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커지는 KDDX 수주전]'코너 몰린' HD현중, 감점 연장에 법적투쟁 '배수진'방사청 "보안감점 1년 연장"…경쟁입찰 땐 불리, 상생협력안 나와도 명분 실종
이호준 기자공개 2025-10-13 15:52:00
[편집자주]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의 보안 벌점 적용 기간을 1년 연장했다. KDDX 사업 방식을 둘러싸고 업계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예고 없이 내려진 조치다. 한화오션은 그간 기밀 유출을 이유로 경쟁입찰을 요구해 왔고, 이번 결정은 사실상 한화오션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HD현대중공업은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벨은 양사의 명분과 실익이 걸린 이번 수주전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0월 01일 14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갈등이 다시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올해 11월 종료 예정이던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적용 기간을 내년 12월까지 1년 넘게 연장하면서다. HD현대중공업은 즉각 이의를 제기하며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HD현대중공업으로선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번 조치는 한화오션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인 데다, 이후 한화오션의 요구대로 KDDX 사업이 경쟁입찰로 전환될 경우 보안감점이 그대로 반영돼 평가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방사청이 양사 협력을 전제로 한 상생협력안을 제시하더라도 이는 불리한 전제 위에서 협력을 강요받는 꼴이라 사실상 수용하기 어렵다. 실익과 체면 모두 잃는 선택이 되기 때문에 일단 어떻게든 이번 조치를 철회시켜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HD현중 “납득 불가"…보안감점 연장에 법적 대응 카드까지
방사청은 전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법률 검토 결과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보안 벌점 적용 기한을 내년 12월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보관하던 KDDX 개념설계 자료를 불법으로 확보한 혐의로 직원 9명이 기소됐다. 이 중 8명은 2022년 11월 1심 판결로 형이 확정됐고, 검찰이 항소한 나머지 1명은 2023년 12월에 유죄가 최종 확정됐다. 방사청은 이를 별도의 사건으로 분리해 판단해 논란을 빚었다.
당초 방사청은 최초 확정일을 기준으로 3년간 보안감점을 적용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경우 오는 11월 18일을 기점으로 기존 1.8점 감점 조치가 종료된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항소심 확정일을 기준 삼아 내년 12월까지 감점 적용이 연장된다.
HD현대중공업은 즉각 반발했다. 전날 오후 늦게 발표한 입장문에서 “감점 종료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새로운 정황이나 법적 근거도 없이 사건을 별개로 규정해 일방적으로 연장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어 “방사청은 당사에 의견 제출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며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고 재검토를 요청하는 동시에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막다른 길에서 최후의 카드인 법적 대응까지 꺼낸 셈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년여간 KDDX 사업을 둘러싼 한화오션의 경쟁입찰 전환 압박 속에서 점차 코너에 몰렸다.
한화오션은 재작년 감사원 국민감사청구를 비롯해 지난해 고발 설명회까지 열며 HD현대중공업의 수주 자격을 문제 삼아왔다. 올해 들어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방부 장관, 방사청 분과위원들이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며 힘을 보탰다. 이 과정에서 KDDX 수의계약 안건은 올해만 네 차례 방사청 분과위 상정이 무산됐다.
이번 보안감점 적용 연장으로 한화오션의 입장은 더 강화됐다.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한화오션의 압박과 논리가 결과적으로 관철된 셈인 데다, 이후 한화오션의 요구대로 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가 경쟁입찰로 전환될 경우 한화오션에 유리한 국면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오션은 2023년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건조사업에서도 최종 점수 0.1422점 차로 HD현대중공업을 제치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당시에도 보안감점이 당락을 가른 변수였다.

◇상생협력안도 받기 어려워져…갈수록 꼬여가는 수주전
HD현대중공업으로선 이번 조치를 필사적으로 되돌려야 하는 국면에 처했다. 보안감점을 안고 있는 이상 방사청이 꺼낼 수 있는 상생협력안조차 사실상 받아들이기 힘든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앞서 방사청은 양측의 과열 경쟁에 2년여 가까이 지연된 KDDX 사업을 명분 삼아 양강 구도를 완화하기 위한 공동 건조 방안 등을 검토해 왔다. HD현대중공업은 자사의 수의계약을 전제로 한 상생협력에 일정 부분 수용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으나 이번 보안감점 연장이 얹히면서 의미가 달라졌다.
상생협력안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타협안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 이후 상생협력에 참여하는 것은 불리한 조건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셈이 된다. 방산업에서 신뢰와 평판은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HD현대중공업은 ‘보안사고 연루 업체’라는 꼬리표를 1년여간 더 지게 되는 부담도 떠안게 된다.
때문에 이의제기, 법적 대응 등 모든 수단을 통해 보안감점 연장을 철회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방사청의 보안감점 연장 발표는 아직 공식 처분이 아닌 공표 단계로, 실제 행정 절차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KDDX 사업은 총 7조8000억원 규모로,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산화해 6척을 건조하는 첫 대형 구축함 사업이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아왔다.
통상대로라면 기본설계 사업자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KDDX 사업방식 결정을 앞두고 경쟁입찰을 꾸준히 요구해 온 한화오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보안감점 연장 조치까지 겹치면서 KDDX 수주전은 다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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