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이사회에서 AI도 충분히 역할할 것"전 롯데이노베이트 사외이사 김상균 경희대 교수 "함께 고민하는 조력자로 삼을 수 있을 것"
홍다원 기자공개 2025-10-14 08:13:08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0일 13시52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I가 기업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면 어떨까. 인지과학자인 김상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사진)는 충분히 유의미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답했다. AI는 감정이나 정치적 이해관계 없이 데이터 기반 판단을 제시한다. 최종 결정은 인간 사외이사가 하되 결정의 객관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김 교수는 사외이사와 자문 위원으로 학계와 기업 현장을 넘나들고 있다. 그러면서 AI가 인간의 판단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기업도 사외이사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더벨과 인터뷰에서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천만원의 연봉을 주고 선임하는 사외이사의 역할이 단순히 법적 요건을 맞추는데 그친다면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법무 중심 이사회, 산업 전문가 필요"
김상균 교수는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AI 비즈니스 전공 전임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인지과학을 기반으로 기술과 사회의 접점을 연구한다. 이를 바탕으로 갤럭시코퍼레이션, 마인즈그라운드, CJ나눔재단, 롯데이노베이트 등 다양한 곳에서 사외이사로 활약했다.
통상 이사회는 재무와 법무 등의 역량을 갖춘 인사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 교수는 AI 등 기술 이해도가 높은 실무형 이사다. 교수라는 직업 외에도 소설가, 컨설턴트, 강연가로 활동하고 직접 사업을 해 본 경험도 있는 만큼 이러한 경험을 살려 기업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원론적인 이야기보다는 실질적으로 기업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한다"며 "교수 출신 사외이사들은 이론적 식견은 뛰어나더라도 실무 감각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사업 계획서를 검토할 때 숫자적인 조언은 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지에 대한 판단은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롯데이노베이트 사외이사로 활동할 당시를 떠올렸다. 김 교수는 "전략, 회계, 산업 전문가가 있으니 밸런스가 맞았다"며 "만약 200억 투자건이 올라오면 회계 전문가는 금액의 정량적 판단을 하고 저는 200억이 이 산업에선 큰 액수가 아니다 또는 한 건에 200억은 과한데 문제 생기는 것 아니냐 등의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산업 전문가가 기업 이사회 구성원으로 자리하는 비율이 20~30% 정도에 그치는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사외이사 구성원의 풀에서 산업 전문가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회에서 현재는 물론 5년 후의 일을 논의하는 만큼 시대의 변화를 읽고 기업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AI는 대체자 아닌 조력자
물론 사외이사는 기업 외 인물이기 때문에 내부 구성원 입장에서는 외부 인사의 질문과 관여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사외이사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업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1년에 3000만원~7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사외이사가 법적 요건을 맞추기 위한 형식적 참석에만 머문다면 자원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본다"며 "그렇기 때문에 거수기라는 비판도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이 AI를 활용하는 방식에서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국내 기업의 상당수는 AI를 비용 절감 차원에서 활용한다"며 "인력을 감축하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서 "AI는 굉장히 똑똑한 사람을 뽑는다고 생각하면 쉽다. 똑똑한 사람을 데려다가 쉬운 일만 맡기면 바보 아니냐. 인간이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서 못했던 것이나 집단 지성으로 불가능했던 일들을 AI로 활용하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웅진씽크빅의 자문 경험을 소개했다. 웅진씽크빅은 태블릿 기반의 구독형 영어 학습 사업을 하고 있다. 영어 실력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인과의 대화인데 돈과 시간이 많이 드니 태블릿 안에서 다양한 AI 외국인 챗봇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AI가 이사회에서도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인간은 기계를 활용해 더 나은 결정을 하면 된다. 인간 대신 AI에게 고도의 의사결정을 맡기라는 것이 아니라 좋은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조력자로 삼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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