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ETF를 움직이는 사람들]'투자자 도움 우선주의' PB 출신 마케터 차진호 팀장PD·아나운서 모아 어벤저스팀 구성…"ETF보다 산업 관심 먼저 이끄는 게 차별점"
구혜린 기자공개 2025-10-14 07:54:01
[편집자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200조원을 넘어섰다. 포트폴리오 구조를 갖췄으면서도 강력한 환금성을 지닌 덕에 투자자의 시선은 ETF로 향하고 있다. 패시브라는 본질을 감안하면 단순하게 매니저 자리를 시스템이 차지한 상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ETF 시장의 중심엔 사람이 있다. 거시경제 예측과 트렌드 흐름 간파, 흥행 테마 선점, 여기에 세일즈와 마케팅 전략 수립까지 여느 펀드보다 맨파워가 중시된다. 더벨은 ETF 시장의 고속 성장을 이끈 주역들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10월 01일 16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TF(상장지수펀드) 업계에서는 자산운용사보다 유튜버가 돈을 더 번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로 나온다. 투자자들이 ETF를 선택하는 데 날이 갈수록 유튜브 영상 등 콘텐츠의 도움을 받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차진호 ETF사업본부 ETF마케팅팀 팀장(사진)은 이러한 시장 환경을 꿰뚫고 어느 곳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해온 마케터다.PD, 아나운서, 광고대행사 직원 등 다채로운 경력이 있는 팀원들의 장기를 버무려 양질의 ETF 콘텐츠를 만드는 게 그의 일이다. 삼성증권 PB(프라이빗뱅커)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력 답게 ETF 콘텐츠에도 투자자가 실질적으로 중시하는 소구 포인트를 살리고 있다. 투자자로부터 'RISE ETF 채널에 가면 볼 게 많더라'라는 말을 듣는 게 그의 소망이다.

◇삼성증권 활보하던 PB의 커리어 전향
차진호 팀장은 PB 출신의 ETF 마케터다. 2010년 삼성증권에 입사해 초고액자산가 전담 플랫폼인 SNI(Samsung Network for Investment) 센터에서 시니어 PB를 서포트하는 업무부터 시작했다. 이후 삼성타운지점 등으로 이동해 약 5년간 PB로 활동했다. 국내 굴지의 WM 리테일에서 재직했으나, 한정적인 상품만을 고객에게 권유해야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그는 회고했다.
이후 그가 택한 곳은 유명 사모운용사다. VIP자산운용 마케팅전략 담당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마케터의 길을 걷게 됐는데 이때 그의 ETF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일반 펀드에 가입하는 절차 및 리스크 관리가 시간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것을 보며 ETF의 편리성에 매력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차 팀장은 “국내 ETF 순자산이 2조에 불과할 때부터 관심을 가졌다”며 “포트폴리오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이 비히클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매스마케팅을 담당하는 팀이 신설되는 과정에서 금융투자업 경력이 긴 그가 팀장으로 낙점됐다. 2018년 KB자산운용에 합류한 당시에는 은행 신탁 채널 담당으로 배치됐다. 그러다 2023년 무렵 ETF 개인순매수가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기관과 리테일이 아닌 일반 대중에도 ETF를 홍보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외부 인력이 하나 둘 모이면서 2024년부터 차진호 팀장이 팀을 담당하게 됐다.
ETF마케팅 팀원 개개인의 역량을 끌어내고 통합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KB자산운용 ETF마케팅팀은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들이 모여 있다. 광고 대행사, 디자이너, 경제TV 아나운서, 기업 유튜브 채널 PD 등 총 6명이다. 금융 베이스를 지닌 사람은 차 팀장이 유일하다. 그는 “다양한 업계 경력을 지닌 팀원들이 모이다보니 콘텐츠 제작 절차 등을 매우 잘 알고 있어 업무에 속도가 붙는 게 장점”이라며 “내 역할은 마케팅 포인트와 금융용어 오류 등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포인트를 잡는 데 PB로 활동했던 경험은 큰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차 팀장은 “고객에게 상품을 직접 팔아본 경험치가 지금 많은 도움이 된다”며 “내가 판다면 어떤 식으로 팔아야 소구 포인트가 있을까를 계속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클리커버드콜의 경우 시장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선보였는데 다양한 포인트 중에서도 비과세로 포커싱했고 시장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며 “자산가들이 세금을 매우 중시하는 경향을 경험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RISE 사라'보다는 좋은 정보가 우선"
차진호 팀장이 생각하는 ETF 마케팅의 핵심은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차 팀장은 “‘RISE ETF를 사라’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게 광고의 특성”이라며 “콘텐츠 퀄리티를 높여 사람들이 찾아보도록,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휴머노이드 등 신규 ETF가 나오면 업계에서 그 산업에 관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을 섭외해 영상을 찍는 식”이라며 “산업에 먼저 관심을 먼저 이끄는 게 우리만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신규 ETF 하나를 홍보하는 데 인도행까지 감내할 만큼 콘텐츠의 질에 진심이라는 평가다. 지난 4월 KB자산운용은 ‘RISE 인도디지털성장’이라는 패시브 ETF를 출시했다. 인도 경제 인프라의 디지털화와 관련된 상장사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인도 기업들의 디지털산업 수준에 대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주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ETF마케팅팀은 인도 출장 브이로그를 제작했다. 기업들이 어떻게 디지털 비즈니스를 하고 실생활에 녹아져 있는지를 생생하게 공유하기 위해서다.
차진호 팀장이 콘텐츠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는 이유는 ETF가 장기 비즈니스임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RISE ETF하면 ‘도움이 되는 채널’, ‘도움이 되는 상품을 만드는 하우스’라고 투자자분들이 생각하시는 게 내가 원하는 방향”이라며 “ETF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비즈니스가 아니기에 서서히 투자자 친화적인 콘텐츠를 공유해 이런 생각이 자리잡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ETF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무한 투자자를 위한 콘텐츠 제작에도 집중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RISE ETF’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오늘부터 RISE ETF’ 프로그램을 신규 편성했다. 개그맨 황제성과 아나운서 이혜성, 가수 승희 및 이장원 등 실제 ETF를 투자를 해보고 싶지만 관련 지식이 제로인 방송인 출연자들을 섭외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이수진 상품마케팅실장이 교육을 하는 시리즈 콘텐츠다.
투자자 동향을 공부하면서 RISE가 침투할 여력은 아직 많다고 느끼는 그다. 차진호 팀장은 “투자자분들이 굉장히 똑똑한 것 같으면서도 잘못된 정보를 습득한 분들이 많다”며 “시장에 왜곡된 정보를 사실인 양 얘기하는 채널이 많다보니 실제 ETF를 만들고 가장 잘 아는 자산운용사 사람들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부분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각보다 아예 투자를 안 해본 분들도 많기에 아직도 성장 여력이 있다는 걸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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