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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활화산' 방산 시장 그 너머를 꿰뚫어보는 정치학자윤지원 현대로템 사외이사 인터뷰 "지정학적 리스크 감지하도록 조언 역할"

이돈섭 기자공개 2025-10-16 08:16:37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3일 11시23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산업계에서 열기가 뜨거운 업종은 단연 방산업이다. 현대로템은 그 대표주자 중 하나다. 작년 한 해 매출은 4조원대로 올라서면서 역대 최대 성과를 경신했고 주가는 1년 전 6만원에서 최근 23만원 문턱까지 치솟았다. 눈부신 성과 속 이사회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지난 1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윤지원 현대로템 사외이사(사진)는 국제 정세 분석을 기초로 다양한 사업 기회와 그에 따르는 리스크를 분석하고 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애버딘대 국제관계학 석사와 글라스고대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현재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상명대 국방예비전력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그는 국방부와 합참·육군·해군·해병대·육군동원전력사령부 등 군 조직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 재직 시절 국방·안보 분야 공로를 인정받아 문재인 정부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학계와 정부를 넘나들며 군 전문가로 활동해 온 그가 현대로템과 인연을 맺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 모른다. 현대로템 경영진은 오래전부터 방산 사업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는데 현대로템 군 출신 임원 추천으로 윤 사외이사는 사외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같은 성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이 예고되면서 여성 사외이사 수요가 커진 영향도 있었다.

현대로템 사외이사진에 국제정치학자가 합류한 건 윤 사외이사 사례가 처음이었다. 현대로템은 방산을 비롯해 철도와 인프라 구축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주변에서 '여군 출신이 아니냐'는 말을 자주 들을 정도로 군 사정과 관련 정책에 정통한 데다 박근혜 정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문재인 정부 신북방 정책 관련 시베리아 횡단철도 및 관련 경제협력 등을 연구해 온 경험이 회사에 매력적으로 비쳤을 것이다.

윤 사외이사는 "당시 현대로템 경영진이 방산 사업 확대에 상당한 의욕을 갖고 있어 회계사와 변호사, 철도 전문가로 이뤄진 기존 사외이사진에 방산 전문가를 새롭게 영입하자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현대로템 이사회에 참여하게 된 뒤로부터는 국제 정세 변화를 감안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한편 다양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지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조언을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윤지원 사외이사]
방산업 성과는 국제 정세 변화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윤 사외이사가 2022년 이사회에 합류하기 직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고 이듬해 현대로템은 노르웨이 전차 수주 경쟁에서 독일에 밀렸는데 이는 노르웨이가 전쟁 여파를 감안해 나토 핵심 회원국 대독일 관계를 중시한 결과였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의 경우 정치적 입지를 두루 고려해 노르웨이와 달리 현대로템 K2 전차를 대량 구매했다. 지금은 루마니아 전차 수주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입찰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 정치적 입장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페루도 마찬가지였다. 남미 방산 시장은 그간 중국과 러시아 등이 꽉 잡고 있었는데 러우 전쟁으로 두 국가 장악력이 느슨해졌다. 현대로템은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차륜형 장갑차 K808 백호 수출을 성공시켰다. 무기 수출은 정부 부처 협업으로 진행되곤 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의 군 네트워크가 빛을 발하곤 한다.

윤 사외이사는 "국가 안보는 힘에 의한 것이니만큼 안보를 강화하려면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정세 변화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트램 사업 수주전 참여 검토가 이뤄졌을 당시 윤 사외이사는 중동 지역 전쟁 발발 가능성을 지적,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집트와 모로코 진출을 저울질할 땐 두 국가를 교두보 삼아 북아프리카 대륙 진출 가능성을 짚었다. 해외 수주전 참여시에는 통상 이사회 전원 사인이 필요하다. "한 달에 두세 번 이상 화상회의 형태 이사회를 개최해 사업 관련 의견이 이사진 간 수시로 오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사회 논의는 뜨겁다. 과거 특정 기관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이 이사회 테이블에 오른 적이 있었다. 입찰 경쟁을 돌파하기 위해 기술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몸값을 낮춰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회사의 장기적 성과와 업계 생태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인지 여부를 두고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윤 사외이사는 "신중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효능감도 높은 편이다. 윤 사외이사는 이사회 산하 투명경영위원회에 위원으로도 참여하며 현장 안전요원 추가 확보를 요구키도 하고 안전 프로그램 내용 강화 등을 주문키도 했다. 이사회는 2022년부터 매년 한 차례 사외이사 평가를 다각도로 실시, 그 결과를 이사 재선임 결정 시 활용하고 있는데 작년의 경우 이사회 활동과 위원회 활동, 사외이사 활동 등 세 영역에서 평균 5.00점 만점에 4.99점을 기록한 바 있다.

윤 사외이사를 포함한 현대로템 사외이사는 글로벌 방산업 현황을 살피기 위해 글로벌 방산업 플랫폼 성격을 가진 주요 해외 박람회에 직접 참가키도 한다. 윤 사외이사는 "박람회에는 다양한 국가 바이어들에 최첨단 기술 현황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우리나라 방산업 기술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방산업 전문가들과 직접 교류하는 건 이사회 활동에 있어서도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현대로템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4조3766억원. 영업이익은 4566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 성과를 기록했다. 1년 전 6만원대였던 주가는 이달 초 23만원 문턱까지 치솟았다. 윤 사외이사는 "현대로템을 포함한 우리나라 방산기업들은 지금도 다양한 지역에서 수출 다변화를 위해 다양한 도전을 감내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방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한 사외이사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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