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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똑똑한 AI 활용법thebell note

홍다원 기자공개 2025-10-13 08:20:46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3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AI를 쓴다. 그런데 잘 쓰는 기업은 드물다. 국내 기업의 AI 활용 방식이 여전히 비용 절감이라는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인지과학자 경희대 김상균 교수는 "기업들은 AI를 성능 좋은 엑셀처럼 쓰고 있다. 100명이 주판으로 하던 계산을 1명이 엑셀로 하면 된다는 식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AI로 그간 하지 않았던 일을 한다면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롯데이노베이트 사외이사부터 삼성전자, 신한은행, 웅진씽크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을 두루 자문하고 있다. 인지 경험이 AI 등 기술을 거쳐 어떻게 변화하는지 연구해 온 그가 현장에서 느낀 기업들의 AI 활용 단상은 아쉬움이었다.

기업들은 비용 통제와 효율화에 익숙하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숱한 경기 침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 중심의 경영 전략이 자리 잡힌 영향일 것이다. 물론 단기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실행이 비교적 쉽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AI 활용에 있어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쓰는 사람이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도 학습 방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따라서 기업들도 AI를 통해 줄이기가 아닌 넓히기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는 상담사를 대거 해고하고 AI 챗봇을 도입했다. 인건비가 압도적으로 줄었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AI는 정해진 스크립트만 반복할 뿐 예외 상황에 대한 대응이나 감정적 공감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들의 불만이 증가했고 클라르나는 결국 인간 상담사를 다시 고용했다. 반면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Verizon)은 다른 선택을 했다. 2만8000명 상담사에게 1만5000건의 상담 문서를 학습시킨 AI 챗봇과 함께 일하도록 했다.

상담 콜이 들어오면 챗봇이 상담사 화면에 뜬다. AI는 고객이 원하는 빠른 정보 검색과 응답을 돕고 상담사가 감정적으로 지칠 때면 대화에 기반한 공감 문구를 제안했다. 그간 상담사들은 개별적으로 일했지만 AI와 협업하게 된 셈이다. 실제 매출도 도입 이후 40% 늘었다.

이처럼 AI를 통해 무언가를 덜어내기보다는 잘하던 일을 더 잘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면 어떨까. AI에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만 시키는 기업보다 한 명의 인간이 하기 어려웠던 일을 함께 시도하는 기업의 미래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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