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9월 26일 07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ETF 시장은 오랫동안 특정 브랜드의 무대였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가 시장을 양분하고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그 뒤를 좇았다. 투자자들은 익숙한 이름만 보고 ETF를 검색하고 매수했다. ETF는 곧 브랜드였고, 그 브랜드가 곧 신뢰였다.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신한자산운용은 묵묵히 자신들만의 길을 걸었다. 시장 점유율에 연연해하지 않고 ETF마다 이야기와 방향성을 담는 데 집중했다. 투자자가 왜 이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이 같은 전략은 최근 결실을 맺었다. 신한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은 10조원을 넘어섰다. 2021년 'SOL' 브랜드를 출범시킨 지 4년 만이다. 지난해 말 5조3000억원 수준이던 규모가 9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커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신한이 이런 ETF를 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ETF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성장의 밑바탕에는 조직의 움직임이 있다. 운용, 상품, 마케팅 세 조직이 하나의 팀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운용 전략이 상품 전략으로 이어지고 상품 전략은 다시 마케팅으로 확장된다. 모든 과정이 하나의 흐름처럼 연결되면서 ETF의 방향성과 메시지가 일관성을 갖게 된다. 내부 관계자는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 중심에는 '아르테 악티바(Arete Activa)'라는 다짐이 있다. ETF 본부의 카톡방 이름이기도 한 이 말은 신한자산운용이 어떤 생각으로 상품을 만들고 시장과 소통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비롯된 '아르테'는 탁월함을 뜻한다. '악티바'는 행동을 상징한다. 충분히 고민하고 검증한 뒤에는 지체 없이 행동으로 옮긴다는 의지를 담았다.
10조원이라는 숫자는 결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후발주자로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켜온 철학과 원칙이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아르테 악티바'는 조직 안에서 지켜온 약속이자 스스로를 다잡는 기준이었다.
ETF 시장은 오늘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 속에서 신한자산운용이 보여줄 다음 행보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방향을 정한 뒤에는 지체 없이 행동한다는 그들의 약속만은 분명하다. 이 철학이 흔들리지 않는 한, 10조원을 넘어선 신한자산운용의 성장은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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