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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30년, 코스닥 3000 비전]성장혁신·중견기업 혼재, 이중 정체성 해법 고민할 때⑤거래소 지주사 전환 표류, 일본식 시장개편 대안 거론

최윤신 기자공개 2025-11-10 07:53:08

[편집자주]

코스닥(KOSDAQ) 시장이 올해로 개장 30년차에 들어섰다. 미국 나스닥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설립된 성장주 시장의 현주소는 초라한 편이다. IT버블 시절 한때 2800포인트를 넘어선 적도 있지만 이후로는 '천스닥' 구경도 힘들 정도로 늪에 빠졌다. 새정부 들어 벤처·코스닥·VC협회 수장들이 '코스닥 3000 시대'를 향한 목소리를 냈다. 더벨이 코스닥 성장을 위한 비전을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11월 06일 14: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혁신성장기업을 위한 시장으로 출범한 코스닥은 30년의 시간이 지나며 중견기업까지 포괄하게 됐다. ‘성장형·혁신기업지원’과 ‘중견·우량기업육성’의 기능을 동시에 가진 '이중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증시부진을 극복한 일본의 시장개편 사례는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에는 코스닥 시장의 운영 주체를 코스피와 아예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라는 지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시장이 관심이 몰리고 있다.

◇증시침체 겪던 일본, 고민 끝에 3대 세그먼트 개편

한국거래소가 지난 7월 개최한 '코스닥 커넥트 2025' 행사에서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코스닥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로 '이중 정체성'을 화두로 꺼냈다. 강 실장은 "코스닥 시장은 중견기업까지 포괄하는 시장으로 발전하며 이들을 하나의 틀 안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에 한계가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혁신기업의 성장을 위한 상장기준 완화라는 정책적 목표와 우량기업 유치와 규제 강화라는 목표가 충돌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강 실장은 "코스닥이 독자적 경쟁력을 갖춘 균형잡힌 성장시장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선 ‘혁신성장 기업지원’과 ‘우량중견 기업육성’의 두 기능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구조로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접국가 중에선 일본이 같은 이슈로 증시 부진을 겪은 바 있다. 일본의 주식시장은 제1부·제2부·Mothers·JASDAQ 등 다층 구조가 혼재돼 있었다. 기업들이 일제히 최상위 시장인 시장 제1부 종목을 향하면서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2019년 4월말 기준 도쿄증권거래소 상장기업 3634개사 중 시장 제1부에 상장된 기업이 2141개에 달했다. 나머지 세그먼트는 상대적으로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도쿄거래소는 2022년 4월 시장 재편을 통해 △프라임(글로벌 대형주) △스탠다드(중형주) △그로스(성장기업)으로 시장 구조를 단순화하고 각 시장별 성격을 명확히 정의했다. 여기에 더해 프라임 시장의 경우 엄격한 요건을 도입하고, 그로스 시장은 상장 문턱을 낮추되 2030년부터는 상장 후 5년 내 시가총액 100억엔을 달성해야 상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했다.

2022년 4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마켓 세그먼트 개편 모식도./자료=도쿄증권거래소(TSE)
제도가 도입된 지 2년이 지난 지난해 4월 1일 기준 프라임 시장 시총 중앙값은 573억엔에서 960억엔, 스탠다드 시장은 62억에서 82억엔으로 늘어났다. 그로스 시장의 경우 시가총액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일본 사례는 각 시장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전문가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시장별로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차별화된 지원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일본의 경우 부실기업 정리 및 상장기업들의 질적성장이 촉진돼 만성적인 저평가 이슈가 개선되고 시장의 밸류가 상승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운영 한계…코스닥 분리논의 재점화 가능성

애초 코스닥 시장은 1996년 출범 당시부터 코스닥증권시장이라는 이름의 법인이 주식중개를 담당하고, 증권업협회 산하의 코스닥위원회가 관리하는 구조였다. 유가증권시장을 담당하는 한국증권거래소와는 별개로 운영됐다. 지금의 형태로 변한 건 2005년 한국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 한국선물거래소가 합병해 하나의 거래소가 출범하면서다.

코스닥시장이 거래소의 관리 아래로 들어가며 유가증권시장과의 차별성이 부족해졌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2013년 코스닥시장위원회를 한국거래소 이사회에서 분리하고 조직과 기능강화하는 방식으로 독립성 확보를 꾀했다. 지난 2015년에는 금융위원회가 코스닥시장의 법인 분리를 검토하기도 했다. 다만 거래소 완전 분리는 이뤄지지 못했다.

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을 관리하는 자회사를 각각 설립하는 방식의 거래소 시장경쟁력 강화방안이 추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5년 7월 발표된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에 담긴 거래소 지주회사 구조

최근 시장에선 코스닥 분리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 종합감사에서 "거래소 통합체제 하에서는 코스닥의 자율성과 경쟁력이 모두 제한된다"며 “코스닥의 독립운영이 벤처자본 회수기능 회복과 창업·투자 생태계 복원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역시 벤처캐피탈(VC)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취합했다. VC 관계자는 "코스닥 분리를 포함해 그간 벤처업계에서 가지고 있던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했다"며 "금융위에서는 구체적인 계획 등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의 구조개편을 위해선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 수년간 국회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부분이라 기한을 장담하긴 힘들다. 업계에선 연내 발표될 글로벌 벤처 4대강국 도약 방안에 코스닥 시장의 구조 개편과 관련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동훈 코스닥협회장은 "민간 중심의 유연한 운영 체계 도입을 통해 코스닥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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