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9월 30일 08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쳤어?' 지난 여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상장지수펀드)사업본부 내에서 고분배 커버드콜 상품 출시 논의를 꺼냈을 때 박현주 회장은 이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경쟁사 모두가 연 분배율 20%를 훌쩍 넘는 커버드콜을 출시하고 있으니 우리도 출시를 검토해볼 만하다는 사업부 주장을 한 마디로 정리해버린 셈이다.그의 혐오에 가까운 고분배 상품에 대한 경계는 일본 시장과 관련이 깊다. 일본 자본시장 투자상품 시장은 한국보다 몇 발짝 앞서있다. ETF만 해도 올해 순자산총액 100조엔을 돌파하는 등 국내 대비 5배 정도 크다. 그러나 그런 일본 시장에서도 과거 인컴형 상품 중 고배당 상품이 앞다퉈 출시되면서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결과를 맞은 전례가 있다. 즉 한국 만큼은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이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인 듯하다.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저분배 커버드콜을 꺼내놓고 있다. 지난주 연 분배 한도 7%를 타깃한 상품 'TIGER 7% 위클리커버드콜' ETF 시리즈를 상장했다. 기초자산의 성장성을 고려해 7% 분배율 책정이 적합하며 원금을 녹이는 리스크를 지지 않는 '지속가능한 인출 솔루션' 적용을 강조했다.
최근 상황은 시장 유행을 거슬러 가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되려 유리하게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자산운용사의 커버드콜 ETF 전수조사에 나섰다. 고분배 타이틀을 내건 상품들이 투자자에게 위험고지가 제대로 돼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이찬진 감독원장도 ETF 시장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감독원 개편 시도가 일단락 되며 원의 힘이 건재하게 된 가운데 이 이슈는 하루이틀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이 일명 '마라맛' 커버드콜 상품 전쟁 속에 참전하지 않은 게 향후 어떤 성과로 돌아올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중요한 건 운용사의 이 정책 안에 회장의 일관된 생각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국내 1위 자산운용사로서 자본시장 문화를 바로잡겠다는 고고한 자존심에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특히 KPI를 위해 점유율에 집중하느라 상품 및 마케팅 정책을 이랬다, 저랬다 반복해야만 하는 하우스가 보기에 이러한 뚝심은 마냥 부러운 요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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