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리가켐바이오, 'LCB14' 미국·중국 다른 개발 전략 설정 왜?현지 시장 경쟁 구도 반영한 임상 설계, ESMO서 결과 업데이트

김찬혁 기자공개 2025-10-13 08:40:1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0일 13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가켐바이오가 HER2 항체약물접합체(ADC) 'LCB14'에 대해 중국과 글로벌에서 투트랙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임상 단계와 개발 지역, 파트너사에 따라 개발 전략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미 3상에 접어들어 1세대 ADC와 직접 비교에 나선 중국 파트너사 포순제약과 달리 글로벌 파트너사 익수다는 새로운 표준치료로 떠오른 '엔허투'의 넥스트 치료제를 꿈꾼다. 엔허투가 HER2 양성 암에서 표준치료 판도를 바꿔나가고 있는 만큼 수요가 높아진 '포스트 엔허투'를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이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암학회에서 공개될 글로벌 임상 1상 업데이트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 '캐싸일라', 미국 '포스트 엔허투' 타깃

리가켐바이오가 개발한 ADC 신약 후보물질 LCB14는 암세포 표면의 HER2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HER2 ADC다. HER2는 유방암과 위암, 폐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대표적인 표적이기 때문에 치료제 시장 규모가 크고 임상 수요가 꾸준하다.

같은 물질이지만 중화권과 글로벌 지역에서 서로 다른 전략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LCB14 물질을 도입한 파트너사가 각기 다른데다 개발 시기도 달라지면서 전략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중국 파트너사인 포순제약은 2015년 LCB14를 도입해 빠르게 개발에 돌입했다. 지역이 중화권으로 한정되는데다 속도전을 벌인 덕분에 어느덧 3상에 진입했다. 현재 HER2 양성 유방함 환자를 대상으로 2차 치료제 3상을 진행 중이다.


기존 HER2 ADC인 '캐싸일라'를 대조군으로 삼았다. 차세대 ADC의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함으로써 현지에서 HER2 ADC의 차세대 표준치료로 자리잡는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비중이 높고 여전히 캐싸일라 등 기존 약물을 쓰는 비중이 높은 현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중국 외 글로벌 지역에서는 2021년 LCB14를 도입한 영국의 익수다 테라퓨틱스가 HER2 양성 고형암 환자를 아우르는 글로벌 임상 1상을 주도하고 있다. 파트너사였던 익수다에 지분 투자를 진행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리가켐바이오가 사실상 중국 외 글로벌 상업화를 주도하는 구조다.

특히 익수다는 LCB14 타깃층을 엔허투 내성·불응 환자로 삼았다. 엔허투는 캐싸일라와 같은 HER2 타깃 ADC이지만 12년 전 출시된 캐싸일라보다 효능을 크게 높인 2세대 ADC로 분류된다. 기존 약제가 공략하지 못한 HER2 저발현 유방암에서도 우수한 효능을 입증해 국제학회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점차 치료 영역을 넓혀 지난해 HER2 양성반응을 보이는 모든 암종에 쓰일 수 있다.

블록버스터로 떠오른 엔허투는 HER2 양성 암의 표준치료를 바꿔나가고 있다. 2·3차 치료제에서 1차 치료로 확장하고 있는 만큼 표준치료 가이드라인이 이에 맞게 변화할 전망이다. 동시에 엔허투로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내성이 발생한 환자, 높은 부작용으로 투여를 중단한 환자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새로운 미충족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 1상 단계에 진입한 LCB14는 달라진 치료환경에 발맞춰 '포스트 엔허투'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익수다는 최근 미국, 싱가포르, 뉴질랜드에서 임상시험 실시기관을 추가로 확보하며 1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허투 투약 이력이 있는 환자가 다수 분포한 지역을 중심으로 임상 네트워크를 넓혔다. 연내 시작 예정인 임상 1b상에서 빠르게 엔허투 내성·불응 환자를 모집하고자 한다.

◇엔허투 이후 새로운 사각지대 공략, 기술적 강점도 발휘

포스트 엔허투 전략은 LCB14의 기술적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접근이기도 하다. LCB14는 ADC 구성 요소 중 하나인 페이로드(세포독성 약물)에서 차별화를 이뤘다. 엔허투가 토포아이소머라제 I 억제제(Topo1i)를 페이로드로 사용하는 반면 LCB14는 MMAF 계열 페이로드를 탑재했다.

다른 계열의 페이로드를 적용함으로써 엔허투 투여 이후 내성이 생긴 환자에서도 새로운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LCB14의 가장 큰 임상적 강점으로 꼽힌다.

포스트 엔허투 전략이 향후 상업화 단계의 약가 협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엔허투 내성·불응 환자는 마땅한 대체 치료제가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이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보건당국으로부터 임상적 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달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암학회에서 LCB14 임상 데이터를 공개하며 글로벌 행보를 이어간다. 오는 17일부터 21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유럽종양학회(ESMO 2025)에서 익수다가 LCB14의 글로벌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한다.

이는 7월 공개했던 LCB14 글로벌 임상 1상 초기 결과의 업데이트 버전이다. LCB14는 엔허투 내성·불응성 환자 5명을 대상으로 4명의 부분반응(PR)/미확인 부분반응(uPR), 1명의 안정병변(SD)을 기록했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호주에서 고형암 환자 전반을 대상으로 한 임상 1a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에 추가된 미국, 싱가포르, 뉴질랜드 임상 사이트에서는 엔허투 내성 및 불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