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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입찰전]이변 없는 최종결과…KB증권 재도전 나설까⑩미래에셋운용·삼성운용 우협 선정…KB 발목잡은 '인력·내부통제'

구혜린 기자공개 2025-10-14 07:30:08

[편집자주]

연기금투자풀 통합펀드를 관리하는 주간운용사 선정 입찰의 막이 올랐다. 역대 최초 복수 사업자 동시 선정 입찰이다. 주간운용사는 70조원에 달하는 공적기금을 운용한다는 명예와 더불어 기금형 퇴직연금 시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지난 25년간 자산운용사에만 주간운용사 자격이 주어졌으나, 증권사도 참가 자격을 얻게 되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더벨은 두 달에 걸친 주간운용사 입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슈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3일 19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선정됐다. 기획재정부가 기존 사업자의 고착화를 지적하며 증권사를 입찰 대상 범위에 포함하는 결단을 내렸으나, 심사 결과 운용사가 계속 운용을 맡게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KB증권이 예상보다 높은 정성평가 점수를 득한 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인력 및 내부통제 항목에서만 저점을 받았다. 다만 이를 발판 삼아 4년 뒤 재도전을 기약하기에는 사업의 낮은 수익성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전 조달청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제안서 기술능력 평가를 진행했다. 가격점수와 기술평가 점수를 합산, 최종 개찰 결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기존 사업자가 내년 1월부터 4년간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를 맡는다. 역대 최초로 후보군에 증권사를 포함해 입찰을 진행했음에도 심사 결과 자산운용사에 합격 목걸이가 주어진 셈이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4년간 연기금투자풀에 포함돼 있지 않던 기관 및 기금을 전국 단위 영업을 통해 영입해 기금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는 점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들은 가격평가에서 일제히 만점을 받았다. 운용보수 항목에서는 점수차를 벌릴 만한 변별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가격(4.12bp)에서 30%를 할인한 가격인 2.88bp에 투찰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획재정부가 RFP에 추정보수율을 적시하면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은 이 가격에서 최저 70% 선에서 보수를 제시할 수 있고 최저가격을 쓰는 게 평가에 유리하다.

업계에서는 KB증권의 기술평가 점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는 평이 나온다. 이번 기술평가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85.1786점, 삼성자산운용은 83.8214점, KB증권은 82.9857점을 획득했다. 입찰은 최종 점수가 높은 2개 사업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KB증권과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수 차는 2.1929점, 2위인 삼성자산운용과의 점수 차는 0.8357점에 불과했다.

일부 항목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우려했던 대로 인력 및 내부통제 항목에서 취약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KB증권은 기술평가 항목 중 ‘투자풀 발전방안’ 항목에서 총점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보다도 높은 평점을 득했다. 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기술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해 놀랐다”며 “최종 평가 전까지 투자풀 관계자들을 열심히 만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풀 운영조직 및 전문인력’ 및 ‘투자풀 운영조직의 독립성 및 내부통제’ 경쟁사 대비 낮은 평점을 받았다. 이는 입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업계에서 예견했던 부분이다. KB증권이 현재 가용할 수 있는 투자풀 인력이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인 17명에 불과하다는 것, 증권사가 차이니즈월을 갖추더라도 투자풀 전담조직의 독립성 수준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KB증권이 4년 뒤 재도전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현재 KB증권 OCIO솔루션본부는 운용하던 공적기금 중 규모 있는 기금인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 및 임금채권보장기금의 주간운용사 지위를 잃으면서 사업부 운용자산이 축소된 상태다. 연기금투자풀 입찰 준비를 위해 타 공적기금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도 했다. KB증권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는 4년 후 재참여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운용보수를 획기적으로 올리지 않는 이상 이번처럼 다자 경쟁구도가 형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기금투자풀은 OCIO 사업자가 운용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공적기금이다. 규모의 경제를 고려하면 짭짤한 사업이지만, 4년 후 입찰에 사활을 걸 만큼 증권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최종 계약 단계에서 2.88bp에서 보수를 더 낮출 가능성도 있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간의 점수 차를 가장 크게 벌린 항목은 ‘투자풀 관리계획 및 관리능력’이었다. 이 항목은 만점이 35점으로 배정된 평가항목으로 정성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업계에서는 당초부터 기획재정부가 기존 사업자의 주간운용사 지위 고착화를 우려해 입찰 대상을 넓힌 만큼 삼성자산운용을 타깃으로 공격적인 질의를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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