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딜스토리]에스엔시스,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투심 확보③2년전 상장 추진 결단…기관 의무보유 확약률 30% '육박'
이정완 기자공개 2025-10-01 08:06:00
[편집자주]
기업공개(IPO)는 주식자본시장(ECM)의 꽃이다. 계속기업으로 공모 시장의 인정을 받고, 투자금을 끌어모아 추가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더벨은 자본시장 생태계 속 살아있는 유기체인 기업이 꼭 거쳐야 하는 IPO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상장의 당위성과 향후 성장 가능성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9일 07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스엔시스는 2020년대 들어 새로 배를 건조하는 신조와 노후 선박에 친환경 설비를 공급하는 개조 시장을 동시 공략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생산능력(CAPA) 확대와 중국 조선 시장 진출을 고민하다가 기업공개(IPO)가 해법이란 결단을 내렸다.상장 절차를 진행하다 보니 조선 기자재 분야를 생소하게 여기는 투자자도 많았다. 에스엔시스는 IR(Investor Relations) 과정에서 조선업 사이클과 무관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점을 어필했다. 배전반부터 선박 평형수 처리 시스템, 운항 제어까지 매출처를 다변화한 만큼 투자자 별로 관심을 갖는 사업군도 달랐다는 후문이다.
◇IPO 통해 캐파 확대·중국 진출 구상
2020년대 들어 에스엔시스 실적은 지속 우상향 기조를 이어왔다. 선박 평형수 처리 시스템(BWMS)를 바탕으로 한 에코솔루션 사업은 물론 조선업이 다시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배전반을 중심으로 파워솔루션 사업도 성장했다. 2020년 105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1년 125억원, 2022년 174억원까지 증가했다. 2017년 삼성중공업에서 독립한 뒤 최대 이익이었다.
지속 늘어나던 영업이익은 2023년 158억원으로 전년 대비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무렵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R&D(연구·개발)에 힘을 실으면서 수익성에 영향을 끼쳤다. 2023년 연구개발비는 43억원으로 전년 32억원 대비 10억원 넘게 늘었다.

조선업에 다시 호황이 찾아왔지만 전사 차원에서 미래 전략을 구상하는 시기로 삼았다. 선박 평형수 처리 장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기존 대형 선박에 집중하던 것을 중소형 선박으로 확대하고 고압 배전반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새로 개발에 나섰다. 중소형 시장을 겨냥한 건 세계 최대 조선시장인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선 공모자금이 필요했다. 기업공개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생산능력 확충에 사용하기로 했다. 에코솔루션과 파워솔루션은 물론 운항 제어 솔루션처럼 외국 회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분야까지 뛰어들었는데 당시 캐파로는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과거 스팩 합병 제안 받기도…3000억 밸류로 증시 입성
상장 준비 작업은 지난해 초부터 가속화됐다. 여러 증권사의 제안을 들어본 끝에 신한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택했다. 사실 에스엔시스는 과거에도 증시 입성을 위해 투자은행(IB)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 때는 조선업이 살아나기 전이었기에 스팩(SPAC) 합병을 통해 수요예측 없이 상장을 권하는 곳도 있었다. 공모규모나 상장 후 밸류를 고려했을 때 회사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제안이었다.
전방 산업 분위기가 바뀌면서 속전속결로 IPO를 진행할 수 있었다. 에스엔시스는 주관사를 선정한 지 약 1년 만인 지난 4월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안정적인 수익성을 바탕으로 청구 두 달 만인 6월 승인 결과를 획득했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IR 과정에선 조선 기자재 사업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수퍼 사이클에 진입한 조선업에 대한 관심은 컸는데 기자재는 생소하게 받아 들였다.
에스엔시스는 설립 초기부터 개조와 신조 시장을 동시에 키운 덕에 업황과 무관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투자자 별로 흥미를 갖는 사업군이 달랐다. 최근 주식시장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한 AI(인공지능)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큰 투자자는 운항 제어 솔루션에 대해 물었고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큰 투자자는 평형수 처리 시스템이나 이중연료 추진 제어 장치 사업에 대해 궁금해했다.
수요예측을 앞두고 호재도 따랐다.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해 제안한 '마스가(MASGA)'로 인해 향후 기자재로 훈풍이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왔다. 에스엔시스보다 먼저 상장한 대한조선 역시 주가가 지속 상승하며 투심에 힘을 실어줬다.
이 덕에 에스엔시스에 장기 보유를 약속한 투자자가 30%에 육박했다. 전체 수요예측 신청 물량 기준 27.4%가 의무 보유를 확약했다. 3개월 확약이 12%, 6개월 확약이 4%를 기록할 정도로 보유 기간을 늘려서라도 주식을 받으려는 기관투자자가 많았다. 일반 청약에서도 10조5000억원 규모 증거금을 기록해 흥행에 성공했다.
에스엔시스는 희망 밴드 상단인 3만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해 시가총액 2832억원으로 지난 8월 증시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주가가 50% 상승한 뒤 꾸준히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 초 중국 와츠(Watts)그룹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 선주사 캐나다 시스팬(Seaspan)에 이중연료 제어장치 독점 공급하는 전략적 사업제휴(MOU)를 체결하며 중국 공략과 친환경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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