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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태광산업의 '새 언어'

윤진현 기자공개 2025-11-06 07:36:03

이 기사는 2025년 11월 04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산업은 오랫동안 '공정'의 기업이었다. 섬유 및 석유화학 소재를 주력으로 하는 만큼 품질을 수치로 증명하는 세계 안에서 성장해 왔다. 시장에 대한 감각보다 수율이, 소비자의 감정보다는 공정이 핵심이었다.

그런 태광산업이 애경산업을 품었다. 스킨케어·생활용품 브랜드 등의 소비재를 다루게 됐다. 이는 생산의 논리로 존속해 온 기업이 이제는 소비의 감각을 언어로 삼게 됐음을 의미한다.

최근 석유화학 경기 둔화와 섬유소재 시장의 정체가 이어지면서 태광산업은 기존 성장공식의 한계를 체감해 왔다. 원료와 공정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는 안정적이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엔 좁은 틀이었다. 포화 상태에 다다른 산업 특성을 파악한 태광산업으로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때 애경산업은 태광산업의 수요를 충족해줄 수 있는 기업이었다. 단순히 소비재 사업을 보유해서가 아니다. 애경은 오랜 기간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직접 생산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운영해온 경험을 갖고 있었다.

소비재 브랜드를 통해 시장의 변화를 읽고 그 감각을 빠르게 제품에 반영하는 방식은 태광산업에 없던 역량이었다. 효율과 품질 중심으로 쌓아온 제조기업의 정밀함이 브랜드 감각과 결합하면, 공급망의 상류에서 하류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완성할 수 있단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만큼 태광산업은 이번 인수를 통해 단순히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것이 아니다. 생산 중심의 구조 속에서 소비자 감각을 내재화하려는 첫 단계를 시작한 셈이다. 전통적 가치 위에 브랜드와 감정, 경험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더하면서 산업형 그룹에서 소비형 그룹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감각은 수율처럼 계산되지 않는다. 브랜드의 생명인 감각은 통제이라기 보단 소비자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태광산업이 기존의 산업형 DNA를 유지하면서도 시장의 리듬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태광산업의 변화가 어떻게 완성될지는 미지수다. 소비재 시장으로 발걸음을 내딛은 이번 결정은 제조 중심의 틀을 넘어 시장의 감각을 배우려는 첫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태광산업의 결단이 유통 시장에 어떤 파동을 일으킬지 지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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