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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 ETF를 움직이는 사람들]공학적 접근으로 답 찾는 '한투맨' 이종훈 부장학생투자펀드 대회로 운용업 확신…10년간 ETF에 매진

박상현 기자공개 2025-10-17 07:58:29

[편집자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200조원을 넘어섰다. 포트폴리오 구조를 갖췄으면서도 강력한 환금성을 지닌 덕에 투자자의 시선은 ETF로 향하고 있다. 패시브라는 본질을 감안하면 단순하게 매니저 자리를 시스템이 차지한 상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ETF 시장의 중심엔 사람이 있다. 거시경제 예측과 트렌드 흐름 간파, 흥행 테마 선점, 여기에 세일즈와 마케팅 전략 수립까지 여느 펀드보다 맨파워가 중시된다. 더벨은 ETF 시장의 고속 성장을 이끈 주역들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0일 08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상장지수펀드(ETF) 분야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다. 배재규 대표가 2022년 취임하면서 ETF 드라이브를 본격적으로 걸기 시작했다. 배 대표를 비롯한 업계 ETF 인력들이 한투운용에 합류했다.

이종훈 한투운용 ETF운용부 부장(사진)은 보기 드문 ‘한투맨’이다. 이직이 잦은 운용업계에서 힘든 사례다. 한투운용이 2016년 인덱스팀에서 ETF 운용팀을 분리했을 때부터 줄곧 한투운용 ETF운용에 매진하고 있다.


◇학생투자펀드 대회 참가, 운용업에 대한 확신

이 부장은 2003년 대학에 입학했다.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당시는 IT버블이 있던 시기였다. 많은 학교 선배들이 대기업이나 벤처기업으로 향했다. 이 부장 역시 컴퓨터와 데이터를 다루는 알고리즘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러나 졸업할 때가 다가오니 버블이 꺼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도 덮쳤다. 많은 기업이 도산했다. IT 기업으로의 취업길이 어려워졌다.

이 부장은 공부한 내용에서 파생해서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금융공학으로 눈을 돌렸다. 대학을 졸업하고 곧장 카이스트 대학원을 진학했다. 이 부장은 카이스트에서 금융 지식을 배우면서 학생투자펀드 대회에 참여했다. 대회에 참여하면서 운용업계에 확신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학교에서 팀별로 학생들에게 1억원을 주고 실제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며 “국내외 주식과 파생상품 등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투자를 진행하는 대회”라고 말했다. 이어 “논문들을 읽어보면서 공부한 대로 모델을 만들어보고 운용을 해보면서 운용업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 부장은 2012년 채용 연계형 인턴으로 한투운용에 입사했다. ETF를 포함한 인덱스 펀드를 운용하는 AI운용본부 인덱스팀으로 배치됐다. ETF와 인덱스 펀드, 퀀트 운용 등을 함께 다루는 곳이었다. 이 부장은 입사 초기 데이터 시뮬레이션 지원이나 선임 매니저들의 업무를 보조했다.

이 부장은 “퀀트 전략을 대표지수 ETF에 접목하거나 선임 운용역들이 하는 데이터 시뮬레이션을 돕는 일을 했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종목 수를 줄이고 운용을 최적화해야 하는데, 금융공학을 공부했던 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첫 작품은 중국본토레버리지 ETF…‘금현물’ 애착

이 부장이 처음으로 운용한 ETF는 ‘ACE중국본토CSI300레버리지’다. 중국 본토 시장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CSI300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이 부장은 “당시는 중국 본토에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쿼터를 받아야만 했다”며 “2012년 냈던 ACE중국본토CSI300이 잘되면서 레버리지 상품도 내게 됐다”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구조화 상품인 만큼 처음 운용을 맡게 됐을 때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며 “상장하고 나서 중국 시장이 많이 빠지면서 상장가 1만원에서 5000원까지 빠지기도 했다”고 했다. 이 부장은 이후 환노출형 S&P500 운용을 맡았다. 그는 “당시 S&P500은 선물로 운용하는 상품이 많았다”며 “실물운용은 환헤지가 일반적이었다. 환노출한 실물 S&P500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이 부장은 이후 10년 가까이를 한투운용 ETF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느덧 ETF운용의 책임자가 됐다. 액티브한 공모펀드와 비교해 패시브 상품인 ETF 운용은 비교적 단조롭다는 오해가 있기도 하다. 그가 생각한 ETF 운용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 부장은 “ETF를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형태의 비히클”이라고 정의했다. 투자자 형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ETF에 대한 피드백도 즉각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ETF 운용은 특정 자산이 아닌 여러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며 “항상 운용을 하면서도 투자자들이 원하는 넥스트 스텝이 무엇일지를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핵심인 만큼 자산 경계를 넘어 시장을 배우게 된다”고 했다.

이 부장이 'ACE KRX금현물'을 가장 애착이 가는 상품으로 꼽았다. 한투운용이 2021년 업계 최초로 낸 금 현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직접 금을 매입, 상품을 운용하는 프로세스까지 한투운용은 이때 완전히 새로운 운용 시스템을 수립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ETF운용본부 부서원들끼리 회의 도중 연금 계좌에서 금현물에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면서 금현물 ETF를 구상했다”며 “ETF 운용역으로서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많은 고민 끝에 만든 상품이 현재는 운용규모 2조1000억원으로 성장해 대표 상품이 됐다”며 “모든 상품이 소중하지만 고민의 결실을 얻었다는 점에서 애착이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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