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홈플러스 인수 필요조건 '이자 부담 경감'차입금·RCPS·리스부채로 1년 이자만 4000억 상회, 정책자금 투입 필요성도 제기
박기수 기자공개 2025-10-31 08:06:32
이 기사는 2025년 10월 30일 16: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치권이 연일 '농협이 홈플러스를 맡아야 한다'는 역할론을 꺼내들고 있지만 금융부채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인수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협유통과 농협하나로유통 모두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만큼 정부의 정책 자금 지원 등으로 농협이 움직일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단순히 홈플러스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만 따지고 봤을 때 농협의 인수 유인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이전 대비 EBITDA가 줄긴 했지만, 단순 영업 능력만 놓고 보면 돈을 못 버는 회사는 아니다. 홈플러스의 제 27기(작년 3월~올해 2월) EBITDA는 1539억원이다. 25기와 26기에도 각각 2211억원, 2721억원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에 대한 전망이 이전 대비 밝지는 않지만 추가 투자와 경영 방향에 따라 현금창출력은 충분히 늘어날 여여지도 있다.
반면 '하나로마트' 브랜드를 운영하는 농협유통과 농협하나로유통의 EBITDA는 홈플러스 대비 상당히 적은 수준이다. 2021년 이후 농협하나로유통은 EBITDA 적자 상태다. 작년 농협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의 EBITDA는 각각 -214억원, 155억원이다.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한다면 단순 EBITDA 자체는 늘어날 여지가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농협이 홈플러스 인수를 꺼리는 이유는 홈플러스가 보유한 금융부채 탓이다. 그래도 연간 1000억원 이상의 EBITDA를 기록하는 홈플러스가 수천억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농협 입장에서는 EBITDA와 무관하게 홈플러스라는 자산을 삼키면 오히려 농협유통 계열의 적자가 현재 대비 '현저히 '심화하는 꼴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올해 2월 말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의 합은 1조7618억원이다. 차입금은 메리츠그룹에서 빌린 금리 8%의 장기차입금(1조2167억원)과 시중은행에서 빌린 단기차입금, 전단채, 기업어음(CP), 후순위 담보부대출(1500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IBK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에 발행해준 사모사채도 860억원 보유 중이다.
이외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이 RCPS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발행한 CB가 일부 전환된 것으로 약 700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국민연금이 대거 인수했다가 아직 원금 상환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 RCPS다.
RCPS는 올 초 자본으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매년 배당 의무가 발생해 사실상 부채의 성격이 짙다. 심지어 홈플러스는 매년 RCPS에 대한 배당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매년 RCPS의 장부가액이 미지급배당액과 합산돼 불어나고 있는 형세였다. 작년 2월 말 기준 RCPS의 장부가액은 무려 1조655억원이다.
여기에 세일 앤 리스백으로 발생하는 리스부채도 상당하다. 올해 2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유동·비유동 리스부채는 3조4540억원이다. 리스부채는 2019년 IFRS 16 적용 이후부터 차입금으로 계상되고 있다.
금융부채 차입금, RCPS, 리스부채에서 발생하는 연간 이자비용은 4000억원을 상회한다. 제 27기의 경우 금융부채와 RCPS에서 이자비용이 각각 1656억원, 1267억원 발생했다. 리스부채 이자비용도 1408억원 발생했다. 총합이 4333억원이다. EBITDA 1000억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결국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책은행이 '눈높이'를 맞춰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는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현 재무 상태의 홈플러스를 그대로 인수하라는 것은 농협에 너무 큰 짐을 지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걸림돌인 금융부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정책 자금 투입 등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회생채권으로 분류된 기존 금융권 차입금 등을 국책은행이 저리로 대환해주는 방안 등 전반적인 홈플러스의 재무 부담을 낮춰줘야 농협도 인수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와 매각 주관사 삼일PwC는 이달 31일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다. 법원이 정한 회생계획안 제출 마감일은 내달 1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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