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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 EB 판결문 분석]자사주 성격부터 충실의무 범위까지…남은 쟁점은①태광산업 대상 주주활동 전개한 트러스톤운용 패소…"법원 기존 스탠스 유지한 것" 해석

이돈섭 기자공개 2025-11-11 08:19:35

[편집자주]

지난 7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은 자본시장 내 뜨거운 화두였다. 해당 개정안을 처음으로 적용한 트러스톤자산운용과 태광산업 간 소송은 많은 시장 관계자 눈길을 끌었다. 법원은 태광산업 손을 들어줬고 트러스톤운용은 항소했다. 법원의 1심 판결문에서 따져볼 내용은 다양하다. theBoard는 해당 판결문을 토대로 이번 판결이 남긴 쟁점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1월 07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자본시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었다. 오랜기간 태광산업을 대상으로 주주행동을 전개해 온 트러스톤운용이 태광산업이 추진한 자사주 대상 교환사채(EB) 발행 절차를 문제 삼아 소를 제기했는데 법원은 태광산업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지난 7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대폭 강화한 상법 개정안을 처음 적용했다는 데서 시장 전문가들의 이목을 끌었다.

다만 법원 판결문을 보면 그간 법원이 고수해왔던 자본시장에 대한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트러스톤운용 측이 현재 항소를 제기한 상태로 1심 판결이 뒤짚일 수 있지만 자사주 성격에 대한 정의부터 EB와 전환사채(CB), 유상증자 등과의 관계 해석 등 향후 유사 소가 제기됐을 때 법원의 판단 기준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장에서도 이번 판결을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자사주 활용 꼼수 vs 신사업 추진 결단

태광산업 EB 발행 절차를 멈춰달라는 가처분 소송이 제기된 건 지난 8월 초다. 태광산업 이사회가 자사주 대상으로 EB를 발행키로 했는데 트러스톤운용이 일련의 발행 절차가 적법치 않았다는 이유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태광산업이 최대주주 이익을 도모할 의도로 우호관계에 있는 한국투자증권 대상으로 EB를 발행하기로 했고 이사회 역시 자사주 처분에 대한 적절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게 트러스톤운용 주장이었다.

트러스톤운용은 수년 전부터 태광산업 지분을 취득해 주가 저평가 해소를 위해 배당 확대와 이사회 개편 등을 주문해 왔다. 올해 초 태광산업 측은 트러스톤운용 제안 일부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수개월 뒤 태광산업은 트러스톤운용이 그간 줄기차게 요구해 온 자사주 소각 대신 자사주를 대상으로 한 EB를 발행키로 결정했다. 소 제기 당시 트러스톤운용은 태광산업 지분 5.95%를 갖고 있었다.

자금 조달 목적은 뚜렷했다. 태광산업은 이번 EB 발행을 통해 3186억원을 조달, 기업 인수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조달 자금에서 2000억여원은 애경산업 등 외부 기업을 인수해 뷰티 관련 신사업을 추진하고 400억원은 PAR(폴리아릴레이트) 섬유개발, 768억원은 NaCN(청화소다) 등 석유사업 투자 등에 활용한다는 구체적 계획을 선보였다. 태광산업은 최근 3년간 영업적자를 기록,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당시 시장에선 정부가 추진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이 화두였다. 자사주를 취득하면 원칙적으로 소각하게 하는 해당 정책이 실제 입법화되기 전 기업들은 기존 자사주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광산업의 EB 발행 역시 이 고민의 연장선이라는 시각이 제기됐다. 태광산업은 이미 수천억원 규모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갖고 있어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트러스톤운용이 내세운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한누리였다. 태광산업은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방어전에 나섰다. 해당 소송은 지난 7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이사의 충실의무 판단을 문제 삼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다양한 시장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한 시장 관계자는 "주주활동이 더 활발해지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중요 소송"이라고 말했다.
태광산업 울산 화섬공장 전경 [이미지=태광산업 홈페이지]

◇ 태광산업 승소…시장에선 비판의 목소리

소 제기 후 40여일의 고심 끝에 법원은 지난 9월 해당 가처분 신청에 대해 원고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태광산업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상법 제402조가 일반주주의 이사의 위법행위유지(금지)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일반주주가 직접 경영에 개입해 회사 경영이 저해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해당 권리를 엄격하게 해석했다.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다는 법 조항에 대해서도 보수적으로 판단했다.

이 밖에도 트러스톤운용이 문제 삼은 태광산업 이사회 EB 교환가액 산정 문제도 EB 발행 자체를 무효화할만 한 중대한 요소는 아니라고 해석했다. EB 발행이 사실상 CB 발행과 성격이 같다는 트러스톤운용 측 주장도 일축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 측은 보수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사는 주주 전체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면 되는 것이지 개별 주주 요청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각각의 쟁점은 시장의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자사주 대상 EB의 성격을 판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태광산업 측 소송대리인으로 나선 법무법인 세종은 이 판결을 승소 사례로 소개하면서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EB가 신주발행이나 CB와는 본질적으로 상이하며 따라서 동일한 법적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명확히 했다"면서 "경영진의 재량권과 소수주주 보호 간의 적절한 균형점을 제시했다"고 해석했다.

반대 의견도 나왔다. 송옥렬 서울대 교수는 한 세미나에서 "자사주 처분과 비교해야 할 대상은 신주발행이 아니라 자기주식을 소각한 다음 이루어지는 신주발행”이라며 “자기주식의 처분과 신주발행 사이에는 회사의 총자산에 미치는 영향이라든가 기존 주주의 지분비율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차이가 없어 법원 판결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사 충실의무 범위와 유지청구권에 대한 해석에 대해서도 이견이 분분했다.

트러스톤은 현재 해당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항소심에서 뒤짚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면서도 "법원이 이해관계자 목소리를 기반으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판단했다는 인상"이라고 설명했다.

판사 출신의 다른 변호사는 "향후의 항소 판단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간의 법원 판단 내용 등을 고려하더라도 갑자기 방향을 180도 선회하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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