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1월 28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의 현장 규정은 수위가 센 편이다. 공장 내에서 보안경 없이 이동하다 세 차례 적발되면 원칙적으로 해고다. 작업자 의자에 목받침이 없는 장면도 상징적이다. 머리를 기대는 동작 자체를 근무 태만으로 보고 즉시 시정하게 만든다.룰에 의해서, 또 훈련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문화다. 우리라고 위반 시 임금을 깎고 누적되면 해고까지 가는 통제 장치를 도입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다만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따라붙을 현수막과 성명서를 떠올리면 이런 기본은 사실 가장 구현하기 어려운 조치다.
왜일까. 당연히 특정 기업의 문제로 보긴 어렵다. 폐쇄적인 노사관계와 고용의 경직성을 강화해 온 사회적 분위기가 더 크다. 오랜 시간 굳어져 온 탓에 우리는 잇단 사고를 끊기 위한 첫 단추조차 꿰지 못한 상태인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일벌백계가 효과를 낼 리는 만무하다. 올들어 대통령이 기업의 면허 취소를 언급하고 사업장 CEO들까지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날 만큼 ‘징벌’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흐름이 앞선다. 정치적 판단과 조직의 논리도 있겠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현장에서 처벌 수위가 재발 방지의 답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복지부동을 부추기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포스코는 최근 주요 사장들이 사업장에 자주 나가고 있다고 한다. 다만 제철소는 500만평이고 1만5000명이 동서남북으로 매일같이 움직인다. 사장이 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칼날이 자신에게 돌아올까 봐 현장이 위축되는 쪽으로만 움직이지 않았으면 한다.
국가적 비용도 비용대로 든다. 사고가 난 사업장 책임자를 단순한 악역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이동렬 전 제25대 포항제철소장만 봐도 철강업 경력이 30년이다. 우리 사회가 길러온 전문가이자 국가 산업을 떠받친 핵심 인력이다.
보직해임으로 정리되며 한 개인의 커리어는 그렇게 끝났다. 그의 퇴장으로 국가가 얻은 것과 잃은 것 중 무엇이 더 큰지 역시 따져볼 문제다.
회사로서도 심각한 경영 부담이다. 제철소장은 한때 그룹 2인자로 불렸던 자리다. 하지만 이제는 부담은 커지고 권한은 줄어드는 자리로 굳었다. 성과를 내기도 전에 짐을 먼저 떠안는 역할을 피하기 어렵다.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지며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남긴 한 해였다. 다만 처벌과 책임 추궁이라는 손쉬운 결론만으로 답을 찾지는 않았으면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동 문화와 제도, 시스템을 제대로 쌓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피플&오피니언
이호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HD현대로보틱스 IPO]'수장 불참' 삼성증권, HD현대 딜과 ‘거리감’
- [HD현대로보틱스 IPO]'외부 SW' 의존 꼬리표, 밸류 상단 가를 시험대
- 이마트, 공모채 3000억 모집에 1.9조 주문
- [Korean Paper]우리은행, 1년 반만에 복귀…달러채 발행 착수
- 모델솔루션, 미국서 산학협력…글로벌 디자인 인재 양성
- [Korean Paper]SK온 역대급 흥행…3년물 10억달러 '새 역사'
- [HD현대로보틱스 IPO]하나증권, 조직 불안 속 공동주관 따냈다
- 메리츠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추가 발행 나선다
- 실적 부진 후폭풍, 하나증권 ECM 본부장 전격 교체
- [영상]2025 증권사 승부…NH는 웃었고, KB는 지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