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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보드]삼양식품, 자사주 전량 매도 과정서 이사회 스크리닝 기능 무색오너 일가 대표 이사회 의장 겸직, 사외이사 이견 관철 구조적 한계

이돈섭 기자공개 2025-12-03 08:29:15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1일 08: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식품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취득한 자사주를 전량 시장에 매도하면서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정부 여당이 자사주 취득 후 원칙적으로 이를 소각화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상당수 기업이 자사주를 직접 매도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가운데 삼양식품이 자사주 전량을 외부에 판 행위는 시장 분위기를 거스른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사회가 경영진 결정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주주 논란 의식 안 했나…시장선 과감한 시도 지적

삼양식품 이사회가 자사주 처분 결정을 내린 건 지난 19일이다.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4명 등 8명의 이사로 구성된 삼양식품 이사회는 자사주 처분 안건에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삼양식품은 이달 20일 자사주 7만4887주를 블록딜 형식으로 매도해 994억원을 손에 쥐었다. 주당 처분가액은 19일 종가 137만5000원에 3.5% 할인율을 적용한 132만6875원. 삼양식품 주가는 작년 초까지만해도 20만원대 수준에 불과했다.

시장 이목을 끈 건 자사주 처분 타이밍이다. 정부 여당 주도로 자사주 취득 후 의무 소각 법안들이 발의된 점을 감안, 복수의 기업들은 자사주를 직접 처분하는 대신 자사주 대상 E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초 이후 이달 24일까지 상장사가 발행한 EB 규모는 4조2160억원 수준이다. 자사주 대상 EB 발행이 급증해 이미 작년 한해 전체 발행액 1조9870억원을 두 배 웃돌았다.

정부 여당 측 자사주 의무 소각 안은 자사주 취득을 납입자본의 환급으로 여겨 자사주를 자산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본조정 차감항목으로 계상해야 한다는 회계상 원칙을 강조한다. 자사주를 실존하는 자산으로 취급해 이를 현금화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삼양식품은 2022년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주주가치 제고' 명분을 내걸었는데 3년여 뒤 이를 외인에 매도한 행위는 계획을 역행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자사주를 처분한 행위가 엄밀하게 위법은 아니다. 지난 6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 대상으로 낸 자사주 대상 EB 발행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은 자사주를 자산으로 여기는 기존 판단을 고수했다. 하지만 해당 판결이 발표된 후 여당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법원이 주주 충실의무를 적시한 현행 상법 취지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태광산업은 최근 자사주 대상 EB 발행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시장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현금흐름이 양호하고 재무 건전성도 뛰어나 굳이 자기주식을 팔아 현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다른 기업들이 자사주 처분에 따른 역풍을 고려해 EB를 발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삼양식품 시도는 과감했다"고 설명했다. 여당 측은 최근 자사주를 취득한 후 1년 내 이를 원칙적으로 소각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 연내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삼양식품 이사회 의사록 중 안건 내용 발췌 [표=금융감독원]

◇ 현직 사외이사가 주식 전량 매도해 현금화 하기도

이번 삼양식품의 자사주 매도는 김정수 부회장 주도로 추진됐을 가능성이 높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주 전중윤 명예회장의 며느리이면서 전인장 회장의 배우자다. 삼양식품 이사회는 사내외이사 각각 3명씩 총 6명 이사진으로 구성돼 있지만 오너 일가 김 부회장이 직접 이사회 의장을 맡아 사실상 이사회 의사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정관상 이사회 결의는 통상 이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로 이뤄진다.

현재 사외이사에는 정무식 변호사와 김인수 전 회계사, 남판우 전 국세청 국장, 강소엽 HS인컴브로더 이사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자산 2조원 미만의 삼양식품은 2021년 기존 4명으로 구성된 이사진을 8명으로 확대했고 이사회 산하에 다양한 소위원회를 신설하면서 이사회 운영의 체계성을 도모했다. 이 과정에서 삼양식품은 법조와 회계, 세무,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해 이사회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다만 현 이사회 멤버 중에는 회계사 출신으로 삼양식품 CFO를 맡고 있는 장석훈 전무 외에는 금융과 재무 분야 전문성을 가진 이는 찾기 어렵다. 외부 시장 상황을 가늠해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이가 이사회 내 없어 자칫 논란을 불러 일으킬수 있는 자사주 처분 결의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삼양식품 측은 생산 설비 확충을 위해 재원을 확보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편 현 사외이사진 중에는 이사회 재직 기간 삼양식품 주식을 매매한 이력을 갖고 있는 이가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HSG 휴먼솔루션그룹 동기과학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소엽 사외이사는 2021년 사외이사 선임 이전부터 삼양식품 주식 45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사회 합류 후 90주를 추가 매수해 보유 주식을 135주까지 늘렸다가 얼마 되지 않아 주식을 전량 매도해 1282만원을 손에 쥐었다.

사외이사가 재직 기간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시장에 자칫 해당 기업 주가 향방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강소엽 사외이사가 이사회 합류 이전 주식을 어떤 가격에 매수했는지 알 수 없어 그의 정확한 투자 수익률은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가 주식을 매도한 시기는 삼양식품 주가가 지난해 본격적 상승세를 타기 2년 전으로 그의 투자 수익률 자체가 드라마틱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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