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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양약품 분식회계 이슈 진단]3세 정유석 체제 전면, 세대교체 명분 속 '책임론' 여전④등기임원으로 주요 의사결정 참여, 설득력 낮은 '정면 돌파' 시나리오

한태희 기자공개 2025-12-03 09:01:47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2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7년 장수 CEO의 퇴진과 오너 3세 단독 경영 체제로의 전환. 일양약품은 분식회계라는 초유의 사태를 세대교체의 명분으로 활용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후계자인 정유석 단독 대표 체제의 출범과 함께 새로운 리더십 속 경영 쇄신 의지를 내걸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주요 의사결정이 오너 일가의 영향권에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정 대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기간 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참여한 만큼 세대교체 프레임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분식 회계 의혹 기점, 경영권 승계와 겹친 실적 부양 과제

일양약품은 올해 10월 공동 대표 체제를 마무리하고 오너 3세 정 대표의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김동연 공동 대표의 사임서를 수리한 뒤 같은 날 이사회를 개최해 공동 대표 규정까지 폐지했다. 이를 통해 정 대표 중심 단독 경영 체제가 본격 출범했다.

김 전 대표는 일양약품 연구소장 출신으로 2008년 대표로 선임돼 오너 2세 정도언 전 회장과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해 왔다. 2013년부터는 단독 대표로 회사를 이끌면서 3세 체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일종의 승계 교두보 역할을 맡아 왔다.

일양약품의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실적 부양 역시 핵심 과제 중 하나였다. 공교롭게도 김 전 대표가 단독 대표에 오른 2013년의 이듬해인 2014년부터 일양약품의 통화일양, 양주일양 등 연결 회계처리에 따른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시점과 겹친다.


일양약품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천억원대 매출 등 실적을 과대계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라 일양약품에 과징금 부과, 감사인지정 3년 조치를 내렸다. 공동 대표이사 2인과 담당임원에 대한 해임권고 및 직무정지 6개월 등 처분을 결정했다.

일양약품은 고의성을 부인하면서도 회계 투명성 제고 및 내부감사장치 강화를 통해 추후 동일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영업 지속성, 재무 건전성, 경영 투명성 측면에서 보완책을 담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개선계획서도 제출했다.

특히 지배구조 및 경영진 측면에서 특수관계자의 계열사 겸직을 해소해 책임경영과 계열회사의 독립적 지배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 회계담당임원과 대표이사 1인, 회장 사임 등 주요 임원 교체를 통해 책임경영 체계를 재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도언 회장 및 김동연 대표 사임, 공동 대표 규정 폐지

일양약품은 분식 의혹 기간 동안 단독 대표로 재임하며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는 김 전 대표의 사임으로 상황을 정리하려는 모습이다. 올해 3월 재선임돼 당분간 각자 대표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예상과 달리 반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오너 2세이자 최대주주인 정 전 회장 역시 이번 사태 이후 회장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양약품은 분식회계 의혹을 일종의 세대교체 명분으로 삼아 오너 3세 중심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김 전 대표의 사임과 함께 일양약품의 리더십은 사실상 정 대표 중심의 단독 체제로 재편됐다. 그러나 문제는 정 대표 역시 관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데 있다.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기간 내 등기임원으로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해 왔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2011년 정기 주총에서 처음 등기임원으로 선임되며 이사회에 참여했다. 정 전 회장, 김 전 대표와 함께 이사회의 핵심 구성원으로 자리했다. 직책상 해외사업과 마케팅을 담당해 왔지만 정 대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 전 회장은 2013년 대표직을 사임하며 이사회에서도 퇴진했다. 이후 이사회는 김 전 대표, 정 대표, 최규영 총무실장 등 3인의 사내이사 체제로 운영돼 왔다. 이 가운데 오너 일가는 정 대표가 유일했으며 2023년 공동 대표에 오르기도 했다.

일양약품은 임원진 교체와 함께 이사회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공승열, 주광수 사외이사가 퇴임하고 강홍기, 선성관 사외이사(독립이사)의 신규 선임을 예고했다. 이사회 내 윤리경영위원회, 임원보수위원회, 독립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신설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기존에도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3인의 이사회 구성을 유지해 온 점을 고려하면 단순 교체만으로 이사회의 구조 개편을 이뤘다고 보긴 어렵다.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김 전 대표의 후임 인선이라는 과제도 남아 있다.

한편 일양약품은 경영권 승계와 달리 지분 승계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올해 3분기 기준 최대주주는 정 전 회장으로 21.84% 지분을 보유했다. 2대주주인 정 대표는 지분 4.23%를 보유했으며 작년 말 장내 매수를 통해 소폭 지분을 늘렸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정도언 회장은 이미 회장 직함을 내려놓은 상황"이라며 "경영 개선 계획을 세우는 단계로 경영 안정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내부 상황을 모르는 외부 인사를 갑작스럽게 영입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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