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0월 29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IR 자료에는 '세계 최초', '차세대' 같은 수식어가 빠지지 않았다. 자체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했지만 투자 유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했다.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표적을 향한 도전은 높은 실패 확률로 돌아왔다.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쏟아부었지만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고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랬던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달라졌다. 10월 유럽종양학회 연례학회 등에서 공개된 최근 임상 데이터들은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후발주자로서 그리고 바이오벤처로서 자신의 규모와 역량에 맞는 현실적이고 정교한 전략을 선택했음을 보여준다.
치료제 시장은 단일한 거대 시장이 아니다. 같은 암이라도 적응증, 병기, 환자의 치료 이력, 바이오마커에 따라 수십, 수백 개의 작은 시장으로 쪼개진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등장한 이후에도 새로운 수요가 생겨난다. 내성 발생 환자,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 특정 변이를 가진 환자 등이 그들이다.
리가켐바이오, 보로노이 등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겨냥하기 시작했다. 수조 원대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에 정면 도전하는 대신 그 치료제가 해결하지 못한 틈새를 공략했다.
리가켐바이오는 요로상피암 치료제 '파드셉' 대비 안전성을 개선한 후보물질과 파드셉 내성 환자를 위한 후보물질을 동시 개발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친다. 보로노이는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 치료 후 내성이 발생한 환자를 겨냥했다. 임상 1a상에서 높은 반응률을 확인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검증된 시장에서 기술적 차별화로 승부하고 블록버스터 신약이 만들어낸 새로운 미충족 수요를 선제적으로 공략한다는 점이다. 이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선호하는 파트너십 조건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세분화된 시장을 겨냥한다고 해서 기회가 작은 게 아니다. 타그리소만 해도 연간 수조 원대 매출을 기록하는데 그중 내성 환자 시장만으로도 충분한 규모다. 후발주자로서의 위치를 인정하되 그 안에서 현실적 기회를 정밀하게 포착하는 전략적 성숙함이 경쟁력이 되고 있다.
물론 임상시험은 아직 초기 단계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적어도 신약 개발 전략 수립에서는 K-바이오가 명백히 한 단계 성숙했다. 구호가 아닌 전략으로 무장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무대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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