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이사회 합리적으로 구성해야…경영자 출신 많아야"②표현명 전 KT 사장 "오너 유무 관계없어…이사회 공통 목표는 선진화"
허인혜 기자공개 2025-11-07 08:23:43
이 기사는 2025년 11월 06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표현명 전 대표의 사외이사 이력은 독특하고 다채롭다. KT 사장을 거쳐 롯데렌탈을 이끈 후 다시 KT의 사외이사로 '컴백'했다. 그 전후로 JB금융지주의 사외이사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사외이사도 지냈다.통신업과 금융업 등의 규제산업을 넘나드는 한편 제조와 IT를 오갔다. 특히 소유 경영 분산 기업과 오너 기업, 금융지주 체제를 모두 거쳤다. 국내 기업의 거버넌스 체계는 빠짐없이 경험한 셈이다.
표 전 대표는 더벨과의 인터뷰를 통해 각기 다른 기업 환경에서의 이사회 경험담을 전했다. 특히 오너기업과 소유 경영 분산 기업, 규제가 강한 금융지주회사 체제 기업에서의 이사회 운영 차이를 전했다. 오너 중심 기업과 상장 지주회사에서 사외이사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세부적으로는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선진화'로 통했다.
◇한국타이어 '오너 없는 이사회' 이끌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이사회 변화다. KT 사외이사 시절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외이사로도 활약했다. 2021년부터 사외이사로 선임돼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임기를 이어갔다. 한국타이어는 표 전 대표를 선임하며 "상장회사 사장 및 대기업 계열사 대표이사를 역임한 기업경영 분야의 전문가"라는 배경을 밝혔다.한국타이어는 대표적인 오너 기업이다. 표 전 대표는 이사회 선임 첫 회의에서 '적어도 독립적 이사회 거버넌스를 위한 단계적인 로드맵은 가져야 한다고'고 제언했다. 그는 "적어도 이사회 거버넌스의 로드맵은 그려두어야 한다고 제안했다"며 "어떻게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회사가 성장하도록 거버넌스를 선진화할 지 정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표 전 대표가 강조한 로드맵의 한 축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였다. 한국타이어는 이와 같은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이뤘다. 지주사 한국앤컴퍼니는 선제적으로 변화를 추진해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또 다른 주요 제언은 이사 시차 임기제 도입이다. 같은 시점에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한꺼번에 교체되면 이사회 논의의 맥과 기억이 끊길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선임 시기를 나눠 두면 임기가 남은 이사들이 자연스럽게 가교 역할을 하며 이사회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표 전 대표는 "이전에는 사외이사들이 모두 같은 시기의 주주총회를 통해서 선임됐다"며 "다음 차례부터는 경영과 이사회 판단의 연속성을 위해 시차를 두고 임기를 나눠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했다. 이어 "'시차 임기제의 선례가 필요하다면 내가 솔선수범하겠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사회 산하 위원회 설치로 ESG도 보강했다. 그는 "한국타이어의 경우 ESG 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는 한편 이왕이면 여성 이사가 ESG 위원장을 맡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제너럴 일렉트릭(GE), 맥쿼리 그룹 등에서 핵심 임원을 거친 이미라 사외이사가 초대 위원장에 앉았다.
◇소유경영 분리·오너회사·금융사 이사회 달랐던 점은
표 전 대표가 경험한 세 곳의 보드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KT는 대주주가 없는 분산 소유 구조, 한국타이어는 오너 일가가 뚜렷한 회사, JB금융지주는 규제가 강한 금융지주사다.
표 전 대표는 KT에 다시 사외이사로 돌아갈 때를 회고했다. 국민연금은 롯데렌탈(전 KT렌탈)과의 거래 관계를 이유로 5년 내 중요한 거래 관계 회사의 상근 임원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처럼 소유경영이 분리된 만큼 개별 투자자들에게서 여러 해석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외부의 관심도 상당했다. 이사회 안건 논의 결과를 두고도 설왕설래가 있었다. 표 전 대표는 "겉으로 보면 ‘부결이 적다, 찬성이 많다’ 이러면서 이사회 독립성이 없다고 얘기한다"며 "하지만 사전 설명 때 이미 지적을 하고 수정보완을 거쳐 본 이사회때 수정된 안건이 상정되어 찬성으로 돌아선 것들이다. 숫자만 보고 말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반대로 오너회사의 이사회는 다른 고민이 있었다. 경영의 연속성과 지속성 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대주주의 생각이 투영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지주 이사회는 절차의 엄격함이 특징이었다. 그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 회의록도 규제기관에 보내고, 어떤 이사가 무슨 발언을 했는지까지 기록으로 남겼다"며 "다른 기업에서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다보니 금융업의 속성 때문인 것으로 이해했다"고 답했다.
일부 이사회에서는 손을 볼 만한 절차도 있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의안과 설명자료 공유 기간이다. 그는 '적어도 일주일 전에는 자료를 보내라'고 요청했다. 표 전 대표는 "이사들이 사전에 회의자료를 받고 검토를 해야, 형식적인 회의가 되지 않는다"며 "아울러 이사회는 법적인 것도 따져봐야 하니 법령집을 이사 책상에 두거나, 노트북에 저장해 달라는 요구도 했다"고 말했다.
◇"이사회 합리적으로 구성해야…학계·법조계보다 경영자"
표 전 대표는 이사회의 '합리적인 이사진 구성'도 강조해 왔다. 교수·법조·관료 출신 편중을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표 전 대표는 "교수 사회에서는 사외이사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부탁을 하는 이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또 "법조계 출신도 꼭 두려고 하는데, 대기업의 경우 법무실에 변호사들이 많이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빈 자리에는 경영인 출신이 포진해야 한다는 게 표 전 대표의 생각이다. 표 전 대표는 "결국 회사를 경영하는 고민은 분야만 다르지 똑같고 그 고민을 해본 사람이 이사회에서 조언을 해주는 게 회사에 도움이 된다"며 "예전에 애플은 경쟁사 CEO인 구글의 에릭 슈밋도 이사로 선임한 바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 시기상조라고 해도 지식과 경험을 갖춘 경영자를 많이 뽑는 게 회사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했다.
사외이사 독립성에 대해서는 색다른 해석도 내놨다. 일반적으로는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만 강조되지만, 그는 거꾸로 경영진의 독립을 침해하는 사외이사의 행동도 경계했다. 한 기업의 사외이사가 경영진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따로 만남과 설명을 요구하는 등 지나치게 경영에 관여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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