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7000억 품은 한국증권, 고수익 딜 선점 '가속'단독 인수 이례적, 발행어음·IMA 염두 공격적 행보
권순철 기자공개 2025-12-02 07:55:55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11월 28일 13: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이 롯데건설이 발행하는 사모 신종자본증권 7000억원을 단독으로 인수한다. 크레딧 우려가 불거진 전력이 있는데다가 건설 섹터를 영위하는 탓에 대형 증권사들이 쉽사리 제의하지 못한 틈을 파고 들어 유리한 조건으로 딜을 따낸 모습이다.단기금융업(발행어음)에 이어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드라이브를 감안한 행보로 풀이된다. 조달 가능한 규모는 늘었지만 모험자본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하는 구조적 이유로 고수익이 예상되는 딜은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하우스 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롯데건설 7000억 신종자본증권 '전량 인수'…롯데그룹 파트너십 '정점'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전날 롯데건설 이사회가 발표한 70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전량 인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국증권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엘씨파트너스제일차~제사차가 신종자본증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해 기관 투자자들에게 재매각(셀다운)하는 구조로 딜이 설계됐다.
한국증권이 참여 의사를 적극 나타내 성사된 딜로 관측된다. 'A0, 안정적'으로 평가 받는 롯데건설은 크레딧 우려가 불거졌을 뿐더러 비우호적 섹터인 건설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대형 증권사 사이에서도 쉽사리 베팅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롯데건설 측도 건설업 전망에 회의적이었던 하우스들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스탠스를 취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증권은 리스크가 높지 않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단일 증권사가 7000억원을 떠안은 사례는 보기 드물지만 호텔롯데(AA-)와 롯데물산(A+)이 SPC와 자금 보충 약정으로 '안전판'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양사가 각각 4000억, 3000억원 지원을 약속하면서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 우려가 잦아든 상태에서 3년 간 연 5.8%의 이자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한국증권과 롯데그룹의 오랜 파트너십은 올해 정점을 찍는 모습이다. 지난 6월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 철회를 대가로 에이치PE에 풋옵션 대금(1200억원)을 지불해야 했던 롯데지주에 약 1000억원을 지원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달 초 롯데케미칼의 6600억원 주가수익스와프(PRS)에 이어 롯데건설 물량까지 홀로 소화하면서 조달 우군을 자처했다.
◇대기업 조달 '총대 멘' 한국증권…발행어음·IMA 사업 안정화 포석
한국증권의 공격적인 행보는 롯데그룹에 한정되지 않는다. 대규모 조달 니즈가 있는 대기업 그룹사 딜에는 빠짐 없이 참여해 수익 파이를 극대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신종자본증권 2000억원), 두산(주식담보대출 2500억원), LG화학(PRS 5000억원), 에코프로(PRS 1000억원), DL케미칼(신종자본증권 2500억원) 등 최근 6개월 동안 1조7000억원이 넘는 실탄을 투입한 셈이다.
발행어음과 IMA 사업을 염두한 의사결정이라는 데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한국증권이 운용하는 발행어음 규모는 증권사 중에서도 압도적인 18조원대로 최근 IMA 1호 사업자로 지정되면서 자산 편입 니즈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IMA는 자기자본의 3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발행어음(200%)과는 결이 다른 운용이 가능하다.
물론 롯데건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어음으로 담지 않고 재매각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IMA 사업을 안정화하는 차원에서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선점하려는 기조가 하우스 내부적으로 정착된 모습이다. IMA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조달 이점을 갖는 대신 모험자본 공급 의무가 매년 강화되고 고객에 원금 보장 의무를 가지는 탓에 손실에 대비할 수 있는 여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한 증권사 본부장은 "단독 인수는 분명 이례적이지만 계열사 지원이 들어가는 이상 크게 손해볼 것은 없는 구조"라며 "오히려 나홀로 7000억원을 받아들이면서 발생할 수익 규모가 더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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