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래쉬운용 슈퍼루키 리턴즈]여전한 투자 철학, 숫자 매력보다 구조적 흐름 '초점'②전통적 가치투자 스타일 '글쎄'…정량 지표보다 블래쉬식 정성 투자 지향
이명관 기자공개 2025-10-13 15:19:42
[편집자주]
블래쉬자산운용은 2020년대 초중반, 신생 하우스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한 운용사로 꼽힌다. 공격적 전략과 집중도 높은 운용 방식으로 수익률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하지만 2023년 2차전지 섹터에 대한 대대적 숏 포지션이 다소 이른 시점에 설정되면서 한동안 과거 위상에 걸맞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 뒤 전략 전환과 내부 시스템 정비를 통해 회복의 단초를 마련했고, 올해 주식형 펀드마다 10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반등에 성공했다. 더벨은 블래쉬운용의 발빠른 재기 과정과 향후 재도약 여력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9일 13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간 주춤했던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이미 회복됐다. 하지만 블래쉬자산운용은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기업의 구조와 내부 역량에 집중하는 투자 기준을 견지하면서 숫자로 보이는 저평가보다는 성장성과 경영 역량, 조직 방향성에 초점을 맞춰 투자처를 발굴해 나가고 있다.펀드 운용 측면에서 전통적인 가치투자 스타일을 지양하고 있다. 지표상 저평가돼 보이는 기업보다는 지금은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갖고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회사를 선호한다. 산업의 구조적 흐름과 기업 내부의 변화 가능성에 집중한다.
◇숫자보다 구조…투자 판단의 기준

산업이 성장세를 마감하고 하락 사이클에 들어선 기업들은 실적이 악화되는데도 일부 투자 지표는 오히려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주가는 하락하면서 PER이 낮아진다.
과거 이익 수준을 기준으로 보면 PER이 낮게 보일 수 있지만, 이익이 계속 줄고 있다면 이는 일시적인 저평가가 아니라 구조적 하락의 신호일 수 있다. 겉으로는 밸류가 매력적으로 보이더라도, 블래쉬운용은 이 구간을 투자 적기가 아닌 회피 구간으로 해석한다. 숫자상의 매력보다 구조적 흐름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경영진 역량도 핵심 판단 요소다. 시대 변화에 무감각한 지배주주, 인재 이탈이 지속되는 조직, 전략 없이 유지되는 사업구조 등은 해당 투자처를 배제할 수밖에 없는 주요 사유다. 겉보기에는 저평가된 종목처럼 보여도 본질적으로는 구조적으로 개선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게 블래쉬운용의 시각이다.
다만 저평가 종목을 무조건 배제하지는 않는다. 일시적으로 시장 내 오해나 특정 이벤트 리스크로 인해 주가가 낮아진 기업의 경우엔 탐방을 통해 오히려 구조 개선의 단서를 포착하기도 한다. 블래쉬운용은 이를 해석 가능한 저평가로 분류한다. 이 때 경영진의 사업 전략과 내부 인력의 실행력이 확인되면 투자로 이어진다.
실제 블래쉬운용이 투자했던 한 소비재 업체는 과거 브랜드 이미지 퇴화와 매출 정체로 시장의 주목을 잃었던 상태였다. 이 회사는 2023~2024년 연속으로 이익이 감소했고, 오너 2세 승계 논란이 불거지면서 기관 투자자의 이탈도 있었다. 하지만 블래쉬운용 내부 리서치팀은 기업 내부의 리브랜딩 계획, 신임 대표 및 외부 전문 경영인 영입, 그리고 상품 라인업 개편 전략 등이 실제로 작동 가능한 수준이라는 정황을 파악했다.
예컨대 주요 사업부장급 인사를 외부에서 영입했고, 브랜드 리뉴얼과 마케팅 재정비 계획이 내부 보고서에 상세히 담겨 있었다. 블래쉬운용은 이 흐름을 숫자로만 판단하지 않았다. PER이나 PBR이 낮아 보였던 이 기업을 단순 저평가 종목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리브랜딩 전략과 조직 보강의 현실성이 확인된 순간, 구조 전환 가능성이 열렸다고 봤다. 숫자는 투자 진입의 전제 중 하나였지만, 결정 기준은 구조 분석이었다. 숫자는 투자 진입의 전제 중 하나였지만, 결정 기준은 구조 분석이었다.
◇ 기업 탐방, 조직문화 분석…리서치의 핵심은 ‘사람’
블래쉬운용의 리서치는 정량보다 정성 중심이다. 숫자가 말하지 못하는 기업의 내부 분위기, 경영자의 언어, 직원들의 동선 등을 관찰한다. 탐방은 단순 정보 수집이 아니라 전략 검증의 출발점이다. 탐방 중 던져지는 경영진의 한 문장이 전체 투자 판단을 뒤집는 경우도 있다.
기업 탐방은 사전질문지, IR자료, 경쟁사 비교자료 등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단순 발표형 미팅은 지양하고, 임직원과의 비공식 인터뷰, 현장 조직 문화 확인, 업무 동선 파악까지 리서치 항목에 포함된다. 탐방 중 직원이 어떤 용어를 쓰는지, 경영진이 어떤 키워드를 반복하는지도 분석 대상이다.
특히 경영진이 리스크 요인을 얼마나 투명하게 언급하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기본적으로 단점이 없는 기업은 없다는 게 백 대표의 생각이다. 백 대표는 "리스크를 감추기보다 관리 가능한 방식으로 설명하는 경영진을 선호한다"며 "반대로 장점만을 강조하고 리스크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보이는 기업은 정량지표와 무관하게 제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리서치 자료는 개별 운용역의 판단에 맡기지 않는다. 모든 탐방 내용은 전사 데이버베이스(DB)로 관리된다. 이후 투자심의 과정에서 타 운용역과 분석역 간 교차 검증이 이뤄진다. 매주 열리는 정기 투자회의에서는 각 산업별 트렌드뿐 아니라 탐방 기업의 조직 내 문화에 대한 평가도 공유된다. 운용역 개개인의 판단이 아닌, 조직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투자 판단이 이뤄지도록 구조화돼 있다.
산업 분석도 단기 테마보다 구조적 성장성에 초점을 둔다. 반도체처럼 명확한 사이클을 가진 산업도 구조적 우위를 가진 기업에 집중한다. 예컨대 특정 기술에 기반한 소부장 업체, 지적재산권(IP) 보유력이 강한 기업 등은 밸류보다 구조적 경쟁력이 우선 고려된다. 바이오, 콘텐츠, 엔터 등 고성장 섹터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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