 김경수 변호사(사진)가 총괄센터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과거 부산과 대구의 고등검찰청 검사장 등을 지내면서 기업 중대재해 사건을 직접 수사하며 쌓은 경험이 바탕이 됐다.

김 변호사가 검사로서 축적한, 그리고 율촌 중대재해센터 변호사로서 쌓은 경험은 기업으로도 전파되고 있다. 그가 한화에너지와 삼성물산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어서다. 덕분에 안전보건 보고체계 강화, 관련 평가 기준 정립, 빠르고 적절한 사고 대응조치 등이 이뤄질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사회 지적 하나에 20가지 바뀐다"

기업 이사회가 안전보건 문제에 직접 개입하기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이사진이 현장을 시찰하기 어렵고 안전관리체계를 전면 점검할 권한도 없다. 법적으로 보장된 이사회의 안전보건활동은 연초에 대표이사가 수립한 안전보건계획을 보고받고 승인하는 일 정도다.

그렇다면 안전보건과 관련해 이사회의 비중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까. 김 변호사는 여기에 선을 그었다.

그는 “현실적 한계가 있는 것은 맞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 시선으로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점검하며 빠뜨린 부분을 챙겨줄 수 있는 것도 이사회”라며 “이사회가 단 한 가지만 지적해도 쉽게 넘어가려던 사안들이 10가지, 20가지 해결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안전보건 관련 평가기준 정립과 안전조직 활성화 등에 이사회가 기여할 지점이 많다고 바라본다.

이사회는 최고안전책임자(CSO) 등으로부터 안전보건관리체계와 실적 등을 보고받고 회사 규모에 비해 예산과 인력 수준이 적정한지 판단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를 통해 안전조직의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산재사고 예방 및 수습에 있어서 인사평가가 안전관리 성과와 연계되어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평가기준을 정립하는 것도 이사회의 중요한 역할로 꼽힌다. 김 변호사는 “전문가가 이사회에 참여하면 안전보건 문제를 대하는 경영진의 태도가 바뀐다”며 “이사회를 통해 최근 빈발하는 산재 사례 등을 빠르게 전파해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현장 한계 인정해야…"안전의식 제고는 시간 필요해"

중대재해센터에서 활동하며 김 변호사가 기업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무엇일까. 바로 ‘이 정도 준비하고 이행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나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불명확성이 있다. 사업의 특성과 규모를 고려해 사실상 자율적으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사고 발생 시 체계가 적절했는지 사후적으로 확인하는 구조라서다.

기업들이 CSO(최고안전책임자) 선임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변호사는 “전문지식이 있는 CSO에게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법정에서 인정돼 CEO의 책임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며 “그만큼 기업이 안전보건에 비중을 둬 많은 자원을 할당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보건관리체계가 뛰어나더라도 현장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건설, 조선 등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업종은 비정형화한 업무가 많고 외국인 비숙련공을 중심으로 직원이 자주 교체된다는 특징이 있다”며 “사람이 자주 바뀌다보니 교육을 통해 안전보건이 현장문화로 정착하기가 어려워 휴먼에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보다 한국의 산재율이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OECD 주요 선진국의 건설사는 데이터센터 등 고부가가치 건물을 주로 수주해서 짓는데 여기에는 오랜 기간 안전교육을 받은 전문가가 투입된다.

반면 한국 건설사는 아파트 등 주택건설과 토목사업을 주력으로 삼는다. 이런 현장에는 전문가보다는 외국인 노동자 중심의 비숙련공이 투입된다. 문제는 이들의 안전의식이 전문가보다 낮다 보니 단기간에 산재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김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강력한 시행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산재 사고 발생 시 산업안전보건법, 업무상 과실치상 외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유능한 경영진의 유입을 막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경영진이 산업안전의 근본취지를 시행하기보다 법적으로 처벌을 회피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안전에만 치우친다면 기업이 생존하기 어려워진다”며 “선진국도 100년, 200년 걸려 산업안전을 정착시킨 만큼 우리도 사회의 선진화, 산업의 고도화 수준에 맞게 시간을 들여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의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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