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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의 '분위기 메이커'를 찾아서thebell note

허인혜 기자공개 2025-11-07 08:23:58

이 기사는 2025년 11월 06일 10:3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느 모임에 가든 한 명의 분위기 메이커가 흐름을 주도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대체로 눈에 띄지 않는 쪽을 택하는 사람들 속에서 한 명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얼음이 깨지고 더 깊은 대화가 오간다. 반대로 분위기 메이커가 전혀 없이 조용한 와중 끝나는 만남들도 많다.

분위기 메이커가 있고, 없는 쪽 중 절대적으로 어떤 상황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스터디나 회의, 기자간담회처럼 질의응답과 토론이 중요한 모임에서는 분위기 메이커가 있는 편이 더 많은 대화를 이끌어 낸다. 대표적인 모임이 이사회다.

이사회에 몸담았던 인물들을 만나 인터뷰를 나눠보면 분위기 주도에 대한 화두도 단골로 등장한다. 여타 생업으로 이사회에 적극적으로 몸담은 인물들이 적었고 이사회의 회의 자체도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돼 기타 의견을 내는 이사들이 없던 경우도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 기업에서 사외이사가 대대적인 반대 의견을 내려면 그 직함을 내려놓을 각오까지 해야한다는 게 아직도 들리는 비판이다.

이사회에서 분위기를 좌우하는 사람은 대개 첫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안건 설명이 끝난 후 침묵이 이어질 때 가장 먼저 손을 드는 이사다.

최근 만난 표현명 전 KT 사장도 그런 유형의 이사였다. 통신과 렌털 등 여러 산업을 거친 그는 사외이사가 돼서도 회의 초반부터 질문과 문제의식을 적극적으로 꺼내놓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사전설명 자리에서 나온 이사들의 지적이 본회의 안건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집요하게 확인하고 필요하면 안건의 구조 자체를 다시 짜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물론 좋은 분위기 메이커와 나쁜 분위기 메이커를 가르는 선도 존재한다. 과거 일부 회사에서 사외이사 의장이 실무 문제까지 쥐고 흔들며 임원들을 따로 불러 만나는 관행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회의장에서 질문을 많이 던지는 것과 배후 권력처럼 굴며 경영진을 줄 세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폐쇄적인 사적 접촉과 과도한 영향력 행사로 또 다른 오너를 자처하는 이는 분위기 메이커가 아니라 새로운 리스크에 가깝다.

직함보다 중요한 건 회의에서 침묵을 깨줄 용기와 그 질문이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감각이다. 한두 명의 분위기 메이커가 있는 이사회는 더 피곤한 이사회일 것이다. 다만 요즘처럼 거버넌스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 환경에서는 피곤하더라도 질문을 던지는 이사가 있는 쪽이 기업과 주주에게는 더 안전한 선택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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