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XT]"밸류업 정책, 한국 투자은행 진일보 계기"브라이언 송 달튼인베 대표 "자본 효율성 상승, 신규 투자 유입"
안정문 기자공개 2025-09-29 07:53:32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6일 14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기업의 총주주수익률(TSR)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합쳐도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자본수익률에 미치지 못했다. 경영자가 확신을 갖고 투자를 진행한다면 주주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한국 시장에는 이런 투명성이 부족했다."브라이언 송 달튼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사진)는 26일 더벨이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THE NEXT Corporate Governance Conference 2025’에서 상법 개정 후 투자은행 전망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브라이언 송(송기석) 대표는 20여년에 걸쳐 IB업무를 수행한 인물이다. 한국은행 연구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헤드 오브 리서치, SK디스커버리 및 SK바이오사이언스 가치혁신실장 등을 맡은 바 있다.
송 대표는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과제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Value-up(밸류업) 정책이 향후 투자은행(IB) 산업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자본시장은 저평가와 낮은 자본 효율성, 지배구조 미흡이라는 장기 과제를 안고 있지만 밸류업 정책을 계기로 투자은행 산업의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먼저 한국 IB 산업의 성장 궤적을 짚었다. 한국 IB 산업은 지난 30여 년에 걸쳐 세일즈&트레이딩, 주식·채권 인수(언더라이팅), 자문, 리서치, 자산운용 등 전 영역에서 꾸준히 외형을 확대해왔다. 증권사 자산은 200년 30~40조원에서 20년에 걸쳐 연평균 12%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년 680조원까지 성장했다.
채권 시장의 연간 발행 규모는 2001년 100조원을 밑돌았지만 2023년에는 250조원을 넘어섰으며 정부채 중심에서 회사채 발행도 확대되는 추세다. IPO 시장 역시 2021~2022년의 활황을 거친 후 연간 5조원 규모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외형 성과에도 불구하고 질적 성장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 송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한국 자본시장은 선진국 대비 투하자본수익률(ROIC),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자본 효율성이 낮고, 주주환원율도 충분치 않다”며 “총주주수익률(TSR)이 기업의 자본비용을 밑돌고 있어 투자자들이 만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사회 등 지배구조 문제도 언급됐다. 송 대표는 “많은 기업의 이사회가 여전히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소액주주보다는 기업집단의 이해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한국 증시의 만성적인 저평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 증시의 PBR은 1배 미만에 머물러 글로벌 평균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정책의 주요 내용을 △배당 확대 및 자사주 소각 활성화 △상법 개정에 따른 이사회 책임 강화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누적투표제 적용 △세제 인센티브 부여 등이다.
송 대표는 밸류업을 ‘게임 체인저’로 평가했다. 그는 “2024년 1차 상법 개정으로 신의성실·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가 확대 적용됐고 3%룰이 도입됐다”며 “이는 지배주주 일방적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소액주주의 의견을 반영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2차 개정에서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포함돼 소액주주 권한을 넓혔고 앞으로 3차 개정에서는 자사주 소각과 의무공개매수제가 논의될 것”이라며 제도 변화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 전체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누적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액주주 보호가 실질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며 “의무공개매수제 역시 대주주 지배력 강화보다는 소액주주 권익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평가했다.
송 대표는 밸류업과 관련해 일본의 변화를 강조했다. 일본은 2010년대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배당·자사주 확대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에 나섰고 그 결과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2014년 1만5000 부근에서 2025년 9월 4만5000을 넘어서며 10년 만에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송 대표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배당·자사주 확대,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가 선순환을 만든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일본 기업의 사외이사 비율은 2015년 12%에서 2023년 95%까지 확대됐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 규모도 2024년에는 2010년 대비 4.8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송 대표는 한국도 비슷한 흐름을 밟을 경우 증시 저평가 해소와 자본시장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발표에 따르면 밸류업 정책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게 되면 △비효율 기업의 퇴출 △주주환원 확대를 통한 자본 효율성 개선 △PER·PBR 개선에 따른 밸류에이션 정상화 △해외 자본 유입 확대 등이 기대된다. 새로운 자본 유입과 밸류에이션 반등이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송 대표는 “한국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주주환원 여력은 충분하다”며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가 이뤄질 경우 해외 투자자 신뢰 회복과 신규 투자 유입이 뒤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M&A, IPO 자문 수요가 늘어나고 구조화 금융·해외 자본과의 협력 기회도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과의 공동 딜, 사모펀드·연기금과의 협업 등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가 투자은행 산업에도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봤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제 밸류업 지니(램프의 요정)는 이미리병에서 나왔고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다”며 “한국 자본시장과 투자은행업의 도약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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