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풍요 속 빈곤…'현금부자' 삼성전자 '텅장'이 될 뻔했다고?메말라가는 본사 곳간, 108조원 중 상당액이 해외법인에 축적
고진영 기자공개 2025-12-02 16:01:49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2일 16:0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늘은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독특한 현금 사정을 살펴보려 하는데요. 삼성전자라면 현금이 넘쳐나서 차입도 거의 안 하는 회사로 유명하죠. 그런데 오늘 다룰 주제가 풍요 속 빈곤이에요. 약간 역설적인데 이게 무슨 뜻인지 보겠습니다.◇요동치는 본사 현금 원인은…해외에 묶인 유동성
삼성전자는 물론 돈이 많은 회사죠. 연결 실체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9월 말 기준으로 108조원을 넘습니다. 참고로 단기금융상품을 합산한 기준이고요. 그런데 이 돈의 대부분을 해외 종속법인들이 쥐고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정작 설비투자 집행이나 배당,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은 국내 본사, 그러니까 별도법인이 주로 할텐데 말이죠. 본사 금고는 생각보다 넉넉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최근엔 지출이 더 늘었는데요. 작년에 ‘4만전자’까지 주가가 떨어지면서 자사주 10조원 매입을 공표했었잖아요. 이게 최근 마무리 됐거든요. 세 차례에 걸쳐서 자사주를 사들였는데 작년에 들어간 금액이 1조8000억원, 올해는 8조2000억원이네요.
그래서 본사 현금 규모가 크게 요동친 겁니다. 작년 말12조원 남짓했는데 올 3월 말에 5조원 밑으로 떨어졌다가, 3분기 말 다시 10조9700억 수준으로 회복됐잖아요. 이 정도면 충분한 수준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그렇게 보긴 힘듭니다.
2013년 이후로는 원래 30조원 안팎의 현금을 본사에 일정하게 두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4년 전부터 현금이 바닥을 친 건데요. 아직 예년 수준으로 회복을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2010년대 초만 해도 연결실체 현금의 절반 정도는 모회사인 삼성전자에 있었거든요. 이게 2010년대 중반부터 달라졌어요. 개별실체 현금은 그대로인데 연결 현금만 늘어나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다 2021년 대규모 특별 배당을 하면서 유동성이 급속도로 메말랐고요.
2022년엔 3조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연매출만 300조원에 달하는 연결실체의 모회사라기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죠.
왜 이런 구조가 만들어졌을까요? 돈은 같이 버는데 왜 지출은 본사에만 쏠려있잖아요. 본사의 유동성 이슈를 많은 분들이 반도체 업황의 부진 때문이었다고 생각하시지만 사실 이건 실적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10년간 현금흐름을 보면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가 연결기준으로 총 572조원의 영업현금을 벌었거든요. 이 중 본사에서 번 돈이 370조원, 약 65% 수준입니다. 그런데 출은 훨씬 더 본사에 치우쳐 있죠.
같은 기간 CAPEX에 413조원을 썼는데 이 중 71%를 넘는 294조원을 본사가 부담했습니다. 주주환원은 격차가 훨씬 컸는데요. 배당금으로 지급한 94조원 중에 98%가 본사에서 나갔고요, 자사주 매입액 24조원은 전부 본사 몫이었습니다. 종속이나 관계기업에 대한 지분투자의 경우 별도법인은 12조를 순지출한 반면 연결 기준으로는 오히려 1조6000억원 정도가 순유입됐고요.
결국 10년동안 투자나 주주환원에 사용한 금액을 전부 합쳐보면 529조원 정도인데 이중 본사가 감당한 금액이 432조원 그러니까 80%에 달한다는 겁니다. 아까 이 기간 동안 본사가 벌어들인 영업현금이 370조원이라고 했는데 번돈보다 50조원 이상을 더 썼어요. 본사 금고가 빠듯할 수 밖에 없겠죠. 반대로 해외법인은 영업활동으로 유입되는 현금이 계속 잔류해서 고이는 구조고요.
◇달라진 기조, 해외법인서 '수혈' 늘었다
그렇다면 왜 굳이 현금을 해외에 쌓아두는 걸까요. 아무래도 세금 이슈 때문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 법인은 현지에서 세제 혜택이 엄청나거든요. 원래 법인세율 10%가 적용됐었어요. 올해 15%로 오르긴 했는데 한국에선 삼성전자가 24%를 적용 받으니까 이익을 현지에 남기는 쪽이 이득이겠죠.
