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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돌 에쓰오일의 변신]'결정적 순간' 재편된 지배구조...국내 유일 오일메이저①외환위기 속 아람코 최대주주 등극…조달·투자·포트폴리오 대전환

정명섭 기자공개 2025-12-12 07:13:21

[편집자주]

기업의 방향은 기술과 자본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어떤 지배구조 아래에서 누구와 손잡고 성장해 왔는지가 기업의 체질과 전략을 바꾸는 경우가 흔하다. 내년에 창립 50주년을 맞는 에쓰오일의 궤적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이란 합작 정유사로 출발해 모그룹 쌍용의 해체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를 최대주주로 맞이하며 독자적인 지배구조와 사업모델을 구축했다. 정유 중심 구조에서 석유화학·다운스트림으로 확장해 온 에쓰오일의 50년 변화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3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쓰오일의 지난 50년은 지배구조 변화의 역사와 맞물린다. 한국과 이란의 합작 정유사로 출발했지만 1999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를 대주주로 맞이했다. 그러면서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오일메이저 계열사가 됐다. 이는 원재료 조달 구조와 설비투자 방향,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을 바꿔놓았고 정유 중심 구조였던 체질을 석유화학 중심으로 바꾸는 결정적 동력이 됐다.

◇한이석유→쌍용정유→에쓰오일, 결정적 순간마다 바뀐 지배구조

에쓰오일의 전신은 1976년 쌍용그룹과 이란국영석유공사(NIOC)간 합작투자로 설립된 한이석유(한국-이란 석유주식회사)다.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국가 최고지도자가 된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1980년에 석유 국영화를 선언하자 NIOC는 해외사업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쌍용그룹은 이란 측 지분을 전량 매입해 한이정유의 사명이 쌍용정유로 바뀌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쌍용정유 지분을 취득한 시기는 1991년이다. 당시 김석원 쌍용그룹 회장은 자금난 타개와 안정적인 원유 확보를 위해 해외 파트너를 물색했고 아람코가 지분 투자를 검토했다. 당시 아람코는 한국이 아시아 내에서 석유 수요가 높고 정유 및 석유화학 공급망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람코는 자국 유전에서 원유를 뽑아내는 업스트림 기업이지만 1980~1990년대부터 정제·화학 등 다운스트림으로의 사업 확장을 원했다. 한국 내 거점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원유를 판매하고 석유→화학→제품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해 사업 안정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아람코는 신주인수를 통해 쌍용정유 지분 35%를 사들였다. 아람코가 한국 정유사업에 진출한 건 처음이었다.

쌍용정유는 아람코의 막강한 자금력과 원유 공급력을 바탕으로 원유 정제사업을 넘어 석유화학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출 수 있었다. 실제로 쌍용정유는 1996년에 중질유 분해 시설을 완공하고 파라자일렌(PX) 공장을 건설해 수익성 확대 발판을 마련했다.

1998년 외환위기는 쌍용정유 지배구조의 대전환점이었다. 쌍용그룹은 쌍용자동차 등 계열사들의 부실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알짜 계열사인 쌍용정유 지분을 매각해야만 했다.

당시 정부는 석유산업을 전면 개방했다. 정유사들의 부실경영을 막고 외자를 유치한다는 취지에서다. 한국 재벌을 구조조정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정부는 외국 기업이 국내 석유정제업뿐 아니라 주유소 등 유류 유통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석유정제업의 경우 외국인 투자비율은 50%까지만 허용됐다. 주유소 운영은 불가했다.

1999년 결국 쌍용그룹은 아람코에 쌍용정유 지분 28.4%와 경영권을 9000억원에 넘겼다. 이는 쌍용그룹이 보유한 28.4% 지분을 쌍용정유가 자기주식으로 매입한 뒤 경영권이 아람코로 이관되는 거래였다. 오일메이저가 한국 정유사의 경영권을 확보한 첫 사례였다. 쌍용그룹과 지분관계가 해소된 쌍용정유는 이듬해 에쓰오일로 사명을 바꿨다. 아람코는 경영에 직접 간섭하기보다 배당을 통해 이익을 공유하고 전문경영인 선임 등을 통해 자율경영을 보장했다.

지배구조는 이후 한 차례 더 변곡점을 맞았다. 2007년 에쓰오일이 보유하던 자기주식을 한진그룹이 매입하면서 아람코-한진 공동경영 체제가 일시적으로 구축됐다. 그러나 한진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이듬해 아람코가 한진 측 지분을 전량 되사오면서 지분율을 63.4%까지 높였다. 아람코는 현재까지 에쓰오일의 단독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아람코 단독 지배 이후 본격화한 초대형 투자

아람코 단독 지배 체제가 확립된 이후 에쓰오일의 투자는 더 과감해졌다. 아람코 단독주주가 된 2015년 대규모 프로젝트 투자를 결정했다. 잔사유 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 하류시설(ODC)을 신설하는 투자로 에쓰오일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5조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였다. 이는 주주 간 이견이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결정이다.

아람코 대주주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2022년 11월 방한에 맞춰 에쓰오일의 9조2580억원 규모 투자를 확정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추진 중인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구축 프로젝트를 말한다.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 설비,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연료로 전환하는 TC2C 시설,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시설과 저장탱크 등이 구축되는 사업으로 아람코가 투자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투자가 마무리되는 내년이면 에쓰오일은 원유부터 완제품까지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정유-석유화학 수직 계열화' 체제를 갖추게 된다.

샤힌 프로젝트 역시 아람코라는 든든한 뒷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투자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은 외국계 자본이 국내 산업에 진출해 기업가치를 어떻게 밸류업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성공적인 모델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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