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전략 분석]'풍요 속 빈곤' 삼성전자, 현금방어 핵심은 ‘해외 배당’자사주 10조 매입 마무리, 별도법인에 쏠린 지출…해외 자회사 수혈 확대
고진영 기자공개 2025-11-26 08:20:04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1월 24일 16:0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100조원을 넘는 현금이 대부분 해외에 묶여 있는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막대한 수익이 해외법인에 쌓이는 동안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 주주환원 부담은 고스란히 국내 본사가 떠안는다.다만 최근엔 해외 자회사에 꽤 자주 손을 벌리고 있다. 4년 전 특별배당을 기점으로 금고 사정이 팍팍해진 데다, 작년 말부터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면서 지출이 또 급증했기 때문이다.
◇요동치는 본사 현금 원인은…해외에 묶인 유동성
2025년 3분기 말 삼성전자의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10조9725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연말 12조원이었다가 올 3월 말 5조원 밑까지 떨어졌었는데, 반년만에 두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현금 규모가 단기간 등락을 반복하는 이유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수익 유익 시점의 차이에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4년 11월 1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공표했었다. 당시 ‘4만 전자’까지 주가가 주저앉자 기업가치 회복을 위해 내렸던 결정이다. 이에 따라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사들였으며 약속한 규모의 매입을 최근 마쳤다. 지난해 들어간 금액이 1조8000억원, 올해는 8조2000억원으로 계산된다. 문제는 삼성전자 별도법인의 현금 여력이 그리 넉넉치 않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으론 100조원을 넘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했지만 대부분 해외 종속법인들이 쥐고 있다. 돈은 연결실체가 같이 벌어도 지분투자와 배당 등 주요 지출은 거의 모회사인 삼성전자 본사가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 연결법인은 연간 300조원 안팎의 연매출을 내면서 매년 60조~70조원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만들어낸다. 이중 별도법인에서 생기는 연매출이 200조원 정도, 영업현금은 40조~50조원 수준이다.
2015년부터 작년 말까지 10년간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총 572조원의 영업현금을 기록했고 그 가운데 370조원을 별도법인, 나머지를 종속법인에서 벌었다. 대략 영업현금의 65%가 별도법인으로 흘러 들어왔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가는 돈의 비중은 이보다 훨씬 크게 별도법인에 치우쳐 있다. 삼성전자의 10년간 CAPEX(유·무형자산 취득) 지출은 413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71%를 넘는 294조원을 별도법인이 부담했다. 모회사인 만큼 주주환원과 지분투자에선 격차가 더 커진다. 같은 기간 연결기준 배당지급액(94조원) 가운데 98%(92조원), 자기주식 순취득액(24조원)의 전부가 별도법인에서 빠져나갔다. 또 종속·관계·공동기업에 대한 지분투자의 경우 별도법인은 12조원어치를 순지출한 반면 연결 기준으론 오히려 1조6000억원 정도가 순유입됐다.
결국 10년 동안 CAPEX와 배당, 자사주 매입, 지분투자에 사용한 금액을 전부 합산하면 529조원 중 별도법인이 감당한 금액이 80%(423조원)에 달한다. 이 기간 별도법인에서 발생한 영업현금이 370조원인데 그 돈보다도 50조원 이상을 더 썼다는 이야기다. 금고 사정이 빠듯할 수밖에 없다. 반면 해외법인은 영업활동으로 유입되는 현금 대부분이 그대로 잔류해 고이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글로벌 매출은 해외 판매법인들이 책임지지만 상당부분은 해외에서 만든 제품을 삼성전자가 사들여 다시 수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해외 생산법인이 모회사 삼성전자에 마진을 붙여 제품을 공급하고, 이 제품을 다시 매입한 해외 판매법인이 또 마진을 남겨 파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또 삼성전자 본사의 현금은 해외로 이동한다. 해외법인에만 현금이 들어찬 형태가 만들어진 이유다.

◇달라진 기조, 해외법인서 '수혈' 늘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해외로부터 현금을 끌어오는 데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세금 이슈 때문으로 짐작된다. 가령 베트남법인의 경우 현지에서 법인세율 15% 등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어서 베트남에 이익을 남기는 쪽이 국내법인(최대 24% 세율)보다 유리하다. 또 2022년까지만 해도 해외 자회사에서 받는 배당엔 익금불산입이 적용되지 않았다. 국내 자회사와 달리 해외 자회사에서 배당을 받으면 과세 대상이 됐다는 의미다. 본사로 현금을 가져오길 꺼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래 고착됐던 구조가 최근엔 다소 달라지는 추세다. 삼성전자가 2021년(지급일 기준) 무려 21조원을 특별배당으로 푼 이후 별도법인의 현금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진 평균 30조원 안팎을 본사에 두고 있었는데 그 해 3조원대로 급감했다. 2년 전 삼성전자가 자회사들에게 이례적으로 지원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약 22조원을 빌렸을뿐 아니라 그마저 부족해 해외법인 등으로부터 29조원을 배당 받아왔다. 2023년 상반기 말 삼성아시아의 자산규모가 전분기보다 11조원가량 줄어든 걸 보면 배당수입의 주요 원천은 여기로 추정된다.
과거 삼성전자 별도법인이 배당받은 규모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총 22조원, 연평균 2조원 남짓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년치 배당수익보다도 많은 돈을 1년 만에 당겨온 셈이다. 2023년부터 해외 자회사에도 익금불산입이 적용된 영향도 있지만 배당수익을 늘리지 않고는 최소한의 보유현금 유지가 어려웠다.
◇올해 지출 규모 54조…해외 배당 확대 불가피
올해 역시 삼성전자는 모자란 현금을 해외 종속회사 배당으로 메웠다. 2025년 삼성전자 별도법인은 9월까지 3조8760억원의 차입금을 순상환했고 7조3565억원을 배당했으며 CAPEX로 32조6226억원을 지출했다.
이밖에도 관계기업 등의 지분 순취득에 5400억원을 들였고 법인세도 2조원 가까이 나갔다. 여기에 자사주 취득을 위한 8조1493억원까지 추가로 사용했다. 굵직한 지출만 따져도 54조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해 말 현금성자산이 11조8418억원, 올해 영업에서 창출한 현금흐름이 3분기 말 기준 44조9929억원이었으니 이 돈을 전부 쓰고 기존 현금까지 보태도 통장이 거의 텅 빌 뻔했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올해 해외법인에서 다시 수조원을 수혈해왔다. 9월 말 기준 종속회사들이 밀어준 배당금은 8조6464억원을 기록했다. 자사주 매입에 대규모 실탄을 투입하고도 10조원대 현금을 수성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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