해외에서 배당을 받으면 국내에서 또 세금을 내야 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2022년까지만 해도 해외 자회사에서 받는 배당에는 익금불산입 적용이 안 됐거든요. 국내 자회사에서 배당을 받으면 익금불산입이 되어서 과세되지 않았지만, 해외 자회사 배당의 경우 국내에서 또 세금을 내야 했다는 겁니다. 본사로 현금을 가져오길 꺼릴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좀 최근에는 달라진 모습인데요. 아까 얘기했던 특별배당으로 2021년 21조원을 풀었잖아요. 당시 현금 부족이 좀 심해지니까 자회사들한테 손을 벌리기 시작했습니다. 2년 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2조원을 빌려왔고요. 이것도 모자라서 해외법인들로부터 대거 배당을 받았는데요. 2023년 자회사들로부터 받은 배당금이 29조원입니다
삼성전자 별도법인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받은 배당금이 총 22조원, 연평균 2조원인데 10년치 배당 수입보다 많은 돈을 1년만에 당겨 온 거죠. 그때부터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도 익금불산입이 적용되면서 세금 부담이 줄어든 영향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배당을 늘리지 않고서는 최소한의 보유 현금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던 거죠.
◇올해 지출 규모 54조…해외 배당 확대 불가피
올해도 해외에서 수혈을 받았습니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별도법인이 쓴 돈을 보면 약 3조9000억원의 차입금을 순상환했고 7조4000억원을 배당했습니다. 이밖에도 CAPEX로 32조6000억원, 관계기업 등의 지분 순취득에 5400억원을 썼고요. 법인세도 2조원 가깝게 나갔어요. 여기에 자사주 취득에 8조1500억원을 추가로 사용했으니까요. 굵직한 지출만 따져도 54조원을 훌쩍 넘습니다.
작년 말 삼성전자 본사의 현금성자산이 11조8400억원 정도, 올해 영업에서 창출한 현금흐름이 3분기 말 기준 45조원 수준이었는데 이 돈을 전부 쓰고 기존 현금까지 보태도 아슬아슬했죠. 통장이 거의 텅 빌 뻔한 겁니다.
그래서 올해도 해외법인에서 수조원을 받아왔는데요. 9월 말 기준으로 종속회사들이 밀어준 배당금이 8조6464억원입니다. 자사주 매입에 대규모 실탄을 투입하고도 본사가 10조원대 현금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죠.
삼성전자의 투자를 감당하려면 결국 해외법인의 현금을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배당을 늘리는 것도 문제가 있죠. 삼성전자가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해외에서 배당을 받는 만큼 현금흐름이 늘어나잖아요.
지금 연 10조원 수준을 배당하고 있는데 잉여현금흐름이 20조원 이상으로 늘어나면 배당을 확대해야하는 일이 생길수도 있겠죠. 삼성전자의 투자, 주주환원 규모를 감안할 때 현금 부족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으니 풍요 속 빈곤의 모습을 계속 반복할 수 있다는거죠. 글로벌 기업으로서 감당해야 할 일종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련 이슈도 더벨이 계속 모니터링하겠습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차바이오텍의 얼라이언스 전략, LG CNS 대상 '100억 유치'
- [현대차그룹 피지컬AI 대전환]신기술로 여는 미래 '제로원 프로젝트' 스타트업 육성
- [현대차그룹 피지컬AI 대전환]과제 '소프트웨어 내재화', 첫 상용화 나선 모셔널
- [이사회 모니터]사내·외 이사부터 의장까지...한진칼, 전면 교체 나서나
- [유동성 풍향계]현금흐름 '정체' 현대오토에버, 유동성 방어 나섰다
- 방산투자 '박차' KAI, 최대 5000억 회사채 찍는다
- [유증&디테일]'태양광 본업' 에스에너지, AI 데이터센터·융복합 사업 도전
- [i-point]옵트론텍, 북미 완성차메이커에 자율주행차용 렌즈 공급
- [i-point]신성이엔지, 'HPL' 전 현장 확대 "반도체 증설 속도전"
- [i-point]에누리 가격비교, '건강Plus 전문관' 캠페인 성료
고진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the 강한기업/대한해운]확장보다 내실…굳어진 '재무통 전성시대'
- [영상]셀트리온, 합병 쇼크 끝? 숫자가 말해주는 변화
- [the 강한기업/대한해운]장기계약으로 완성한 '수확의 시간'
- [the 강한기업/대한해운]몸 가벼워진 대한해운…2년만에 빚 '1조' 줄였다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유동성 확보 바쁜 SKC, 자산 절반은 차입
- [Financial Index/통신사]ROE 역전…SKT 음수 전환, KT '최저→ 최고'
- [영상]'이별자금' 마련한 한화…'24년' 승계작업 막바지
- 임종룡에게 필요한 트로피
- [회색 자본, 영구채 러시]롯데지주, CP 갚고 영구채 채웠다…지원 여력 확보
- [Financial Index/통신사]SKT, 시장 조달 '압도'…LGU+는 은행 분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