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재설계]'90년대 미국 약관' 그대로…한국 약관 변화 필요②소송 먹고 자란 미국 D&O 약관 …상법 개정 맞춰 한국식 변화 도입 변곡점
허인혜 기자공개 2025-12-04 08:14:34
[편집자주]
상법 개정과 배임죄 폐지 논의 등으로 이사를 둘러싼 법적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이에 맞춰 소송 방어를 둘러싼 시장도 꿈틀대는 모습이다. 거버넌스 전문가들은 임원배상책임보험(D&O)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이사회 감시 기능이 강화된 만큼 이사를 보호할 장치도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사의 의무는 무거워졌지만 국내 D&O 시장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더벨은 국내 D&O의 현주소와 변화 흐름을 짚고, 법조계·학계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와 기업의 목소리를 함께 담았다.
이 기사는 2025년 11월 27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임원배상책임보험(D&O)의 뿌리는 1990년대 미국 보험사 혹은 국내에 진입한 해외 보험사의 같은 상품 약관이다. 미국에 D&O가 정착한 지 수십년이 흘렀던 만큼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발전된 약관이었기 때문이다.90년대 같은 약관을 활용했지만 지금 양국의 D&O 현실은 또 다시 동떨어졌다. 미국이 이후 증권 소송 등의 영향으로 약관을 지속적으로 개량해온 반면 우리나라 D&O는 출시 당시에 머물러 있다. 2020년 이전에는 명맥만 이어온 시장이었고 보험금 청구 사례도 극히 미미하다보니 개정의 필요성이 낮았다.
전문가들은 D&O의 중요성이 점차 확대되는 지금 약관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장의 범위를 현실적으로 넓히고 위법행위 면책 조항도 명확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보상 체계 역시 개인의 한도를 두는 등의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90년대 도입한 약관 그대로…2000년까지 보상사례 '전무'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모두 D&O를 취급하고 있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 등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D&O가 도입된 건 1991년이지만 1997년까지 가입 건수가 한자릿수에 그쳤기 때문에 실질적인 출범은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으로 볼 수 있다.
이 시기 총수들의 책임경영이 화두에 오르며 등기이사 등록이 이어졌고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이 시작됐다. 도입 초인 1999년 발간된 '전문직위험과 배상책임보험' 논문을 참고하면 일반적 주의의무(Duty of Care)와 충실의무(Duty of Loyalty) 등 미국 회사법상 개념이 한국에 그대로 이식됐다.
초기 도입한 영문약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보험산업연구실장은 "국내의 경우 1991년 임원배상책임보험이 도입된 이후 양적 성장을 달성했지만 영문약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국내 실정과 부합하지 않는 조항들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개정이 미흡했던 이유는 명확하다. 1990년대부터 2020년 전까지 가입 기업의 수가 수백곳에 그치는 등 파이가 크지 않았다. 손해율 역시 2023년까지 10%에 이르지 못할 만큼 활용도가 낮았다. 2000년대에는 그동안 기업들이 낸 보험료가 1000억원 이상인데 보상 사례가 전무하다는 보도가 남아있다. 최근까지도 폭발적인 증가세는 아니다.
그마저도 상장사를 중심으로 가입이 이뤄졌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상장사의 75%가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 보험연구원이 2024년 발간한 '국내 중소기업의 리스크관리와 보험가입에 관한 연구'를 보면 국내 중소기업의 2.2%만이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 보험료 309만원을 냈다.
◇미 약관과 다른 '방어비용·이사별 한도·면책범위'
2000년대 초반 미국과 일본 상장사의 D&O 가입률은 90~95%에 달했다. 규모의 차이가 있지만 보상 한도도 달랐다. 체이스맨해튼은행에서 1조원이 넘는 보상한도를 정해뒀지만 당시 국내에서는 평균 보상 한도가 10억~15억원에 그쳤다.
미국기업이사협회(NACD)는 올해 7월 글로벌 보험중개 전문기업 에이온(Aon)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기업 이사들에게 미국 D&O의 세부적인 사안을 소개했다. 미국의 D&O는 인수합병이나 기업분할은 물론 주가 폭락에 따른 소송 위험, 사이버 위협이나 인공지능(AI) 대응에 적용할 만큼 발전했다.
글로벌 보험사들의 D&O 약관 등을 참고할 때 국내 약관과의 구체적인 차이점을 보면 우선 방어비용(defense costs)의 처리 방식이 다르다. 국내 보험사들의 D&O 설명을 보면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보장 한도 내에서 손해보상과 소송 과정에서의 제반 비용을 포괄한다. 반면 미국 보험사 중 일부는 손해보상과 방어 비용의 한도를 분리해 뒀다. 국내 보험사의 보장 구조상 방어비용이 커지면 손해보상 보장 여력은 줄어든다.
단체보험의 성격은 동일하되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이사 개인마다의 한도를 별도 지정하기도 한다. 개인 한도를 정하지 않았을 때의 부작용 때문이다. 단체보험의 특성상 초기 이벤트가 발생한 이사가 보장 한도를 소진하면 후기에 보장이 필요한 이사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면책의 범위도 다르다. 국내 보험사들의 경우 고의, 중대한 과실, 위법행위 등 포괄적인 문구를 적용해 면책 사유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최종적으로 위법행위 등이 확인되기 전에는 방어비용을 지급해 순서가 다르다.

◇보험업계·전문가 시장 확대 예고 "변화 기점"
D&O 시장의 확대는 예견돼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료 조정 등에 따라 시장이 커질 것으로 진단했다.
거버넌스 선진화 요구가 높은 금융 등의 업종과 일정 자산규모 이상의 상장사들 대부분이 D&O에 가입했다는 점을 들었다. 신규 가입보다는 실제 보험 집행이 이뤄지면서 손해율을 관리하게 되고, 보험료를 손보며 시장 규모가 증대된다는 설명이다.
상법 개정과 배임죄, 행동주의 등의 이슈로 소송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국면이 왔다는 이야기다. 미국과 일본처럼 방어비용 구조와 면책조항, 보장범위 등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보험사들도 상법 개정 이후 문의와 수요가 늘었다고 답했다. 손해보험사 D&O 관계자는 "상법 개정에 따라 신규 가입에 대한 문의가 확대되는 중"이라며 "기존 가입자 또한 보상한도액 증액 및 담보조건 개선에 대한 질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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