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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 EB 판결문 분석]이사 충실의무 위반 지적하기 위한 '전제조건'③재판부, 트러스톤운용 유지청구권 행사 요건 중 하나로 실질적 경영권 분쟁 여부 판단

이돈섭 기자공개 2025-11-13 08:09:37

[편집자주]

지난 7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은 자본시장 내 뜨거운 화두였다. 해당 개정안을 처음으로 적용한 트러스톤자산운용과 태광산업 간 소송은 많은 시장 관계자 눈길을 끌었다. 법원은 태광산업 손을 들어줬고 트러스톤운용은 항소했다. 법원의 1심 판결문에서 따져볼 내용은 다양하다. theBoard는 해당 판결문을 토대로 이번 판결이 남긴 쟁점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1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주가 특정 기업 이사회 결정에 제동을 걸려면 그 결정에 따른 피해가 뚜렷해야 한다. 단순히 주주라는 이유만으로 이사 충실의무 위반을 지적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설사 태광산업 뜻대로 한국투자증권 대상으로 EB가 발행됐다손 치더라도 태광산업 최대주주 지배력이 확고하기 때문에 기업 거버넌스 자체에 변화를 주긴 힘들었을 것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지분이 최대주주에 필적했더라면 재판부의 판단은 달라졌을 수 있다.

재판부가 트러스톤운용의 위법행위유지청구권 행사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해당 소를 기각 결정한 데는 트러스톤운용이 가진 태광산업 지분이 작다는 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트러스톤운용이 해당 소를 제기했을 때 보유하고 있었던 태광산업 지분은 5.95%였다. 태광산업 최대주주는 지분 29.48%를 가진 이호진 회장이었다. 특수관계인을 모두 합치면 54.53%까지 커진다. 실질적 지분 차이는 48.58% 정도다.

트러스톤운용이 수년 전부터 태광산업 대상으로 주주활동을 펼쳐왔다고 하더라도 이 지분 차이만 놓고 보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태광산업의 자사주는 발행주식 전체의 24.40%였다. 최대주주의 기업 장악력이 확고한 상태에서 자사주 대상 EB가 설사 트러스톤운용 측에 넘겨진다고 하더라도 태광산업 전체 지배력 구조에 변화를 일으키긴 불가능했다.

트러스톤운용은 ① 태광산업이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이사회를 개최하고 자사주 대상 EB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사회 절차 상 문제가 있어 결의가 위법하다는 점과 ②자사주 대상 EB 발행은 신주 발행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므로 신주 발행에 따른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 ③태광산업이 우호적 관계를 가진 한국증권에 자사주를 넘기는 것은 이사 충실의무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 ④태광산업 이사회가 자사주 처분 적절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어 선관주의 의무 위반도 문제 삼았다. 이런 이유로 이번 EB 발행은 태광산업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것으로 예상되니 EB 발행 결정에 대해 상법 상 권리인 위법행위유지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주장이다. 위법행위유지청구권은 이사가 법령·정관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려고 할 때 주주가 회사를 위해 행위를 멈출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지분 문제가 판결문에 등장한 건 태광산업이 우호관계에 있는 한국증권에 자사주를 넘긴 것이 이사 충실의무 위반이라는 트러스톤운용 측 주장을 판단하는 부분에서다. 재판부는 태광산업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트러스톤운용과 태광산업 최대주주 간 지분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두 주체 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경영권 수호 차원에서 한국증권에 EB를 발행했다고 여기기 어렵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태광산업)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54.53%로 2대주주 지분율 5.95%과는 이 사건 자사주 규모인 발행주식 총수의 약 24.41%를 초과할 정도로 큰 차이가 있다'면서 '이와 같은 지분율의 차이를 고려하면 EB 발행이 지배구조에 중대한 변경을 초래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더불어 한국증권이 태광산업과 우호적 관계를 가졌다고 판단할 만한 자료가 없다는 점 역시 지적했다.

주주와 이사 간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개정된 상법 하 이사는 주주 전체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면 되는 것이지 모든 개별 주주 요청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며 '주주와 회사 경영진 사이 자사주 활용 방법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었고 주주 의견과 다른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경영권 분쟁 상황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만약 트러스톤운용와 이 회장 측 지분 차이가 자사주 규모보다 작았다면 다른 판결이 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의견을 제기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사주 EB 발행이 최대주주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는 점을 설득하려면 자사주 EB 발행으로 최대주주 측 경영권이 공고해지거나 기존 주주의 지배력이 약해져야 할 것"이라며 "자사주 활용에 따라 실질적 경영권이 이동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현재 본안을 판단하고 있는 만큼 지켜봐야겠지만 경영권 분쟁 상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황들을 제안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이번 판결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법원이 주주가 주주 이익을 위해 이사위법행위유지 행사 자체에는 긍정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적 기반을 확고히 갖춘다면 향후 다른 판단을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상법 상 유지청구권은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인정되고 있다는 점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라면서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 강화된 만큼 유지청구권 행사 요건도 회사에서 주주 전체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는 문구로 확대되어야 이사회 결정으로 손해를 입은 주주들이 사전 사후적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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