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라운지 토크]서울벤처포럼, 25년째 매달 모여 '품앗이 세미나'20여개 회원사, 순번 정해 호스트 담당…네트워킹 역할도 톡톡히
최윤신 기자공개 2025-10-02 07:50:52
[편집자주]
벤처캐피탈(VC)업은 관계의 비즈니스다. 출자자에게서 돈을 모아 스타트업에 투자해 성장을 지원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네트워크다. 심사역은 물론이고 관리역도 네트워크에 심혈을 쏟는다. 출자자와 포트폴리오기업은 기본이고 다른 VC의 심사역과의 소통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가벼운 네트워킹이 때로는 역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더벨이 소소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농도 깊은 VC업계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 기사는 2025년 10월 01일 09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의 기술과 산업을 내다보고 투자해야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들에게 '공부'는 필수다. 심사역들은 끊임없이 포럼과 세미나를 찾아다니며 기술의 변화상을 공부하고 인사이트를 얻기위해 노력한다. VC들간의 모임이 활발한 이유는 네트워킹도 있지만 서로간의 인사이트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대다수의 모임은 '스터디'의 형식 보다는 저녁 만찬 등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만 정기적인 '세미나'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벤처캐피탈리스트의 모임도 있어 이목을 모은다. 20여곳의 VC가 함께하는 '서울벤처포럼'은 지난 25년간 매달 세미나를 개최하며 투자 인사이트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특히 회원들의 '품앗이' 형태로 오랜기간을 운영해왔다는 점에서 뜻깊다는 평가다.
◇강북지역 VC 스터디 모임으로 시작
지난 9월 17일 오후 4시. 서울 대치동 얼머스인베스트먼트 대회의실에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폭우를 뚫고 서울벤처포럼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하기로 한 십여명이 거의 모이자 이날 모임의 호스트인 얼머스인베스트먼트의 손양철 대표가 박희준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를 소개했다. 손 대표가 개인적 친분이 있는 그는 이날 세미나의 연사로 섭외됐다.
박 교수는 이날 'AX시대가 요구하는 혁신'이란 주제로 약 1시간 가량을 강연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트렌드 변화와 산업에 요구되는 본질에 대해 수많은 사례와 스토리를 기반으로 몰입감 있는 강연이 이어졌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VC 심사역은 "평소 기술적인 변화나 새로운 기술, 자본시장과 정책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많았다"며 "오늘 세미나는 혁신이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돼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벤처포럼은 2000년대 초부터 운영됐다. 시작은 강북에 위치한 벤처캐피탈들의 모임이었다. 대다수의 VC들이 강남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지리적으로 거리가 있는 하우스에 속한 심사역들이 모여 따로 공부를 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네오플럭스와 일신창업투자, 신보창업투자 등에 속한 심사역들이 주축이 됐다. 모임을 거듭하며 인원은 늘어났고, 테헤란로에 위치한 하우스도 알음알음 하나 둘씩 합류했다. 주요 멤버들을 간사로 두고 하우스를 회원사로 둔다. 기존 회원사들의 동의를 얻으면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설립된지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주요 멤버들이 이직을 하거나 독립하는 일도 많아졌는데, 설립한 하우스가 회원사가 됐다. 기존의 하우스에서는 새로운 간사를 뽑아 활동을 이어간다.
세미나는 매달 셋째주 수요일에 진행한다. 회원사라고 해서 별도의 회비를 내는 것은 아니다. 대신 매번 모임마다 '호스트'를 정해 세미나 공간을 마련한다. 세미나의 주제를 선정하고 강사를 섭외하는 것도 호스트인 하우스가 한다.
모임의 회장과 사무총장이 연간 단위로 스케쥴을 정하면 하우스마다 정해진 간사들 주도로 세미나를 준비한다.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의 대표이사나 기술책임자를 섭외하기도 하며, 평소 세미나를 다니며 좋은 콘텐츠를 가진 석학에게 강연을 부탁하기도 한다.
회장은 지난 2023년부터 손양철 얼머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맡고 있다. 이상직 SL인베스트먼트 전무가 사무총장이다. 회장의 임기는 2년인데, 상황에 따라 연임하기도 한다. 네오플럭스 출신인 구자득 JX파트너스 대표가 모임 초반 오랜기간 회장을 맡았고 최흥순 서울투자파트너스 대표 등이 회장을 맡아 왔다.
손양철 대표는 "2년 임기를 마쳤지만 구성원들이 조금 더 하라고 해서 맡고 있다"며 "매달 호스트 주최로 모임을 하기 때문에 회장과 사무총장이 해야 하는 일이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젊은 심사역들도 적극 초청, 지속가능성 확보
세미나를 마친 뒤 얼머스인베스트먼트의 젊은 심사역들이 사무실 근처 식당으로 안내했다. 세미나 후 간단한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것까지 호스트의 몫이다. 강연을 한 박 교수도 저녁 자리에 함께 했다. 별도의 일정으로 저녁식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은 아쉬운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약간의 맥주와 함께 화기애애한 저녁식사 자리가 이어졌다. 근황을 나누고 업계의 동향부터 딜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과거에는 함께 돈을 모아 해외 워크숍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한다.
대부분 친분이 두텁지만 꾸준히 신규 멤버들의 유입이 있기 때문에 저녁식사 자리는 새로운 네트워킹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초기 멤버들 위주로 모임이 약 20년간 이어져왔는데, 모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수년 전부터 회사별로 젊은 심사역들을 초청하는 걸 장려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30대의 젊은 심사역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
하우스에 새로 합류하며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는 사례도 있다. 이날 세미나에는 지난해 말 컴퍼니케이파트너스로 이직한 채정훈 부사장이 처음 참석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에서는 이강수 대표가 주로 참석했는데 채 부사장도 자주 세미나에 자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울벤처포럼에 초창기부터 함께 해 온 한 심사역은 "VC업계에 다양한 모임들이 있지만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며 20년 이상 매달 모임을 해 온 건 서울벤처포럼이 유일할 것"이라며 "젊은 심사역들도 활발히 참가하는 만큼 앞으로도 수십년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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