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솔리다임]SK하이닉스 자회사 편입된 인텔 낸드 사업부[크로스보더]①10조 투입해 포트폴리오 확장…독립 경영에서 최태원 의장 체제로 전환
허인혜 기자공개 2025-11-14 08:12:49
[편집자주]
글로벌 M&A가 흔해진 시대, 기업의 '국적'은 여전히 상징적·실질적 의미를 지닌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반대로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을 사들였을 때 단순한 소유권 이전 이상의 다층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지배구조와 계열사, 경영환경의 재편과 그 과정에서의 거버넌스 충돌 등이다. 글로벌 M&A를 앞둔 기업들이 미리 대비해야할 어젠다이기도 하다. THECFO는 국적 변화가 지배구조와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1월 07일 14:4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은 2010년대 초만 해도 정유와 통신의 두 사업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던 곳이다. 하지만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품으면서 포트폴리오 지도가 바뀌기 시작했다.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2021년 인텔의 낸드 메모리·스토리지 사업부를 90억달러에 사들이며 한 번 더 성부수를 띄웠다. 인텔 내부 사업부에 불과하던 조직을 미국 본사, 별도 법인, 독립 브랜드를 갖춘 기업 솔리다임(Solidigm)으로 분리시켜 SK그룹 수직 구조 안으로 편입시켰다.
솔리다임은 SK 하이닉스 편제로 들어온 뒤 실적 급반등을 이뤘다. 인텔의 일개 사업부에서 SK하이닉스의 완전 자회사로 전환돼 SK그룹의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담당하는 한 축이 됐다.
◇인텔 사업부에서 SK하이닉스 자회사로
SK하이닉스는 SK그룹을 이끄는 주역이자 시가총액 2위의 명실상부 국내 대표 기업이다. 하지만 전신인 하이닉스반도체는 한때 회생이 불투명할 만큼 유동성 위기가 있었다.
하이닉스는 SK그룹으로 편입된 뒤 V자 반등을 이룬다. D램 사업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고 낸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솔리다임 인수에 나섰다.
과거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당시 투자한 자금은 3조원 남짓한 수준이었다.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을 인수하면서 지급한 돈은 10조원 규모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영권을 사들일 때 들인 돈보다 많은 자금을 쓸 수 있을만큼 재무완충력이 탄탄해졌다.

SK하이닉스가 인수에 나선 대상은 인텔의 SSD 사업부 전체와 낸드 부품, 웨이퍼 사업, 중국 다롄 반도체 공장 등이었다. 계약은 두 번에 나눠 진행됐다.
1차 클로징은 2021년 12월이다. SK하이닉스가 70억달러를 지급하고 인텔의 SSD 사업부 자산과 다롄 제조 시설을 넘겨 받았다. SSD 제품 개발·생산·영업 인력도 이때 함께 이동했다. 인텔의 SSD 사업을 맡을 새 미국 법인이 필요해 이때 만들어진 이름이 바로 솔리다임이다.
2차 클로징은 올해 3월 마무리됐다. SK하이닉스는 남은 19억달러 안팎을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 설계·제조 관련 지식재산권과 연구개발(R&D) 인력까지 모두 이전받았다. 이로써 인텔의 낸드·SSD 사업은 지분과 자산, 인력, IP까지 순차적으로 SK하이닉스 품으로 완전히 넘어간다. 솔리다임 인수에 들어간 자금은 총 90억달러, 한화로 약 10조3104억원에 달했다.
◇'독립 미국 자회사' 인텔 인력 승계 속 연속성 부여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에 대해 독립적인 미국 기반의 자회사란 점을 강조해 왔다. 인수 초기 미국 현지에서의 자율 경영을 보장한 것으로 보인다. 인텔 인수 당시 미국과 기타 규제당국의 승인 과정에서도 고용 승계와 현지 경영 지속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출범과 함께 신임된 CEO는 롭 크룩 전 인텔 수석부사장이었다. 인텔의 메모리사업부를 이끌던 인물로 인텔에서 30년 가깝게 몸담았다.
롭 크룩 전 CEO 외에도 스티븐 뮬러 법무책임자와 앤드류 허터 프로그램 총괄 임원, 그렉 매트슨 제품 및 마케팅 책임자, 신궈 공동대표 및 데이터센터 엔지니어링 책임자 등이 인텔에서 솔리다임으로 승계된 인력이다.

인텔 시절에는 인텔 이사회에 종속된 사업부였지만 솔리다임으로 바뀐 뒤에는 자체 이사회와 CEO를 가진 법인으로 승격됐다. 인텔 출신의 고위급 인력 승계는 100% 자회사 구조를 갖춘 이후에도 솔리다임의 현지 경영 역량을 신뢰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간 역할 분담도 뚜렷했다. 설계·펌웨어·컨트롤러 개발, SSD 제품 기획과 브랜드, 클라우드·데이터센터 고객과의 영업 등 '솔루션' 기능은 솔리다임이 맡는다. 웨이퍼 생산과 낸드 공정은 중국 다롄 공장과 SK하이닉스 기존 생산라인이 담당한다. 낸드라는 동일 사업 안에서 설계·브랜드·영업이 미국 법인, 제조 자산은 한국·중국 계열사로 나뉜 셈이다.
◇'최태원 의장' SK하이닉스로 넘어온 무게추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인수 후 초기에 기존 경영진과 조직을 고스란히 유지해 사업 연속성을 확보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낸드 업황이 꺾이고 반도체 경기 한파가 이어졌고 인수 후 시간이 지나며 경영진의 구성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솔리다임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순손실 규모만 8조원에 달하는 한파를 겪었다. 인수 직후 미중 무역갈등이 불거지면서 사업 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다롄 사업장은 남겼지만 일본 법인은 청산했다.
경영진은 점차 SK하이닉스 쪽으로 기울었다. SK하이닉스 최고경영진이 CEO 직무대행과 이사회 의장으로 차례로 포진하면서 전략·인사·투자 등 핵심 의사결정 축은 점차 SK하이닉스 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플로리다 법인등록부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노종원 사장 등이 이사(Director)로 등재돼 있다. 인텔 출신의 롭 크룩 전 CEO의 사퇴도 한 몫을 했다.
2024년 11월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그룹 회장이 직접 비상장 해외 자회사 이사회 의장을 맡은 건 이례적인 선택이다. 낸드·SSD가 AI·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다시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는 만큼 SK그룹 차원에서 솔리다임을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나스닥 상장 추진과 매각의 상반된 전망은 추후 지배구조 관전 포인트다.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을 선택하면 지분 구조와 이사회 구성이 바뀌면서 외부 주주와 독립 이사의 비중이 커지고 SK하이닉스의 100% 지배는 일정 부분 완화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일부 또는 전부 매각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솔리다임은 SK그룹 수직 체계 밖으로 나가거나 새로운 전략적 주주와의 공동 지배 구조로 재편되는 셈이다. 어느 쪽을 택하든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 100% 미국 자회사'라는 현재의 단순한 지분 구조에서 한 번 더 변곡점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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