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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 보드]대법관 출신 박보영 변호사, 삼성생명 이사회 독립성 역할론이사회 역량 중 법률 전문성 충족, 일탈회계 등 법적 이슈 조언자 역할

이돈섭 기자공개 2025-12-08 08: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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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여러 사람이 모여 기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들은 그간 쌓아온 커리어와 성향, 전문 분야, 이사회에 입성한 경로 등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선진국에선 이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건강한 이사회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사회 구성원들은 누구이며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어떤 성향을 지녔을까. 이사회 멤버를 다양한 측면에서 개별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5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이 구윤철 전 사외이사(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임으로 선임한 박보영 사외이사(사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 사외이사는 삼성생명 이사회 내 유일한 법률 전문가로 기업 현안에 대해 법적 조언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당장 그가 마주한 과제 중 하나는 삼성생명의 이른바 '일탈회계' 정정 시도다. 국회에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법안이 발의돼 있는 점도 박 사외이사 존재감을 키운다.

최근 삼성생명은 임시주총을 개최하고 박보영 변호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구윤철 전 사외이사가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발탁되고 국가 공무원 이해상충 문제 방지 차원에서 지난 6월 말 삼성생명 사외이사직을 자진 사임한 데 따른 후임 인사 차원의 조치다. 임기는 2년 4개월이다. 삼성생명은 신규 사외이사에 임기 3년을 제공했지만 현행법 상의 이사회 요건을 구성하기 위해 임시주총을 개최했다.

박 사외이사는 판사 출신이다.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판사로 20여년 간 근무했다. 변호사로 전향했다가 대법관에 발탁된 이색적 이력을 갖고 있다. 삼성생명이 법조인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기용한 건 2019년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 사외이사 채용 이후 5년여 만이다. 삼성생명은 코스피 상장 초기 김영진 전 대구지검 검사장 등을 기용한 바 있지만 장·차관 고위 관료 출신 인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꾸려왔다.

눈에 띄는 점은 박 사외이사의 경우 다른 이사회 멤버와 비교해 정치색이 옅다는 점이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 간 대법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삼성그룹 관련 판결에 관여한 바 없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판단과 이재용 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연루 관련 재판 등은 박 사외이사가 대법관을 떠난 2019년 발표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이슈와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관련 재판도 그 이후 다뤄졌다.

현재 삼성생명 이사회에는 유일호 전 장관과 임채민 전 장관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어 비교적 정치색이 뚜렷한 점을 감안, 이사회 중립성을 구축하기 위해 박 사외이사를 선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생명 이사회는 '탁월한 법리해석 능력과 윤리적 소양, 사회의 다양한 시각을 반영한 균형 잡힌 의사결정 역량을 갖췄다'며 '현안에 대해서도 법 제도 측면에서 이사회 자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삼성생명 가장 큰 현안 중 하나는 이른바 '일탈회계'를 벗어나는 것이 꼽힌다. 금융감독원과 회계기준원은 지난 1일 질의회신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생명보험사 국제회계기준상 일탈회계 적용을 더이상 유지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당장 올해 결산부터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특정 자산에 대해 매각이 확정된 경우 보험계약 부채 항목에 계상해야 하고 매각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 자본 항목으로 분류해야 한다.
[이미지=법무법인 동인]

삼성생명은 그동안 '계약자 지분조정'이라는 예외적 회계처리 방식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었다. 삼성생명은 과거 유배당 보험을 팔아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해 갖고 있었는데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해당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 보유해 지금까지 삼성전자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유배당 보험 판매로 매입한 주식은 주가가 오르면 이를 매도해 그 차익을 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본격적인 문제 제기는 2000년대 삼성생명 상장 과정에서 불거졌다. 유배당 보험 가입자들이 삼성생명에 미지급 배당금을 요구했으나 삼성생명은 응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삼성생명으로 하여금 향후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할 때 가입자 몫을 별도로 확정하도록 계약자 지분조정이라는 예외적 회계처리 방식을 지도했다. 하지만 2023년 국제회계 기준 도입을 계기로 삼성생명 회계처리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할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삼성전자 배당으로 수령한 금액은 약 7400억원. 배당뿐 아니라 현 그룹 지배구조를 감안했을 때 삼성전자 주식을 시장에 매도해 취할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다. 올 9월 말 삼성생명 부채 계정 상 계약자 지분조정 규모는 13조원에 육박한다. 해당 계정을 자본으로 재분류할 경우 10조원 안팎 자본 증가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삼성생명이 임시주총에서 제기한 이사회 전문역량 현황표 [표=금융감독원]

현재 국회에는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 채권 가치를 평가할 때 취득 시점 가격이 아니라 현재 시장 가격으로 산정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채권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현재 전체 자산의 4%에 육박하는 삼성전자 주식 중 상당량을 내다팔 수밖에 없는 요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도가 그룹 전체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는 만큼 시장에선 삼성생명의 대외협력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특정 정치 세력에 편향되지 않은 중립적 판단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삼성생명 일탈회계 정정은 장기 프로젝트"라면서 "이사회 내에서도 객관적으로 사안을 바라봐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한다고 하더라도 시장 충격 등을 감안했을 때 장기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고 여러가지 목소리가 나오는데 특정 진영에 편향된 이사회를 꾸리는 것도 상당한 부담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사회 공석을 하루빨리 메우기 위한 선임으로 이사회 투명성과 독립성 등을 두루 감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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