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전략 분석]한온시스템 유증의 숨은 맥락…’자산화율 정상화’연구개발비 자산화 비중 60%→46%로, 수익성 하락 감수…회계투명성 확보 작업
고진영 기자공개 2025-10-13 08:17:40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0월 02일 11시23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온시스템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회계 방식도 바꿔야 한다.”올 초 한온시스템을 인수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경영전략 회의에서 강조했던 이야기다. 최근 한온시스템이 결정한 대규모 유상증자와 맞물리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한온시스템 유증의 가장 큰 이유는 차입 상환이지만 수익성 악화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한온시스템이 상반기 순손실을 낸 배경엔 회계정책의 보수적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당장의 성과를 포기하더라도 연구개발(R&D) 비용처리를 정상화하겠다는 목적이다.
한온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발표한 총 9000억원 규모의 유증은 올 연말까지 자금 납입을 마무리한다. 이중 대부분인 8000억원을 차입금을 갚는 데 쓰기로 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이 4.4배가 되면서 등급하향 트리거인 3배를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EBITDA 감소와 함께 순손익도 적자가 이어졌다.
올 상반기 한온시스템의 순손실 규모는 377억원이다. 상반기 매출은 4조96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0% 남짓 증가했지만 이익 창출로 이어지지 못했다. 순손익에 가장 큰 부담은 이자비용이다. 연간 2000억원 이상을 이자로 지출하고 있다. 다만 이런 이자 부담은 수년째 고질적 이슈였고 한앤컴퍼니 인수 이후론 새로운 짐이 늘었다. R&D 비용이다.

한온시스템은 고객사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연구개발 활동을 계속해왔다. 2024년 기준 연구개발비용은 4893억원에 달했다. R&D비용은 원칙적으론 즉시 비용으로 처리하지만 개발 단계에서 향후 경제적 효익이 예상되는 때는 무형자산(개발비)으로 인식할 수 있다. 자산화율은 R&D비용 중 이렇게 자산으로 잡힌 비중을 뜻한다.
따라서 자산화율이 높을수록 현재 비용으로 반영되는 금액은 줄어들고 자산이 늘어나다 보니, 그만큼 손익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개발비는 내용 연수에 따라 감가상각되기 때문에 이후 부담을 키우게 된다.
한온시스템의 경우 연구개발비 자산화율이 2014년 이전에는 20% 수준이었지만, 그 뒤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인수하면서 40~60%로 훌쩍 뛰었다. 일반적인 제조업종의 자산화율이 2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지게 높은 수치다.
하지만 한온시스템의 주인이 다시 한국타이어로 바뀐 이후론 지나치게 높은 자산화 비중을 정상화하기 위한 단계적 조정을 진행 중이다. 자산화를 과도하게 인식한 탓에 왜곡이 일어났던 재무제표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조현범 회장이 언급했던 회계방식의 변화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온시스템은 올 상반기 연구개발비 2147억원 중 45.7%(981억원)를 자산으로 인식하고 나머지는 경상개발비로 비용처리했다. 작년 6월 말 자산화율이 59.6%였으니 14%p 남짓이 낮아진 셈이다.

하지만 이런 자산화율 조정은 회계적 투명성을 가져다주는 대신 판관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한온시스템은 상반기 자산화 비중을 낮춘 결과 604억원의 경상개발비가 증가했다. 회계 기준을 그대로 뒀더라면 227억원의 순이익을 낼 수 있었지만 자산화율을 축소하면서 순손실이 불가피했다.
한온시스템은 과거 연이은 인수합병으로 연구개발 조직이 확대되고 이 탓에 생긴 중복투자 등 비효율에 대해서도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6월 말 연구개발비는 전년 동기보다 5.3% 줄었고 올해 온기 기준으론 4300억원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다. 2024년과 비교하면 12% 적다.

회사 측은 “연구개발비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가상각으로 비용을 인식되기 때문에 (자산화율을 축소해도) 장기적 관점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같다”며 “회계 정책을 바꾸는 목적은 투자자들의 회계적 비교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하락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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